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축제·파격 지원… ‘1000만 관광 장성’ 눈앞 좀비런·오케스트라… 축제의 공식을 깨다 ‘여행 경비 지원’ 등 지갑 여는 파격 정책 올해만 881만 명,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장성 유우현 기자 hoahn01@hanmail.net

2025년 11월 19일(수) 10:30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의 문보트는 여행객의 '로맨틱함'을 담당하고 있다, 장성군 제공

장성군이 '1000만 관광시대'라는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성군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방문객 수는 약 88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4만 명(4%)이 증가했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장의 배경에는 기존의 틀을 깨는 참신한 콘텐츠와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춘 세심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40만 명의 발길을 이끌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는 장성군이 어떻게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K-콘텐츠’ 입은 축제… 좀비와 함께 달린 가을밤
올해 황룡강 가을꽃축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은 단연 'J(제이)-라이트 런'이었다. 이 행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K-좀비'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속 '저승사자' 캐릭터를 접목한 이색 달리기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좀비와 저승사자 분장을 한 진행요원들을 피해 황룡정원에서 황미르랜드, 연꽃정원을 거쳐 돌아오는 2.5km 코스를 완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록 경쟁이 아닌,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증명하듯 500명 모집에 1500명에 가까운 지원자가 몰리며 시작 전부터 흥행을 예고했다.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신나는 전자음악(EDM)에 맞춰 준비 운동을 마친 뒤 출발 신호와 함께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갔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좀비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때마다 참가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리기가 끝난 후에는 경품 추첨과 EDM 댄스 파티, '트로트 황태자' 박지현의 축하 무대가 이어져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내년에는 참여 인원을 늘리고 콘텐츠를 보완해 더 재미있고 짜릿한 'J-라이트 런'을 선보이겠다"라고 밝혔다.

오케스트라부터 ‘시크릿 오디션’까지… 문화 중심지로의 도약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의 혁신은 'J-라이트 런'에만 그치지 않았다. 축제 개막식에서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디즈니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연주하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가을밤 황룡강의 풍경과 어우러진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축제의 품격을 높였다.
축제 마지막 날 열린 '전군노래자랑-시크릿 오디션' 역시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노래자랑 형식에서 벗어나, TV 예능 프로그램처럼 스크린으로 참가자의 모습을 가려 호기심을 유발했다. 참가자들 또한 가수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았다는 후문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황룡정원, 홍담정원 등 아름답게 가꿔진 주제정원과 코스모스, 핑크뮬리, 팜파스 그라스가 만개한 강변은 방문객들에게 치유와 휴식의 시간을 선물했다. 향토식당 '먹거리 부스' 운영 방식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그라운드 골프장 부지에 좌석과 대형 그늘막, 특설무대를 마련해 편안한 식사 환경을 제공했으며, 환경을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면서도 반납 장소를 적절히 배치해 불편을 줄였다. 특히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도록 식당마다 '진동벨'을 지원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축제는 9일간 약 4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25 장성 방문의 해’, 체계적인 정책이 성공을 이끌다
황룡강 가을꽃축제의 성공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2025 장성 방문의 해'라는 체계적인 관광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장성군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2월 선포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먼저 29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장성 출신 인플루언서 '감스트'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감스트는 방송 광고에 재능 기부로 출연하는 등 장성 알리기에 힘을 보탰다.
방문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지원 사업들은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쏠쏠한 장성 여행 경비 지원'은 타 지역 방문객이 장성 내에서 숙박이나 식당 등을 이용한 내역을 증빙하면, 지원 조건에 따라 최대 20만 원 상당의 장성사랑상품권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용 요금의 50%를 군이 지원하는 '고객 맞춤형 관광택시'와 축령산 등산객이 주차 장소로 편리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택시를 무료로 지원하는 '명품숲 투어 어게인'은 여행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장성 최초로 개최된 전남체전과 전남장애인체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장성 관광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실제로 양대 체전이 열린 4월과 5월에는 지난해보다 약 10만 명이나 많은 방문객이 장성을 찾았다. 혁신적인 콘텐츠와 맞춤형 정책으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장성군이 '1000만 관광시대'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