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에서 데이터 허브로, 건동광산 ‘데이터센터’ 첫발 장성군, 8월 20일 데이터센터 업무협약 체결 지하 갱도 자연 냉각·보안 강점 탄소 절감 기대 기부채납·폐광 절차 후 타당성 조사·인허가 착수 김태리 기자 hoahn01@hanmail.net

2025년 08월 25일(월) 13:36

장성군이 지난 8월 20일 건동광산 데이터센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남 장성의 고려시멘트 건동광산을 ‘지하 데이터센터’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가 공식 트랙에 올랐다. 장성군은 8월 20일 군청 상황실에서 ㈜석세스뱅크장성, LS일렉트릭㈜, LS사우타㈜와 데이터센터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는 사업·운영계획 수립, 구축 기술 지원, 그리고 광산의 기부채납 절차 이행 협력이 담겼다. 협약식에는 김한종 장성군수와 전재연 ㈜석세스뱅크장성 대표이사, 정현만 LS일렉트릭 데이터센터 팀장, 박우범 LS사우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왜 건동광산인가”가 던지는 답

이번 프로젝트의 무대는 황룡면 일대 고려시멘트 건동광산이다. 보도에 따르면 갱도는 최대 깊이 약 221m, 총연장 약 55km로 소개된다. 지하 공간의 항온·항습 특성은 서버 냉각 부하를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암반층이 제공하는 물리적 보안은 외부 충격과 자연재해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장성군은 이 점을 들어 탄소 배출 저감 기대도 밝혔다.

참여 주체와 역할의 윤곽

LS일렉트릭과 LS사우타의 합류는 전력 인프라와 빌딩자동제어·에너지 매니지먼트 분야에서의 기술 결합을 예고한다. 군과 기업들은 MOU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사업·운영계획, 구축 기술 지원, 기부채납 절차 이행에서 공동의 역할을 약속했다. 민관 협업 구조가 초기에 명확해졌다는 점은 향후 세부 설계와 인허가 단계에서의 추진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책 흐름 속 장성의 ‘투 트랙’ 구상

장성은 이미 2023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참여하는 4,900억 원 규모, 40MW급 데이터센터를 남면 첨단3지구에 유치한 바 있다. 정부의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정책과 맞물려 발표된 이 투자협약은 장성의 입지 경쟁력을 확인시킨 사례였다. 이번 건동광산 프로젝트는 지상 신축형(남면)과 지하 전환형(건동광산)이 병행되는 ‘투 트랙’ 구도를 통해 지역 데이터 인프라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기부채납→폐광 절차→타당성·인허가

프로젝트의 선행 과제는 법·행정 절차의 깔끔한 정리다. 보도에 따르면 고려시멘트는 2024년 11월 장성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폐광 및 광업권 말소가 마무리되는 대로 건동광산을 장성군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현재 광해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며, 군은 기부채납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기본구상과 타당성 조사, 각종 인허가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성군의회는 올해 상반기 ‘건동광산 폐광을 활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 조성’을 국가계획에 반영하고, 국비 지원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정부에 건의할 것을 공식화했다. 제도 변수인 그린벨트는 해제 요건과 대체녹지 조성, 주민 의견수렴 등 절차가 엄격한 만큼, 초기에 명확한 계획과 자료 공개가 병행돼야 한다.

지역사회 반응, 기대와 질문 사이

폐광의 산업 전환은 지역경제 활력과 이미지 쇄신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절차의 투명성과 환경·안전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키운다. 장성 지역 언론은 기부채납의 조건과 공론 과정, 복구비 면제 여부 등을 두고 논쟁점을 짚어왔다. “폐광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돼야 기부채납이 가능하다”는 행정 설명과 함께,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한 공론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평도 이어졌다. 이번 데이터센터 추진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실측 데이터의 공개와 상설 협의 구조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하의 냉기’와 ‘이중·삼중 안전’

지하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냉각과 안전이다. 해외 레퍼런스인 노르웨이 ‘레프달 마인 데이터센터(LMD)’는 수심 깊은 피요르드의 8℃ 해수를 열교환에 활용해, 저에너지 냉각을 구현하고 잉여열 회수까지 연계한다. 지하에 자리한 만큼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도 높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피오넨(Pionen)’은 냉전기 핵방공호를 개조한 벙커형 데이터센터로, 30m 화강암 지하에 위치한 보안 설계가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건동광산의 설계에서도 지하수·배수·환기, 화재·연기 제어, 전원 이중화, 대피 동선 같은 ‘보수적 기준’의 안전·환경 설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제·환경, 어떻게 ‘보이는 성과’로 만들까

군은 데이터센터 조성과 병행해 광산 자원을 관광·문화 등으로 복합 활용하는 사업모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청년 채용, 유지보수·시설관리 등 로컬 기업 참여 비율, 초고속망 확충과 잉여열 회수의 공공 활용 같은 ‘가시적 환원’이 구체화될수록 사업의 사회적 설득력은 높아진다. 특히 지하 공간의 열 흐름과 지하수·소음·교통 영향에 대한 정량 데이터 공개는, 초기 불신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군이 예고한 기본구상·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이러한 항목을 체계적으로 담아낼 필요가 있다.

김한종 군수의 메시지와 과제

김한종 군수는 데이터센터 조성과 관련해 “건동광산 데이터센터 조성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어 뜻깊다. 장성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군과 참여 기업이 동반 성장·발전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남면의 지상형 데이터센터 유치에 이어 지하 전환형 모델을 병행하는 큰 그림을 유지하려면, 속도와 투명성의 균형 잡기가 관건이다. 절차를 성실히 밟고, 주민과의 상시 소통 창구를 제도화할수록 장성판 ‘산업 전환’ 스토리는 설득력을 얻게 된다.

속도보다 ‘질’의 전환

장성의 도전은 국내에서도 드문 ‘지하 광산형 데이터센터’라는 점에서 기술·사업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선점의 보상도 크다. 자연 냉각·보안·ESG 측면의 이점이 설계·운영의 디테일과 만나면, 폐광의 그림자를 데이터의 빛으로 바꾸는 서사가 현실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밋빛 약속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데이터와 공론의 장, 그리고 절차의 정직함이다. 그 길 위에서 장성은 이미 첫걸음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