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어젠다 없다면, 시장·군수직 도전하지 말라”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시장·군수 나와야… 틀을 깨는 파괴적 혁신 기존의 방식으로는 속도감 있는 현시대에 도태될 뿐 확고한 행정 철학만이 미래 비전 제시 가능케 해… 강병석 기자 hoahn01@hanmail.net

2025년 12월 18일(목) 14:55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나노 바나나)

현대사회는 급변하는 시대다.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변덕스러운 미래일수록 일관성 있는 수장의 행정 철학이 절실하다.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 위기 속 결단, 한계를 넘어선 비전 제시가 없다면 도태될 뿐이다. 준비되지 않는 사람이 수장의 자리를 맡아서는 안 된다. 혁신 의지가 없고 역량이 부족하다면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 수장은 무거운 자리다. 주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고 결과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리더의 준비되지 않고 확고한 원칙이 부재된 상태에서 내린 판단 착오들은 지역의 퇴보이며, 피해는 주민이 온몸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용인경전철은 부풀린 수요 예측과 무리한 협약으로 시민 혈세를 낭비했다. 시민 이익을 최우선 하는 확고한 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잼버리 또한 부실한 준비와 대응으로 국제적 신뢰와 지역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대형 기획을 관통하는 일관된 행정 원칙이 없었던 탓이다.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지역의 미래를 수년, 수십 년 묶는다.

◇ 지방 수장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지금은 지역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다. ‘국가와 세계 속에서 우리 지역이 어떤 위치로 가야 하는가?’ 이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철학 없는 리더는 일관성이 없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고 중앙 정책 변화에 따라 정책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단순한 행정적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주민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기반 시설 확충을 넘어, 지역 사회를 이끌어갈 가치와 방향을 설득해야 한다. 확고한 운영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은 리더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 ‘담대한 어젠다’로 혁신해야 한다
지방은 위기다. 지방 소멸시대에 늘 하던 대로만 하는 건 직무 유기다. ‘예산이 부족하다.’, ‘중앙 권한이 너무 세다.’와 같은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지방의 미래를 생각하는 수장이라면 정치 생명을 걸고 중앙 정부와 싸울 배짱이 있어야 한다. 지금 지방에 필요한 건 일회성 개선이 아니다. 틀을 깨부수는 파괴적 혁신이다. 타 지자체를 모방하는 고만고만한 정책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안정’을 핑계로 혁신을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는 단기 치적, 전시 행정보다는 근본적인 시스템을 뜯어고칠 혁명가가 필요하다. 혁명가는 지금까지 걸어온 관성을 깨는 ‘담대한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수장의 덕목이다.

◇ 관행을 부수는 과감함이 리더의 격(格)
혁신은 실체다. 어디서 베껴온 듯한 ‘글로벌 OO’, ‘스마트 OO’ 같은 뻔한 구호 속에는 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거대한 담론이나 철학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창성 없는 모방 정책에서는 미래가 없다. 영혼 없는 행정 대신 뚜렷한 비전이 필요하다. 절대로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재명 성남시장이 보여준 '보편적 복지 실현'의 어젠다를 보라. 그는 부정부패와 예산 낭비를 막아 마련한 재원으로 '청년배당'과 '무상교복'을 지급해 시민의 기본권을 과감히 확대했다. 더 나아가 이 복지 예산을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만 지급하도록 설계해, 대형마트로 빠져나갈 돈을 골목상권에 강제로 돌게 만드는 치밀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관행을 깨고 예산의 흐름을 바꿔 주민이 체감하는 이익으로 돌려주는 것. 이 정도의 과감한 혁신, 주민의 실질적인 삶을 바꾸는 이 '실체'야말로 행정 철학의 구체화이자 리더의 격(格)이다.

◇ ‘단기 치적’, ‘공천 경쟁’이 아닌 군민을 위한 본질을 봐야 한다
‘옆 동네에서 했으니 우리도 한다.’식의 모방성 정책, 사진찍기 좋은 조형물, 유사한 관광시설 등은 예산의 낭비다. 이 ‘단기 치적’만이 표가 된다고 믿는 낡은 사고방식이 여전히 행정을 지배한다. 이는 철학 없이 선거에 나서는 ‘정치꾼’들의 뻔한 셈법과 다를 바 없다. 정치꾼들은 ‘담대한 혁신’의 험한 길 대신, 무난한 길을 택한다. ‘시민의 냉정한 평가’보다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심기’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역 내 조직표를 관리하고 공천 경쟁에만 몰두하는 동안, 군민을 위한 진짜 자치는 밀려난다. 지역의 미래보다 오직 자리에 오르기 위해 본질을 외면하는 자에게는 지방의 미래를 결코 맡길 수 없다.

◇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당신이 받아온 공천장이 아니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에겐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행정가)가 절실하다. 눈앞의 표심보다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개혁하고 기득권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 임기 중에 완공하지 못하더라도 좋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묵묵히 기초를 다져야 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당신이 받아온 정당의 공천장이 아니다. 묻고 싶다. 당신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가, 아니면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가.

‘혁신의 어젠다’가 없다면 도전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