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동행 담양군 금고, 군민의 ‘살림살이’ 얼마나 나아지게 했나 경쟁 없는 40년, 군민 혜택은 제자리 송태주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5년 10월 27일(월) 1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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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의 금고는 지난 수십 년간 NH농협은행 담양군지부가 맡아왔다. 오는 2026년 말이면 현재의 4년 약정 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금고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과연 지난 4년간 NH농협은행은 담양군의 든든한 재정 파트너로서 군 재정 증대와 군민 편익 향상, 지역경제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군민의 입장에서 우리 군의 ‘곳간지기’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40년 ‘철옹성’, 변함없는 금고 지정 현황
취재 결과, 담양군의 주 금고인 제1금고는 확인 가능한 기간 내내 NH농협은행이 맡아왔다. 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시점부터 따져도 최소 40년 이상 농협이 제1금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제2금고(각종 기금 관리) 역시 광주은행이 오랫동안 맡아오고 있다.
「지방회계법」에 따라 금고는 4년 단위로 경쟁을 통해 지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담양군을 포함한 다수 농촌 지역에서 농협의 금고 지위는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철옹성’으로 군림해왔다. 이는 농촌 지역 곳곳에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압도적인 지점망과 농업 중심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한 군민은 “어차피 다음 금고도 농협 아니겠냐”며 “경쟁 자체가 형식적인 절차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기 독점 구조는 안정적인 행정 지원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경쟁 부재로 인한 금융 서비스의 질 저하와 군 재정 수익 극대화 실패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지나 고금리로… 군의 수익은 극대화됐나?
금고 은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군의 여유자금을 운용해 이자 수익을 내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금리 시장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초저금리 시대 (2020~2021년):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졌다. 이 시기 군이 여유자금을 예치해도 얻는 이자 수익은 미미했다. 당시 금고 약정서에 명시된 예금 이율은 ‘시중금리를 고려하여 상호 협의한다’는 수준으로, 군이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은 매우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인상기 (2022년~현재):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가 3.5%까지 치솟았다. 이는 군 재정에 있어 ‘기회의 시기’였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높은 금리의 정기예금 등으로 운용했다면 상당한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담양군이 이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했냐는 점이다. 금고 은행과의 약정 시, 군에 적용되는 예금금리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냈는지, 단기·중기 자금 계획을 세워 최적의 금융상품에 분산 예치했는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부족하다.
금융 전문가 A씨는 “금고 지정 평가 시 ‘금리’ 항목의 배점이 높지 않아 은행들이 금리 경쟁보다는 출연금(협력사업비) 경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자체는 막연히 ‘우대금리를 받겠지’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타 은행의 금리 조건과 비교하며 금고 은행을 압박해 단 0.1%라도 더 높은 금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군민의 세금을 아끼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군민이 체감한 혜택: ‘편리함’ 그 이상은 없었나?
군민 입장에서 금고 은행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편리함’이다. NH농협은행은 읍면 단위까지 지점과 ATM이 있어 지방세, 상하수도 요금, 과태료 등을 납부하기 편리하다. 군청 및 읍면사무소에 설치된 무인수납기나 전용 창구도 군민의 시간과 노력을 덜어준다.
또한, 담양사랑카드(지역화폐)의 운영을 맡아 군민들이 손쉽게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각종 공과금 납부 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편의는 ‘기본’에 가깝다. 경쟁이 치열한 도시 지역에서는 금고 은행이 해당 지자체 주민만을 위한 특판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거나,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대출금리 추가 인하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4년간 담양군 금고가 군민을 위해 ‘편리함’을 넘어선,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한 사례가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랜 파트너’라는 이름에 걸맞게, 담양군민만을 위한 특별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려는 노력이 아쉬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 긍정적 영향은?
금고 은행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예산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특히 농업이 중심인 담양군에서 NH농협은행의 역할은 막중하다.
농업 금융 지원: 농번기 영농자금 대출,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 농산물 유통 및 판매 지원 등 농가의 경영 안정에 필수적인 금융 지원을 수행한다. 이는 지역의 근간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금고 은행은 지자체와의 협약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저금리 융자 상품(이차보전 사업 등)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담보력이 부족한 지역 업체들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역 자본의 선순환: 군의 예산과 군민의 예금이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을 통해 다시 지역 내 농가와 기업으로 대출되는 선순환 구조는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지역 밀착형 금융 지원은 시중은행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NH농협은행의 강점이며, 수십 년간 금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금고 지정으로 인한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협력사업비’와 사회공헌, 진정한 환원인가 전략적 투자인가?
금고 은행은 지정의 대가로 지자체에 ‘협력사업비’라는 이름의 기금을 제공한다. 이는 금고 선정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으로, 은행들은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협력사업비를 약속한다. 담양군 역시 이 재원을 통해 장학사업, 문화행사 지원,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친다.
NH농협은행 담양군지부는 지난 4년간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인재육성 장학금 기탁: 매년 담양군 인재육성재단에 장학금을 기탁하여 지역 학생들을 지원했다.
지역 축제 및 행사 후원: 담양대나무축제 등 지역의 대표적인 행사에 후원금을 지원하며 성공적인 개최에 기여했다.
취약계층 지원: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기탁, 농촌 일손 돕기, 복지시설 위문 등 꾸준한 나눔 활동을 실천했다.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은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순수한 사회공헌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고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군민의 세금을 관리하며 얻는 막대한 유무형의 이익에 비하면 사회공헌 규모가 충분한 수준인지, 협력사업비가 군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 수십 년간 담양군의 금고로서 안정적인 행정 지원과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 공로와 기여는 분명히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오랜 동행’이 ‘당연한 동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40년 독점 구조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받을 기회, 더 높은 이자 수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금고 선정에서 담양군과 군의회, 그리고 군민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금고선정심의위원회의 평가 과정을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게 공개하고, 막연한 ‘협력사업 계획’보다는 군 재정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금리 조건과 군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에 더 높은 평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우리 군의 곳간은 군수나 공무원의 것이 아닌, 바로 군민 모두의 것이다. 그 곳간을 채우고 지키는 일에 더 많은 군민이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살림살이는 더욱 넉넉해질 것이다.
송태주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