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 잔치 취소하고 1655만원 '쾌척'‧‧‧ 답례품 쌀마저 나눈 그 진심 재경담양군향우회 김정우 회장, 그의 직업은 '향우회' 수해 입은 고향 위해 답례품 쌀까지 내놓은 진심 "어려울수록 고향을 찾자"… 함께 만드는 명품 향우회 강주성 기자 hoahn01@hanmail.net

2025년 09월 15일(월) 11:04

'재경담양군향우회' 김정우회장

최근 집중호우로 시름에 잠긴 고향 담양에 온정의 손길이 전해졌다. 재경담양군향우회가 수해 복구를 위해 써달라며 고향사랑기부금 1,655만 원을 전달한 것이다. 향우회원 115명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기부 답례품으로 받은 담양 쌀마저 이재민을 위해 내놓았다. 나눔의 의미를 더한 이 결정 중심에 김정우 회장이 있다. 그는 스스로를 ‘직업이 향우회인 사람’이라 소개한다.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봉사해 온 그의 삶은 담양이라는 뿌리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면 산악회 총무 7년, 면 사무국장 7년, 군 사무총장 7년. 도합 21년의 세월을 오롯이 향우회를 위해 바쳤다. 그의 이야기는 타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고향의 아픔을 끌어안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그의 삶은 진정한 고향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고향의 눈물 닦아준 따뜻한 마음
이번 기부는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재경담양군향우회는 본래 ‘고향방문의 날’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회원들과 함께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지역 발전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행사 준비가 한창일 무렵, 담양에 폭우가 쏟아졌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임원들이 먼저 나섰다. “고향이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정우 회장과 임원진은 만장일치로 행사를 취소했다. 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행사는 취소됐지만 고향을 향한 마음은 더욱 뜨거워졌다. 행사를 대신해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금 전달의 어려움 때문에 고향사랑기부금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결정이 내려지자 향우회원 115명은 주저 없이 동참했다. 고향의 아픔을 나누려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줄을 이었다. 그렇게 모인 1,655만 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고향의 빠른 복구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결실이었다.

기부 과정에서 향우회의 진심은 더욱 빛을 발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따라 기부자에게는 답례품이 제공된다. 향우회원들은 담양의 특산품인 쌀을 답례품으로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쌀을 받지 않았다. 김정우 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답례품으로 받은 담양 쌀도 우리가 받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군에 다시 기탁해 이재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했다.” 고향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고향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결정은 향우회의 기부를 더욱 의미 있는 행동으로 만들었다.

담양군도 향우회의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정철원 담양군수는 “매년 변함없이 고향을 기억하고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는 향우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기부금은 폭우 피해 복구와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향우회의 진심 어린 기부는 단순한 금액을 넘어, 재난으로 지친 고향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김정우 회장은 “비록 몸은 고향을 떠나 있지만 마음만은 늘 담양에 있다”며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고향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1년 외길, 그의 이름은 ‘향우회’
김정우 회장의 이력은 향우회 봉사 그 자체다. 그는 스스로를 소개하며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재경담양군향우회에서 봉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직업이 ‘향우회’인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이력은 이 말을 증명한다. 면 산악회 총무 7년, 면 사무국장 7년, 군 사무총장 7년. 21년간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으며 조직의 살림꾼 역할을 해왔다. 오랜 시간 헌신하며 쌓은 신뢰는 그를 자연스럽게 리더의 자리로 이끌었다. 사무총장직을 그만둔 직후인 2023년 10월 28일, 그는 확대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제18대 군 향우회장으로 추대됐다.

그의 고향은 담양군 대덕면 금산리다. 담양향교 사무국장을 역임한 부친 고(故) 김형호 씨의 4남으로 태어났다. 금당초교, 창평중, 광주 숭의실고를 졸업하고 공군에서 복무했다. 제대 후 서울로 상경해 롯데제과에서 8년간 영업과 사업 실무를 익히며 사회 경험을 쌓았다. 이후 독립해 마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25년째 ‘한아름할인마트’를 운영하는 건실한 사업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실함과 리더십 덕분이었다.

향우회 활동은 대덕면향우회장을 지낸 큰형 김병기 씨의 권유로 시작됐다. 형의 권유로 발을 들인 향우회는 그의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대덕면향우회 산악회 총무와 사무국장을 거치며 조직 운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12월부터는 재경담양군향우회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이은성 전 회장과 2년, 이성백 전 회장과 5년, 총 7년 동안 두 명의 회장을 보좌하며 ‘향우사랑 고향사랑’을 모토로 재경담양군향우회를 명품향우회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탁월한 업무 수행 능력과 헌신적인 자세는 많은 향우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향, 나를 품어주는 가장 큰 추억
김정우 회장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태어나고 자라 추억이 가장 많은 곳이다. 나를 이끌어 주고 품어 주는 곳이다.” 그의 말에는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 비록 몸은 서울에 있지만 마음은 늘 담양에 머물러 있다는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그의 모든 활동은 고향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되고, 고향으로 귀결된다.

