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이 ‘기발’하다, 신안군 정책이 ‘기발’하다!

정치
신안군이 ‘기발’하다, 신안군 정책이 ‘기발’하다!
'퍼플섬’, 색을 통해 관광객 유치와 소득 증대
태양광에너지로 주민들에게 이익공유
흑산공항 부지 철새, 봄동배추로 유인한다.
  • 입력 : 2021. 11.22(월) 15:21
  • 임창균 기자
신안군 박우량 군수
색은 사람을 부른다.
조용했던 섬을 보라색으로 물들일 생각을 누가 처음 했을까. 신안군 안좌면에 위치한 반월도·박지도 두 섬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져 있다. 신안군은 2007년 퍼플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5억 원을 들여 보라색을 주제로 주민들과 함께 퍼플섬을 조성했다. 보라색으로 정한 이유는 섬에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 군락과 꿀풀 등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서였다. 두 섬과 안좌도의 두리마을을 잇는 목교(퍼플교)는 물론, 해안 산책로의 라벤더, 자목련, 수국, 마을 지붕, 창고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여 퍼플섬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섬 자체를 ‘컬러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조용했던 섬마을에 관광객이 찾아왔다. 입장료를 내고 다리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신다. 섬 안에서 식사와 숙박을 해결하는 관광객도 생겨나고, 주민들은 안내소와 안내 차량 등을 통해 관광객을 맞이한다. 어쩌면 평생동안 찾을 일 없는 남해의 조그마한 섬이 ‘보라색’에 이끌린 관광객들에 의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태어났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퍼플섬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2021~2022년 한국인은 물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꼭 가봐야 할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100선’에 선정됐다. 퍼플섬의 인기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CNN과 FOX뉴스에서도 퍼플섬의 독창성에 대해 설명했고, 22일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도 퍼플섬을 찾을 예정이다. 네팔,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서 온 관광부처 공무원들은 퍼플섬을 비롯한 국내 주요 관광지를 답사하고 한국의 관광산업을 벤치마킹한다.
신안군은 퍼플섬과 같이 섬마다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특색을 살려 다른 섬에도 색을 입힐 계획이다. 이미 수선화의 섬 선도는 노란색, 맨드라미의 섬 병풍도는 주홍색으로 지붕을 색칠했다. 특히 선도의 경우 수선화 구근을 판매하여 높은 농가 소득도 올리고 있다. 섬의 자산을 ‘색’과 결부시켜, 경관사업과 주민소득 증대로 이어진 성공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2019년에 처음 개최된 ‘섬 수선화 축제’는 만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 성공적인 축제로 기억된다. 신안군은 코로나로 인해 2년간 멈춘 축제를 내년에 다시 개최할 예정으로 입장료, 농수산물 및 수선화 판매 등 직간접적인 지역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연에 감사하다. 인구가 늘어나다
신안군은 2018년 전국에서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를 도입했다. 현재 신안군엔 안좌도에 96MW, 자라도에 24MW의 태양광 발전소가 조성되어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를 도입하면서 태양광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수익금의 30%를 지역 주민에게 나눠줄 수 있게 됐다. 돈을 무조건 주는 것은 아니다. 1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지역주민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에 가입해야한다. 조합은 자기자본의 30%, 총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지난 10월에 벌써 세 번째 햇빛연금이 지급됐다. 신안군은 안좌도와 자라도 주민 3천여 명에게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1인당 12만~51만 원의 햇빛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처음 조합 가입을 받을 때는 전입 주민의 경우 3년 이상 거주 시 50%, 5년 이상 거주 시 100% 등으로 참여권을 일부 제한했으나, 올해 젊은 인구 유입을 유도하고자 조례를 변경했다. 만 30세 이하는 즉시, 만40세 이하는 전입 후 1년, 만 40세 이하는 전입 후 2년, 만 50세 초과는 전입 후 3년부터 50%를 받고 매년 10% 누적 증가하여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나이와 상관없이 햇빛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인구 유입을 고려한 조례변경은 곧바로 효과를 봤다. 지난 4월 26일 첫 배당금이 지급된 후 올해에 전입자가 251명 증가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힘이 실리는 와중에 이러한 신안군의 정책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시작은 태양과 바람 같은 자연현상 또한 주민들의 자산이라는 박우량 군수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태양과 바람으로 사업자만 돈을 벌 게 아니라, 그 곳에 살던 주민들도 이익을 봐야 반대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또한 신안군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8.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중이다. 현재 10곳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고 15곳에는 계측 중에 있다. 신안군의 최종 목표는 신재생 에너지의 수익금을 전 군민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기념촬영


자연과 공생하다.
