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남창계곡, 물과 숲이 지키는 사계절 힐링 생태 피서지 내장산 품은 여섯 골짜기, 장성 8경 제4경의 숨은 비경 몽계폭포·자연관찰로·입암산성 잇는 사계절 트레킹 코스 취사 없는 ‘조용한 피서’…주민 참여형 생태관광 거점으로 박희정 기자 hoahn01@hanmail.net

2025년 11월 19일(수) 11:24

남창계곡, 장성군문화관광홈페이지

장성군 북하면 남창로 일대에 자리한 남창계곡은 내장산국립공원 남창 지구에 속한 대표 여름 피서지이자 장성 8경 가운데 제4경으로 꼽히는 명소다. 입암산 자락을 따라 흘러내리는 맑은 물줄기와 깊은 숲이 어우러져, 한여름에도 계곡물에 발만 담그면 금세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광주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 덕분에 주말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트레킹 동호인들이 꾸준히 찾는다.

남창계곡의 시작점은 전남대학교 임업수련원과 입암산성 홍보관이 자리한 남창계곡 입구다. 한국관광공사 지역관광정보와 장성군 문화관광 누리집에 따르면 이 일대는 해발 600m 안팎의 봉우리들 사이로 형성된 골짜기들에서 물이 모여들며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구조다. 상류에는 바위가 깊게 패인 소(沼)가 길게 이어지고, 중·하류에는 넓적한 암반과 자갈밭이 펼쳐져 어린아이도 비교적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주변에는 참나무, 소나무,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여름철에도 햇볕을 거의 느끼기 어렵다.

이 계곡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섯 갈래 골짜기가 하나의 물줄기로 합쳐지는 구조다. 장성군이 소개하는 남창계곡 안내를 보면 산성골, 은선동, 반석동(새재계곡), 하곡동, 자하동, 내인골 등 이름도 다른 여섯 계곡이 십여 리에 걸쳐 이어진다고 적고 있다. 골짜기마다 물길의 폭과 깊이가 달라, 어느 구간에서는 얕은 여울을 따라 아이들이 튜브를 타고 미끄러지고, 다른 구간에서는 무릎을 훌쩍 넘는 소가 형성돼 성인들이 물속에 몸을 담그고 쉬어가기 좋다. 계곡을 따라 불규칙하게 솟은 기암괴석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남창계곡의 비경으로 꼽히는 몽계폭포도 빼놓을 수 없다. 입암산 상왕봉과 사자봉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두 단으로 꺾여 떨어지는 이 폭포는 수량이 풍부한 여름이면 흰 포말을 일으키며 절벽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전남도가 여름 계곡 피서지로 남창계곡을 추천할 때마다 몽계폭포 사진을 함께 실을 만큼 상징적인 풍경이다. 폭포 앞 넓은 암반 위에 앉으면 물보라가 미세한 안개처럼 얼굴을 스치고, 주변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어우러져 천연 냉풍기를 켜놓은 듯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남창계곡은 단순히 물에 몸을 담그는 피서지를 넘어, 숲과 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도 이름이 높다. 계곡을 따라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된 은선골 탐방로는 약 1km 구간 동안 턱이나 계단을 최소화한 데크와 흙길을 번갈아 배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길 옆에는 계곡 생태와 수목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숲 해설을 듣는 효과를 얻는다. 비 온 뒤 물살이 빨라지는 날에는 일부 구간 통제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즐기는 가족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입암산성을 향하는 산행 코스 역시 남창계곡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남창계곡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한 시간 남짓 오르면 고려 시대 포곡식 석성인 입암산성에 닿는다. 해발 600m가 넘는 능선을 따라 15km 안팎으로 이어지는 성곽에 올라서면 남창계곡과 백양사 계곡, 장성호 방향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에 자리한 입암산성은 국가 사적 제384호로 지정된 호남 지역의 대표 산성으로, 몽골 침입과 임진왜란, 정유재란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지키는 요새로 활용되던 곳이다. 오늘날에는 울창한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산책길로 변해 남창계곡 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계곡 주변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입구에는 넓은 공영주차장이 조성되어 있고, 여름 성수기에는 평상 대여와 닭백숙, 민물매운탕 등을 내는 음식점들이 손님을 맞는다. 최근에는 남창계곡 인근에 글램핑장과 펜션, 카페 등이 들어서 계곡 물놀이와 숙박, 바비큐를 한 번에 즐기려는 젊은 여행객들도 늘고 있다. 다만 이곳은 내장산국립공원 보호 구역인 만큼 취사와 야영, 음주, 쓰레기 투기 등은 엄격히 제한되며, 국립공원공단은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계곡 출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생태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남창계곡을 찾는 이들이 먼저 감탄하는 것은 숲의 밀도다. 계곡 양편을 가득 메운 참나무와 소나무, 삼나무 숲은 여름 한낮에도 촘촘한 그늘을 만들어 자연 에어컨 역할을 한다. 장성군과 국립공원공단은 이 숲을 단순 조망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태 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창계곡 자연관찰로를 정비했다. 내장산국립공원 입암산 코스 중 약 700m가량 이어지는 자연관찰로에는 산새와 곤충, 수서 생물, 계류 식물 등을 소개하는 설명판이 촘촘히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직접 보고 읽으며 자연과 친해질 수 있다. 나무 사이사이에 놓인 벤치와 전망 데크에서는 계곡과 숲이 함께 담기는 사진을 찍기 좋아, 휴대전화만 들고 걸어도 자연스럽게 ‘남창 인증샷’이 완성된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남창계곡이 가진 매력이다. 이른 봄에는 입암산 자락에 남은 눈이 서서히 녹으며 계곡물의 수량이 늘고, 연둣빛 새잎이 물가를 채운다. 여름이면 전남도가 선정한 대표 계곡 피서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놀이 용품을 든 가족과 친구들이 계곡마다 작은 피서지를 꾸민다. 가을에는 백암산 단풍이 수면에 비쳐 한층 더 깊은 색감을 만들어내고, 겨울에는 얼어붙은 소와 폭포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아 차분한 정취를 자아낸다. 같은 자리를 찾아도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일부 주민들은 “남창계곡 네 번 보면 장성을 안다”는 말로 이곳을 소개한다.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계곡인 만큼 이용 수칙도 꼼꼼히 지켜야 한다. 남창계곡 대부분 구간은 평소에는 출입이 제한되고, 생태 훼손을 줄이기 위해 여름 피서철에만 한시적으로 일부 구간이 개방된다. 계곡 안에서의 취사와 야영, 음주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나뭇가지를 꺾거나 돌을 쌓아 물길을 바꾸는 행위 역시 단속 대상이다. 장성군과 국립공원공단은 “쓰레기를 되가져가기”와 “큰 소리로 노래를 틀지 않기” 같은 기본 에티켓을 강조하며, 남창계곡을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한 ‘조용한 피서 문화’를 주민들과 함께 확산시키고 있다.

