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억 출연금 오가는 군(郡) 금고,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지난 4년, 수익성보다 ‘지역 공헌’…차기 선정 깐깐한 잣대 필요 송태주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5년 10월 27일(월) 1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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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부터 다시 금고 업무를 시작한 강진군 금고의 지난 4년간의 명암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NH농협은행 강진군지부가 금고지기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으며, 군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을 주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4년간의 동행, 강진군 금고 현황과 지정 배경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는 「지방회계법」에 따라 4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원칙이다. 강진군은 지난 수십 년간 지역의 특수성과 주민 접근성을 고려해 NH농협은행 강진군지부(이하 농협은행)를 주금고로 지정해왔다. 특히 최근 5년을 돌아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의 금고 약정을 통해 농협은행이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금고 선정은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예규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주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등 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농업이 군 전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강진군에서 읍·면 단위까지 촘촘한 지점망을 갖춘 농협은행은 '주민 이용 편의성'과 '지역사회 기여도' 측면에서 타 금융기관 대비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장기적으로 금고지기의 자리를 지켜온 것으로 분석된다.
'초저금리'에서 '고금리'로... 롤러코스터 속 군 재정 수익 극대화는?
지난 4년은 금리가 극적으로 변화한 시기였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지는 '초저금리' 시대였다. 이 시기 군청의 여유자금을 보통예금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이자 수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었다. 반면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시중 예금금리가 4~5%대까지 치솟았다.
금고은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지자체의 '여유자금'을 운용해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강진군은 매년 발생하는 수백억 원의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했을까?
초저금리 시기에는 단기 정기예금, MMF(머니마켓펀드) 등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자금을 적극적으로 이동시켜 '파킹'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고금리 시기에는 반대로 장기 고금리 예금 상품을 선점하여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금고은행인 농협은행과 긴밀히 협의하여 금리 변동기마다 자금 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특히 고금리 시기에는 시중은행보다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약정을 통해 군의 이자 수익 증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금고 약정 시 지자체 예금에 대해 일정 수준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군민의 입장에서는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는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타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이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에 참여했다면, 강진군이 더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다가올 금고 선정에서는 '예금금리' 항목에 대한 더욱 날카롭고 객관적인 평가가 요구되는 이유다.
'혈관' 혹은 '산소' 같은 존재, 금고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강진군 금고에 예치된 군민의 세금은 단순히 은행 금고에 잠들어 있지 않다. 이 돈은 농협은행을 통해 지역경제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금고은행은 확보한 막대한 예탁금을 바탕으로 관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농업인들에게 대출을 실행한다.
특히 강진의 경우, 농업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이 지역경제의 사활을 좌우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4년간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영농자금 저리 융자 ▲농기계 구입 자금 지원 ▲스마트팜 시설 현대화 대출 등 다양한 특화 상품을 제공해왔다. 태풍이나 가뭄 등 자연재해 발생 시 긴급 피해복구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 역시 금고은행의 중요한 역할이다.
만약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시중은행이 금고로 지정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과연 강진의 농업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에 맞는 맞춤형 금융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에 뿌리를 둔 농협은행의 역할은 단순한 금고지기를 넘어 '지역경제의 동반자'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강진읍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박 모(58) 씨는 "코로나 때 힘들었을 때 농협에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겨우 버텼다"며 "아무래도 자주 보고 익숙한 은행이라 상담받기도 편하고, 지역 사정을 잘 알아주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 말했다.
피부로 느끼는 혜택, 주민 편의성과 사회공헌활동
군민들이 금고은행의 역할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은 단연 '이용 편의성'과 '사회공헌활동'이다.
강진군에는 농협은행 본점 외에도 읍·면 단위까지 지역 농·축협 지점들이 촘촘하게 분포해 있다. 어르신들이 많은 농촌 지역에서 지방세나 상하수도 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해 읍내까지 나와야 하는 불편을 크게 줄여준다. 이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혜택'이다. ATM 기기 역시 관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한다.
금고은행은 매년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의 기금을 강진군에 출연한다. 이 돈은 금고 유치를 위한 일종의 '대가'이지만,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군민들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온다.
농협은행은 지난 4년간의 약정 기간 동안 수십억 원에 달하는 협력사업비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것으로 파악된다.
인재 육성 장학사업: 매년 관내 저소득층 및 우수 학생 수백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지역의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지역 축제 및 문화행사 지원: 강진청자축제, 갈대축제 등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에 후원금을 지원하여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와 지역 홍보에 힘을 보탰다.
소외계층 지원: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김장나눔 행사, 명절 위문품 전달, 복지시설 환경개선 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했다.
농업 발전 기여: 고품질 쌀 생산 장려금 지원, 농업인 복지 증진 사업 등 농업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환원 사업도 병행했다.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은 군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고, 그 혜택이 고스란히 군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협력사업비 경쟁이 과열되어 '현금 살포'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고은행의 기여도를 단순히 출연금 액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의 4년, 강진군 금고에 바란다
지난 4년간 농협은행은 강진군 금고지기로서 지역 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안정적으로 군 재정을 관리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해왔다. 특히 농업 중심의 지역경제 구조와 고령 인구가 많은 특성을 고려할 때, 농협은행의 촘촘한 지점망과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장기 집권'은 '안주'를 낳을 수 있다. 다가오는 차기 금고 선정 과정에서 강진군은 더욱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첫째, 수익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금리 환경 속에서 군의 여유자금을 얼마나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이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운용 계획을 제시하는 은행에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
둘째, 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금고은행이라는 지위를 활용하여 강진군민만을 위한 예·적금 특판 상품이나 대출금리 우대 등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을 더 많이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사회공헌의 '질'을 높여야 한다. 단순한 현금성 기부보다는 청년 창업 지원, 귀농·귀촌인 정착 프로그램 연계, 디지털 금융 교육 등 강진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협력사업 모델을 제시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군민의 혈주머니를 책임지는 금고 선정은 군수나 몇몇 공무원의 결정이 아닌, 전체 군민의 이익을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강진군민들은 앞으로 4년간 우리의 살림을 맡아줄 '최고의 금고지기'가 누구일지 예리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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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주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