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화 전 국제우주분쟁 중재재판관

학력:
1968-1972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
1977-1978 프랑스 국제행정학교 (국제정치학) 디플로마
1985-1987 캐나다 맥길대학교 (항공우주법) 법학 석사
1989-199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박사

경력:
1999-2002 주 남아공 한국대사, 2004-2007 주 스위스 한국 대사)
2009-2016 한국 항공대학교 교수 (항공우주법)
2011-2012 F1 (포뮬러 원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운영법인 KAVO 사장
2016.7- 2017.8 스와질랜드 기독대학교 부총장 (행정.발전 담당)
2012-2016 국제우주분쟁 중재재판관
2018.5-2020.11 한국공항공사 비상임이사
2018.7-2019.7 한국공항공사 이사회 의장

저술: 항공법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수 년 전 이래 한일관계를 보면서 문제의 단초가 된 사법부의 판결과 국가의 일체성에 관한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또 과거 정부가 국가통치행위로서 다른 국가와 체결한 조약의 내용을 사법부가 국내법 잣대로만 가지고 해석하면서 국가의 기존 약속과 배치되는 판결을 할 경우 어찌하여야 하는지의 문제도 대두된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으나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경우 사실관계를 망각한 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감정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선진시민으로서 취할 바가 아니다. 또 모든 국가가 상호 연결되어 공생하는 세계화시대에 중시하여야 할 선린관계를 저해하면서 모두의 피해만을 초래하는 일에 동조하여도 안 될 일이다.

먼저 사실관계를 보자.

1.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교섭당시 일본은 강제징용과 관련된 청구권은 개인적인 청구이므로 자국 원호법에 따라 직접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우리는 개별피해자를 대신하여 정부가 수령하여 집행하겠다고 주장하여 결국 피징용자에 대한 미수금과 함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포함시켜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일괄 해결하는 것으로 타결되었다. 당시 우리정부는 5.16 혁명 후 빈곤탈피를 지상과제로 하여 경제발전자금을 절실히 요하는 상황에서 청구권 자금의 다액을 포철 건설 등 경제발전 자금으로 이용하고 소액을 국내에서 개별배상금으로 지급하였다.

2.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제3조에서 협정의 해석과 실시에 관한 분쟁은 외교통로를 통하여 해결하고 불가시 제3국인이 포함된 중재위원회에 회부하도록 규정하였다.

3. 강제징용피해자들이 2005년 일본 기업(미츠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과 2심에서는 패소판결을 하였지만 2012년 대법원 판결에서 “한.일 협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개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승소판결이 있었다. 일본 측은 재 상고를 하였고 수년 전 드러난 바와 같이 박근혜 정부 때에는 의도적으로 재판지연을 하다가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확정판결이 있었다.

4. 동 판결에 대하여 일본정부는 경악하면서 청구권 협정 제3조는 물론 한일협정과 동시에 체결된 분쟁해결에 관한 교환공문이라는 양국 간 조약에 따라 처리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우리정부는 8개월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무시한 결과 일본은 수출규제조치를 통하여 보복한 후 양국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가 현재는 소강상태이지만 상호 골은 깊어만 갔다.

다음으로 국가 간에 적용할 법률관계를 본다.

1. 개인 간 약속은 계약이고 국가 간의 약속은 조약이다. 1965년 한일협정도 여사한 조약이다. 오늘날 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규율하는 국제규범인 “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은 제31조에서 조약문은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라 해석”하고 조약체결 당사국간의 조약적용에 관한 관행을 참작하며 제32조에서 “조약의 교섭기록 및 체결시의 사정을 보충적 수단”으로 의존하여 조약문의 해석을 하도록 하였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청구권협정 제2조 상 “양국은 양국 간 그리고 법인을 포함한 양 국민에 대한 청구권의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 한다”라고 규정한 것, 그리고 외교교섭기록과 배경을 볼 때 대일 청구권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단, 반인륜적인 위안부문제는 별도의 배상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수년간 양국이 노력한 결과 2015년 위안부 관련 합의를 하였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우리가 파기하였다.

2. 1965년 한일협정은 기본조약과 4개 협정(어업, 재외동포 법적지위, 문화재, 청구권협정으로 알려진 경제협력협정)으로 구성되며 청구권협정은 구체적 실천을 명시한 의정서와 합의의사록 등 7개의 추가 조약문에 의하여 보충되고 있다. 이 7개의 추가 합의문 중 합의의사록 (I)의 제2항 (g)는 한국이 청구하는 청구권의 내용으로 한국이 제출한 “한국의 대일 청구 요강 8개목”이 모두 포함되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고 한국은 동 8개목에 대하여 (추후)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다. 동 8개목은 조선은행을 통하여 반출된 금과 한국인의 우편저금 등 약 20개 항목을 적으면서 5번째 목(항)의 “(다) 피 징용 한국인 미수금, (라)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포함하고 있다.

3. 사법부 판결이 과거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약속한 조약문과 상치되는 판결을 할 경우 어찌 해결하여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다. 구미 선진국은 대외문제가 개입되는 소송이 발생할 경우 법원이 외교부에 의견 조회 등을 통하여 국가 통치행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사법자제라는 노력을 한다. 사법부도 국가내의 한 기관으로서 국가 단위로 약속한 바를 존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법원이 국제문제에 관한 지식에 접목하는 방법으로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외교관출신 1명을 최고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관례를 가지고 있다.

4. 우리나라도 가입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7조는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였다. 법원의 판결도 국내법을 구성하는 관계로 국가가 조약에 반하는 사법부의 결정을 이유로 조약준수 의무를 위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네덜란드와 같이 조약을 헌법보다 우위에 두지는 않지만 우리 헌법 제6조에서 “조약은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라고 명시하고 있고 조약은 상대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나 통용되는 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생각하여 본다.

1. 우리는 원인과 결과를 감정이 아니고 사실적으로 파악하면서 합리적인 자세를 취하여야 한다. 근거 없는 내용으로 반일감정을 조성하여서는 아니 되며 양국 간 정치적인 대화로 현안을 하루속히 해결하여야 한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대중은 정치지도자의 한 마디에 흥분하기 십상이다.

2. 하루속히 사법시험과 로스쿨 교과목에 국제법을 필수로 하여야 한다. 자원이 없는 한국이 무역에 의존하여 선진국이 되었다. 국민총생산액(GDP)중 무역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대외의존도를 계산할 때 우리나라는 한때 100%였지만 통상 7-80%는 되는 대외의존 형 경제이다. 그러나 갈수록 심화되는 국제화사회에서 국제법을 등한시 한 가운데 국내법 테두리에서의 법의식만을 가지고 판결하면 오판에 이르는데 이러한 경우를 필자는 필자 전공분야에서 많이 보아왔다. 다행히도 지난 4월 서울 중앙지법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제법 상 국가면제 원칙을 내세워 각하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그간 국내법원에서 도외시 한 국제법을 염두에 둔 판결로서 늦었지만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게 된다.

3. 우리는 일본을 잘 모른다. 국민 대다수는 임진왜란과 한일합방 등 가해자로서의 피상적인 일본만을 배워왔다. 극일을 위하여서는 일본을 알아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을 무시하면서 국제적 문제를 국내법 일변도로 재단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아니됨을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