남창계곡은 장성 사람들에게는 생활 속 휴식처이기도 하다. 인근 북하면과 장성읍에 사는 주민들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이 되면 퇴근길에 잠시 들러 발을 담그거나, 주말 새벽에 계곡을 따라 입암산성까지 오르내리며 건강을 챙긴다. 계곡 인근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온 상인들은 “어릴 때 물장구치던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자녀의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창계곡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기억의 공간이자 지역 공동체를 이어주는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남창계곡 여행을 알차게 즐기려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코스를 짜보는 것도 좋다. 아침에는 남창계곡 자연관찰로를 따라 가볍게 숲길을 걸으며 산책을 즐기고, 점심에는 계곡 인근 식당에서 닭백숙이나 산채정식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다. 오후에는 백제 무왕 33년에 창건된 천년고찰 백양사를 찾아 사찰 경내를 둘러본 뒤,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장성호수변길 데크를 걸으며 호수 풍경을 감상하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황룡강 생태공원과 필암서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더해 ‘문불여장성’의 역사와 자연을 한 번에 체험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남창계곡을 찾을 때는 계곡 특유의 안전 수칙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곳은 물이 맑고 수심이 전반적으로 얕은 편이지만, 전날 많은 비가 내렸다면 평소보다 수위가 높아지고 바닥이 미끄러워질 수 있다. 장성군과 소방당국은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예보된 날에는 계곡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으며, 우기 동안 위험 구간을 중심으로 안전 안내판과 구명부표를 추가로 설치해 관리에 나서고 있다. 방문객 입장에서는 구명조끼와 미끄럼을 방지하는 아쿠아슈즈, 여벌의 옷과 비상약 정도만 챙겨도 안전과 편안함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약자와 함께라면 물 깊이에 상관없이 항상 보호자의 손을 잡고, 계곡 한가운데보다는 가장자리의 완만한 구간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 좋다.

남창계곡은 화려한 시설이나 인위적인 이벤트 대신, 물소리와 바람, 숲 냄새만으로 승부하는 정직한 자연 휴식처다. 이곳의 가치는 손대지 않은 자연을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 장성군이 남창계곡을 앞세워 친환경·생태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름철 피서지로, 아이들의 생태 체험장으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의 힐링 산책로로 남창계곡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탐방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조용히 흐르는 물처럼,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쉼을 원하는 이들에게 남창계곡은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전주 등 대도시에서의 접근성도 남창계곡의 강점이다. 호남고속도로 장성나들목에서 백양사 방면으로 20여 분만 달리면 남창계곡 입구에 도착할 수 있고, 장성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20분 내외에 닿는다. 주차장과 계곡 사이 거리가 짧아 짐이 많은 가족 단위 피서객도 큰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장성군이 운영하는 문화관광 홈페이지(jangseong.go.kr/home/tour_new)와 한국관광공사 방문코리아포털(http://www.visitkorea.or.kr)에서 제공하는 안내를 참고하면 계곡 출입 가능 시기와 탐방로, 주변 관광지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성군은 앞으로도 남창계곡의 난개발을 막고 생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용 구역과 보전 구역을 세밀하게 구분하는 한편, 계곡 인근 마을과 연계한 주민 참여형 관광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주민 소득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행정과 주민, 탐방객이 함께 힘을 모을 때 남창계곡은 장성군을 대표하는 생태관광 거점으로 한층 더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