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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이러한 화합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화개장터의 장옥 입점자 선정 기준에 호남지역 상인들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하동군은 화개장터가 군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될뿐더러 지역민들의 생계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일자 뒤늦게 본래대로 호남지역 상인들을 입점시키는 방안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당초 3년마다 화개장터 장옥 모집자 공고를 내왔던 하동군은 앞서 2016년과 2019년에도 호남상인의 입점을 제한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하동군은 영호남 화합을 위해 화개장터에 ‘호남장옥’이라는 명칭으로 광양시·구례군 거주자에 각각 2개와 1개의 점포를 배정했다.
그러나 하동군은 2023년 입점 공고부터 또다시 화개장터 입점 자격을 하동군민으로만 한정함으로써 지역 이기주의가 도를 넘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많은 관광객이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화개장터를 방문하여 수익을 창출하는데 여기서 호남상인을 배제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하동군 관계자는 “기존에는 총 74개의 장옥 중 3개의 장옥을 호남상인에게 배치했으나 호남장옥을 제외한 나머지 장옥들은 높은 경쟁률로 인해 탈락자가 다수 발생했었다. 그러나 호남상인들 몫인 3개 점포는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로 인해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하동군 상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하동군 시민단체와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영호남 화합의 장이라는 이미지로 운영되는 화개장터인 만큼 오히려 이런 결정은 지역경제의 악영향만 끼칠 뿐”이라며 “영호남 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러며 원할한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강화된 입점 자격으로 인해 점포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인 호남 상인들의 요청과 반발 여론을 의식한 듯 하동군은 뒤늦게 기존과 같이 전남 광양·구례 지역민에게 3칸을 배정하여 재공고를 냈다. 군이 스스로 잘못된 입점 자격으로 모집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군의 시설물을 군 거주자 기준으로 운영하는 것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
라고 해명하면서도 “일부 영호남 상인들 간의 반발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군청도 화개장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이라는 유행가 속의 화개장터와 달리, 서로 다투고 시기하는 오늘날 화개장터의 모습은 지역 이기주의가 심화한 오늘날 현대사회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하동군 관계자는 영호남 상인간의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의 골이 심해진 현 상황에서 예전 영호남 화합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화개장터로 돌아가기에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박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