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빠삐용Zip, 지구인 갱생구역으로 재탄생한 교정문화 공간

징벌의 공간을 공론장으로 재해석하다
관람객 참여로 전시 의미가 확장되다
지역 인문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3월 03일(화) 09:34
전시관 내부에 근현대사 연대기와 사진 자료가 배치되며, 관람객이 시대별 이야기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사진=장흥군]
옛 교정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국내 유일의 실물 교도소 복합문화공간 빠삐용Zip이 지역 인문학 관광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된 이 공간은 교정의 역사와 형벌 제도의 변천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해 관람객에게 색다른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올해 실시된 ‘빠삐용Zip이 묻고, 관람객이 답하다’ 프로그램은 과거 ‘징벌’의 장소였던 교도소를 ‘공감과 성찰’의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관람객이 사회적 이슈에 직접 의견을 남기며 참여하는 방식은 전시의 역할을 넘어 공론장의 기능까지 수행한다는 평가다.

장흥군은 “관람객이 단순한 방문객을 넘어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며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문학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 속에 빠삐용Zip은 K-콘텐츠 촬영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 교정시설의 기억을 공감의 문화로 바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유휴공간 재생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빠삐용Zip은 기존 교도소의 구조와 동선을 최대한 보존해 장소가 담고 있던 시간의 밀도를 살렸다. 단순한 ‘옛 건물 활용’ 수준을 넘어 교정시설이 지닌 사회적 메시지를 전시와 체험으로 풀어내며 문화공간으로서 기능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운영 중인 ‘교정역사전시관’은 근대 형벌 제도와 수형자 생활상을 실물 자료와 시각 콘텐츠로 구성해, 관람객이 시대별 교정 철학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설계됐다. 범죄와 처벌을 다루는 전시지만 자극적 요소보다 사회적 구조와 인권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교정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테마별로 구성된 ‘테마관’은 공간의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전시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형벌, 속죄, 존재의 의미, 자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 등이 다양한 예술적 방식으로 표현돼 관람객 스스로 사유의 방향을 설정하도록 유도한다. 전시를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문제 제기’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 공간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콘텐츠는 올해 진행된 참여형 프로그램 ‘빠삐용Zip이 묻고, 관람객이 답하다’다. 과거 징벌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이 참여 프로그램은 형벌의 역사를 다루는 전시의 연장선에서, 오늘날 우리가 고민해야 할 사회적 질문을 관람객에게 다시 던진다. 의견을 남기는 행위 자체가 ‘참여 민주주의’의 작은 실천이 되고, 그 집합적 기록이 전시 일부로 남아 공간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관람객이 함께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참여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이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인문학적 콘텐츠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기조는 빠삐용Zip이 단순 체험형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 인문학적 담론을 생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옛 교정시설 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진행자의 안내에 맞춰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사진=장흥군]

■ 문화재생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하다

빠삐용Zip의 가치는 단순히 ‘독특한 관광지’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교정시설이 지닌 무거운 이미지와 사회적 의미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현재의 사회적 논의와 문화 경험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생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공간은 방문객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전시·체험·휴식 요소를 균형 있게 배치하고 있다. 교정시설의 차가운 구조는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하되, 전시물과 안내 콘텐츠는 친절하고 명료하게 구성해 관람 난도를 낮췄다. 과거의 폐쇄적 공간이 열린 소통의 장으로 바뀌며 지역 주민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더불어 빠삐용Zip은 K-콘텐츠 촬영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건축 구조와 공간 배치 덕분에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며 콘텐츠 산업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촬영 이후 관광이 이어지는 ‘콘텐츠 트래블’ 흐름과 맞물려 방문객 수 증가 효과도 나타났다.

지역 차원에서는 빠삐용Zip을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벨트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장흥군은 교정시설이라는 특수 공간이 가진 스토리텔링 자원을 인문학적 관광 자원으로 확대해, 지역 전반의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을 통해 공간 자체가 ‘배움과 치유, 성찰의 상징’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방향이다.

빠삐용Zip의 전시와 프로그램 전반에는 ‘치유·회복·갱생’의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른다. 이는 교정의 본래 목적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한 접근으로, 관람객에게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공간이 가진 무게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긍정적 메시지를 이끌어내는 점은 이 시설이 단순한 재생 공간을 넘어선 이유다.

■ 주변에서 즐길 거리와 지역 먹거리

빠삐용Zip을 둘러본 뒤 이어지는 장흥군 일대의 볼거리와 먹거리도 여행의 만족도를 높인다. 인근에는 편백 숲으로 유명한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가 위치해 자연 속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숲속 산책로와 치유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교정시설 탐방 후 심리적 여운을 자연 속에서 가볍게 정리하기 좋다.

먹거리로는 장흥의 대표 특산물인 한우와 표고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장흥토요시장 인근 식당가에서는 신선한 한우 구이를 합리적 가격에 맛볼 수 있으며, 표고버섯을 활용한 전골과 다양한 향토음식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바다 인접 지역답게 회, 장어구이 등 해산물 요리도 다양해 방문객의 선택 폭이 넓다.

빠삐용Zip 탐방에 주변 자연과 지역 음식까지 더하면 ‘사유·치유·경험’이 조화를 이루는 완성도 높은 여행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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