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지방소멸 시대... 구례군은 대책이 있는가? 패러다임을 바꾸자 신동우 기자 hoahn01@hanmail.net

2024년 08월 07일(수) 16:44

구례군은 국립공원 지리산 자락의 지역사회로 무공해 청정자연 속에서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복 받은 지역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구례군은 전국에서 인구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전남지역의 지자체 중에서도 인구수 최하위, 재정자립도 최하위, 지방소멸 0순위의 초위험 지역이다.

본 기자는 서울에서 연고 하나 없는 구례군으로 3년 전 귀촌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곳곳을 찾아보며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구례 발전을 위해 정리해 본다.

여러 가지 관찰되는 문제점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구례군 지역사회의 아이디어와 콘텐츠의 부족이다.
구례군의 쇠락에 대해서는 민관 모두의 공통 관심사요 걱정거리이다. 또한 자연환경과 관광산업육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의 위기의식은 있되 실질적인 대안은 부재인 상태이다. 공직사회는 물론 민간 또한 주도적인 발전추구 세력도 없는 현실이다.

다만 군청을 중심으로 발전 사업들을 벌이고는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차별화된 콘텐츠도 없고 추진되는 사업 또한 무슨 의도로 하는 것인지, 진정으로 구례 발전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포기한 것인지 모호할 때가 많다. 혹시 공직 구성원들의 고질적인 병폐인 전시행정, 복지부동은 아닌가? 공직자들의 용기와 소명의식부터 필요하다

두 번째는 타 지역에서 갖기 힘든 구례군의 훌륭한 자산 발굴이 미약하다.
흔히들 생각하는 구례군의 자산은 청정자연과 산수유, 섬진강 등 몇 가지 정도이다. 그러나 구례로 귀촌한 기자의 눈에는 어마어마한 자산들이 많이 보인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전북권, 경남권, 전남 동부권으로 이어지는 교통요지이며,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도로 또한 훌륭한 자산이다. 더욱이 고속도로 개통으로 한가해진 산업도로가 구례를 관통하고 있으며 지리산 둘레길 등으로 이어지는 마을 길들은 아담하고 이쁘기까지 하다. 10분~1시간여 거리에는 고속도로, KTX, 공항도 있고 바다와 제주로 가는 배편도 있다.

또한 구례는 도시에서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 생태계가 있다. 말 그대로 자연학습도감 그 자체이며, 다양한 문화재, 국악 등 역사적, 시각적, 청각적, 감성적 문화예술 자산도 많다. 이런 것들 모두 구례의 훌륭한 자산들이다.

세 번째는 산업기반의 확충개발에 미온적이다.
젊은 세대들이 지역사회를 벗어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가 크며, 그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선뜻 귀촌에 나서지 못한다. 그러면 구례는 농업 외에는 돌파구가 없는가? 구례에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재택근무도 가능한 IT산업은 들어올 수 없는가? 카카오톡만 해도 본사가 서울에 없고 제주에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농촌 지역이라 농업만 생각하면 발전은 결코 없다.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을 왜 구태의연한 방법에서만 찾는가? 구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자산을 제대로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왜 엉뚱한 답을 찾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인구 2만4천의 작은 지역에 놀이시설을 몇 가지 설치한다 해서 관광객이 크게 늘지도 않고, 좋은 건물을 짓는다 해서 인구소멸이 막아 지는 것도 아니다. 좋은 시설은 서울 등 수도권이 훨씬 많고 좋으며 건축물 하나 때문에 구례까지 오지도 않는다. 그러한 시설물들은 꼭 필요할 때 만들면 되는 것이고 구례가 가진 장점부터 살려내야 한다.

충남 보령은 드넓은 갯벌 진흙을 머드축제로 승화시켜 국제적인 관광상품으로 성공시켰다.
바야흐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구례로 오세요>가 아니라 <가고 싶은 구례> <살고 싶은 구례>로 패러다임부터 바꾸자

본 기자가 전남지역을 취재를 하다보면 구례군 뿐 아니라 타 지자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소멸에 대한 대책으로 하나 같이 <○○로 오세요>라는 컨셉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자산이 풍부하면야 큰 문제는 없겠지만 대부분 빈약한 자산을 과대포장 한다. 내용도 비슷비슷하다. △△축제, □□축제 등 이름부터 세부 프로그램까지 천편일률적이다. 꽃과 풍물시장과 품바 공연 등 프로그램 자체의 차별화된 내용도 없다. 일례로 구례 산수유 축제와 광양 매화 축제의 차이점은 단지 꽃만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구례로 오세요>가 아닌 <가고 싶은 구례> <살고 싶은 구례>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말 좋은 곳이라 누가 봐도 가고 싶고, 살고 싶어지는 지역으로 자리매김 하자는 뜻이다.