현재 고향에는 사촌형 한 명만 살고 있다. 군의원과 도의원을 지낸 김동주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집성촌 일가들이 함께 살던 고향의 모습은 세월과 함께 변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살던 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고향과의 끈은 여전히 단단하다. 큰형은 한 달에 한 번씩 휴식을 위해 꼭 고향 집을 찾는다. 그 역시 자주 왕래하며 고향의 공기를 마시고,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고향 집은 그에게 유년 시절의 추억이자 지친 도시 생활을 위로하는 안식처다.

서울 생활이 외롭고 힘들 때마다 그를 붙잡아 준 것도 고향 사람들이었다. 그는 타지 생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향수가 밀려올 때는 서울에 사는 오랜 친구들과 향우회 회원들과 함께하며 마음을 달랬다.” 향우회는 그에게 타향살이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안식처이자, 고향과 자신을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였다. 함께 고향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어주며 낯선 도시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회장으로 취임하며 그는 ‘함께하는 향우회, 내실 있는 향우회’를 모토로 내걸었다. 슬로건은 ‘함께 합시다’로 정했다. 향우회관 추진 사업, 이사 제도 및 연회비 제도 정착, 모든 향우가 함께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중점 추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취임 소감에서 “향우회원 모두가 소외감 없도록 겸손한 마음으로 섬기고, 받드는 마음과 공정과 상식으로 향우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세대 차이를 극복해 함께 어울리는 환경을 조성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향우회를 운영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의 리더십 아래 재경담양군향우회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 일구는 고향 사랑, 역사가 되다
재경담양군향우회의 고향 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정우 회장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담양에 큰 수해가 발생했을 때도 향우회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당시 회원들과 함께 4,000만 원의 성금을 모아 수재민 돕기에 적극 앞장섰다. 위기의 순간마다 향우회는 고향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이러한 헌신적인 활동은 지역 사회에 큰 귀감이 되었고, 2024년 5월 김정우 회장은 ‘제45회 담양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군민의 상 특별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담양군은 그가 회원 간의 화합을 이끌고, 수해 모금 운동을 전개했으며, 담양사랑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고향 알리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공로를 인정했다.

향우회는 고향의 기쁜 날에도 늘 함께했다. 매년 담양 대나무축제와 군민의 날 행사에 대규모로 참여해 고향의 잔치를 함께 즐겼다. 2023년 5월, ‘뉴 뱀부 페스티벌’로 새롭게 단장한 축제에는 300여 명의 향우들이 고향을 찾았다. 이들은 12개 읍면 부스를 일일이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고향 사람들과 정을 나눴다. ‘고향 방문의 날’ 행사는 향우회의 가장 큰 연례행사다. 김 회장은 향우회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버스 10대, 400명이 참가한 1박 2일 고향 방문 행사를 꼽았다. 수백 명의 향우가 함께 고향 땅을 밟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자 감동이다.

고향 방문 행사는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선다. 2023년 10월 담빛음악당에서 열린 행사에는 400여 명의 향우와 군수,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 등 지역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향우회는 고향사랑기부제 동참 분위기 확산을 위한 퍼포먼스와 함께 10억 원의 고향사랑기부금 약정식을 진행하며 고향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2024년 9월 행사에서는 향우회관 건립을 위한 고향사랑 지정기부사업 선정을 기념하는 기부금 기탁식과 퍼포먼스를 가졌다. 행사가 열릴 때마다 담양군 여성단체협의회에서 만찬 봉사에 나서고, 12개 읍면에서 각종 과일과 음식을 지원하며 따뜻한 환영의 뜻을 전한다. 향우회와 고향이 아름다운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향이 최고다, 어려울수록 고향을 찾자
김정우 회장은 고향을 떠나 타지로 향하려는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고향을 잊지 말자. 고향이 최고다. 어려울수록 고향을 찾자.” 그의 짧은 말에는 수십 년 타향살이의 경험과 고향의 소중함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녹아있다. 성공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나를 품어주는 곳은 고향이라는 믿음이다. 그의 메시지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젊은 세대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된다.

그의 리더십은 재경담양군향우회를 넘어 더 넓은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광주전남시도민회에서 상임이사, 골프회 사무총장, 부회장직을 맡아 탁월한 업무 수행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재경담양군향우회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담양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더 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며 고향의 명예를 높이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이번 수해 피해 주민들과 고향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향우들의 정성이 담겼다. 마음으로 받아 주시고 신속한 복구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의 마지막 말은 변함없는 약속이었다. “앞으로도 고향 발전을 위해 늘 응원하겠다.” 그의 삶이 증명하듯, 김정우 회장과 재경담양군향우회의 고향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고향 담양을 향한 그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묵직한 발걸음이 만들어갈 명품 향우회의 미래, 그리고 더 풍요로워질 고향 담양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