지난 10월,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겨울 채소인 ‘봄동’파종이 이뤄졌다. 다만 신안군의 지원 통해 이뤄진 이 파종은 주민들의 소득 증가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봄동은 내년 3월까지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먹이가 부족한 철새들을 위해 남겨둔다. 최종 목적은 흑산공항을 유치하는 것이다. 봄동과 철새, 흑산공항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여객선 외에 교통수단이 없는 흑산도 주민들은 교통 기본권과 응급환자 대응 등을 위해 공항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유일한 교통수단인 쾌속선은 하루 4번 목포를 오가며 육지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 이마저 풍랑 등으로 운항이 힘든 경우도 많다.
이에 정부는 2011년부터 50인승 정도의 중·소형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흑산공항 건설을 추진했으나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왔다. 이유는 국립공원 훼손, 철새 서식지 파괴 등이다. 새와 항공기의 충돌로 인한 안전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대신, 신안군의 갯벌을 국립공원 구역에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하였다.
봄동배추 심기는 이런 상황에서 추진된 것이다. 배추를 심는 곳은 흑산공항 예정 부지 반대편이다. 예정 부지에 있는 철새들을 반대쪽으로 유인해 공항 건설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주민의 편의를 위해 철새들을 억지로 내쫒는 것이 아니라, 유인책을 꺼내든 것이다. 신안군의 이러한 노력이 철새들과 환경단체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리를 잇고, 문화를 잇는다.
2019년 4월 천사대교 개통 후 몇 개월만에 1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신안군을 찾았다. 2021년 3월 임자대교가 개통했을 때도 매일 5천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섬과 섬에 다리가 놓이면 주민들의 이동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관광객 규모도 늘어나는데,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안의 미개발 관광자원을 편하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신안군은 수많은 섬과 함께 아름다운 다도해의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이를 접하기 위해선 배를 타고 들어가야한다는 불편함이 존재해왔다. 이 때문에 신안군은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교뿐만 아니라, 섬과 섬 사이를 있는 연도교 건설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천사교와 임자대교에 이어 지난 10월 추포도와 비금도 사이의 연도교 건설사업이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포함됐다. 다리가 완성되면 목포에서 비금까지 두시간 이상 걸리던 통행시간이 육상 60분으로 단축되면서 신안의 ‘다이아몬드제도’가 완성되고 자동차왕래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이로 인해 문화와 교육, 유통,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직·간접적인 수혜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신안에서는 13개의 해상교량이 건설되어 있으며 압해~화원, 자라~장산, 추포~비금 3개소가 착공 예정이다. 섬이 많은 만큼 수많은 다리는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관광코스가 된다. 신안군은 연륙·연도교 건설을 통해 신안을 해상교량의 중심지로 만들고 세계 교량센터 건립 또한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인문학적인 컨텐츠 제공과 확산을 위해 추진중인 1도1뮤지엄 사업도 다리 건설과 함께 ‘인문학 벨트’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민선 7기, 임기의 마무리를 향해
이 외에도 신안군에서는 해상자원을 활용한 귀어 귀촌 사업, ‘신안1004’몰을 활용한 농수산물 마케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박우량 군수는 다양한 사업보다 중요한 것은 군민의 건강과 안전이라고 답했다.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에 대해 박우량 군수는 “위드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군민들의 안전을 위해 방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또한 “현재 추진중인 사계절 꽃피는섬, 1도1뮤지엄, 연도교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도 원활히 추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신안군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기발’한 정책들이 박우량 군수의 남은 임기 끝까지 지속 되길 기대해본다.
임창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