구례군의 정책은 구례에서 사는 것이 자랑인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 실천방안은 사실상 빈약해 보인다. 골프장이나 생활 인프라가 모인 시설을 만들면 명품도시가 되는 것인가? 무공해 청정자연 환경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인가? 자녀들을 위한 도시 못지않은 교육대책은? 군민들이 풍요롭게 잘사는 문제는? 건축·토목 등이 과연 명품도시로 가는 길인지 근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관 합동으로 명품 구례군으로 만들자

우선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들 대부분은 구례의 무공해 청정자연환경이 좋아서 귀촌을 결심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동안 만나본 귀촌인들의 생각은 거의 같았다. 재산의 유무를 떠나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탈출한 해방감과 풍성해진 정신건강 그리고 근원을 알 수 없는 깊은 자연 속 행복감이 그것이다.

물론 생활 인프라가 도시보다 약간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음식배달이 안 된다거나, 편의점이 약간 멀거나, 저녁 문화가 별로 없는 것 정도의 사소한 것들이다. 병원 문제도 큰 병원은 전주, 남원, 순천, 광양 등 1시간 거리 내에 다 있다. 서울의 경우 병원이 멀지 않아도 교통혼잡으로 인해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생활 인프라의 부족은 단지 조금 불편할 뿐 큰 문제가 될 수 없고 필요한 시기에 점차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두 번째는 지역의 제한된 여건 속에서 인적자원 활용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구례에서 나고 자라난 토착 군민들은 구례의 사정에 대해 밝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구례로 귀촌한 사람 중에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도 많다. 새로운 시각과 문제해결 역량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면 신·구 군민들의 능력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며 구례군의 인적자산으로서 가치는 매우 높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구례군 발전 정책 에도 기여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 관광은 비계 삼겹살 등 바가지요금으로 인해 내국인들이 외면하고 있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경주나 설악산 등 많은 관광지의 사정도 비슷하며 결국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공통 현상이다.

한편 가까운 남원에서는 최근 춘향제에서 착한 가격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내 내년 춘향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구례군의 관광산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은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재방문과 신규 방문을 함께 유치해야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있다. 뜨내기 손님에게 한철장사하듯 운영한다면 구례의 관광산업은 망치게 된다. 대다수 성실한 맛집과 상인들까지도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서울이라면 진즉에 장사가 망할 것이다.

이런 것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바로 구례군의 민관 모두의 책임이다. 군민 모두가 각성하고 함께 살아갈 방안을 민관 합동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삶의 터전을 함께 가꾸고 노력해서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고장으로 만들고자 힘을 모을 때 비로소 명품도시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을 디딜 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통합적 시각의 컨트롤타워 필요

대다수 지자체의 구호는 비슷하다. 첨단, 클러스터, 스마트, 우주, 항공, 투자, 바이오 등등 온통 좋고 화려한 수식어의 나열이다. 다만 실현 가능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구례는 그런 말잔치, 숫자놀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 자산요소를 계획적으로 재구성하고 융복합 설계할 수 있는 통합적 시각이 절실하다. 단순히 꽃축제 정도로는 결코 구례의 미래는 없다. 꼼꼼히 군내의 자산을 분석하고 트랜드 변화에 상응하는 아이디어와 고도의 집중력으로 자산요소를 재구성해서 콘텐츠를 기획, 개발, 연출을 통해 <사시사철 사람들이 찾는 구례>로 변화해야 한다.

이것은 분석이나 기획력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프로젝트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융복합적 시각과 추진력을 가진 통합 컨트롤 타워가 필수 요소이다.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처럼 지휘자에 따라 많은 것은 달라진다.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의 관광상품화 경우도 그 지속성은 오래 가지 않는다. 유행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자연은 다르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이나 나이아가라 폭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어도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스위스 알프스 경우도 비슷하다. 이처럼 자연은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항상 꾸준하다. 게다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비용도 경제적이다

바로 그런 자연환경, 무공해 청정자연을 가지고 있는 것이 구례군이다. 그러한 명품자산을 잘 가꾸고 활용하여 관광산업을 제대로 육성한다면, 청년창업을 잘 지원하고 유도한다면, 자녀들을 건강하고 훌륭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주민복지가 어느 지역보다 촘촘하게 설계되어 월등히 좋다면 <가고 싶은 구례> <살고 싶은 구례>가 되어 작지만 진정한 명품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