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주암호변 왕벚꽃길 ‘보성벚꽃축제’

주암호 5.5km 왕벚꽃나무터널
대원사까지 잇는 분홍 산책길
걷기·공연·체험으로 봄을 채워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3월 03일(화) 10:22
주암호 벚꽃길에서 축제 관광객들이 봄 정취를 즐기고 있다. [사진=보성군]
전남 보성군 문덕면 주암호변 ‘보성왕벚나무터널’에서 봄을 알리는 ‘보성벚꽃축제’가 열린다. 호수를 따라 5.5km 이어지는 길 위로 왕벚나무 가지가 서로 맞물리며 자연스러운 꽃 아치를 만들고, 지난 1980년부터 심어온 4천여 그루가 한꺼번에 피면 길 전체가 분홍빛으로 번진다. 바람이 스치면 꽃잎이 비처럼 흩날리고, 주암호의 물빛과 겹쳐져 남도 봄을 상징하는 장면을 완성한다.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도 알려져 드라이브 명소로 꼽히지만, 축제의 매력은 차창 밖 풍경을 스쳐 보내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누리는 데 있다. 터널 초입은 가지가 낮게 내려와 꽃이 얼굴 가까이 다가오고, 중간 구간부터는 호수 쪽 시야가 열리며 ‘꽃과 물’이 함께 프레임에 담긴다. 같은 길이라도 걷는 방향과 시간대에 따라 빛과 원근이 달라져, 한 번의 산책으로도 전혀 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행사장은 군립백민미술관 광장 일대에 마련돼 걷기 이벤트,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하루 동선으로 이어진다. 축제 기간에는 일부 구간을 차 없는 길로 운영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해 혼잡을 줄이며, 방문객이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동선을 관리한다. 일정과 세부 프로그램은 개화 시기와 현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보성군 공식 채널 안내를 확인하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대원사 왕벚나무터널이 만개한 벚꽃으로 뒤덮여 봄의 장관을 펼치고 있다. [사진=보성군]

■ 무대가 열리면 봄이 깊어진다

축제의 중심은 군립백민미술관 광장 일대 주무대다. 문덕면민회와 보성벚꽃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해, 풍물놀이로 분위기를 열고 국악·트로트·라인댄스 등 지역 예술인 공연을 이어간다. 관람형 무대만 이어지지 않고, 마술쇼나 노래자랑처럼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순서도 배치돼 현장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프로그램 사이사이에는 사회자가 벚꽃길 포인트와 안전수칙, 셔틀 이용 안내를 전하며 초행 방문객의 움직임을 돕는다.

무대 주변에는 포토존과 휴식 공간이 함께 마련돼 공연을 보고 곧장 꽃길로 나가 사진을 남기거나, 잠시 앉아 쉬었다가 다시 산책을 이어가기 좋다. 아이들은 앞쪽에서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고, 어르신들은 뒤쪽에서 여유롭게 관람하며 각자 속도로 즐기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축제의 재미는 ‘오래 붙잡고 보는 공연’이라기보다 ‘걷는 축제의 리듬을 채우는 무대’에 가깝다. 그래서 한 번 보고 끝내기보다, 꽃길을 걷다 다시 돌아와 또 한 번 들르는 식으로 하루가 부드럽게 연결된다.

축제 기간에는 행사장 입구 주차장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해 차 없는 벚꽃길을 만든다. 주차장에서 왕벚나무터널을 따라 행사장까지는 도보로 약 25분, 셔틀로는 약 3분 정도가 소요되는 방식으로 안내돼 왔다. 체력에 따라 걷기와 셔틀을 섞어 이동할 수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사람의 흐름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길 한가운데를 오래 점유하지 않고, 보행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지점에서 짧게 촬영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이와 함께라면 손을 꼭 잡고 이동하며, 잠깐 멈출 때도 도로 가장자리로 바짝 붙는 편이 좋다.

■ 체험·장터·전시로 채우는 ‘걷는 축제’

행사장 곳곳에는 체험 부스와 전시 코너가 들어서 ‘보성의 봄’을 손끝으로 느끼게 한다. 아이들에겐 캐릭터 퍼포먼스, 달고나 뽑기, 풍선아트 같은 놀이형 프로그램이 인기이고, 가족 단위 방문객은 스탬프 미션이나 즉석 사진 이벤트처럼 함께 참여하는 장치를 선호한다. 지역 생산자가 직접 운영하는 특산품 판매장에서는 제철 농산물과 가공품을 만날 수 있고, 보성 녹차 무료 시음 같은 체험은 ‘차의 고장’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남긴다. 동호인 목공예 전시,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담은 사진전 등 생활문화 프로그램이 더해지면 축제는 단순한 구경을 넘어 지역을 읽는 시간이 된다.

산책과 사진을 제대로 남기려면 ‘시간과 동선’이 핵심이다. 오전에는 호수에서 올라온 옅은 물안개가 꽃을 부드럽게 감싸 대비가 낮아지고, 해 질 무렵에는 역광이 꽃잎 가장자리를 투명하게 밝혀 터널의 깊이가 살아난다. 바람이 강한 날은 꽃잎이 한꺼번에 떨어져 절정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어, 가능하다면 바람이 잦아드는 시간대를 고르는 편이 좋다. 비가 온 뒤에는 길가 물웅덩이에 벚꽃이 비쳐 ‘거울 사진’을 만들기 좋고, 호수 쪽으로 시선이 열리는 지점에서는 물빛과 분홍빛을 함께 담을 수 있다.

편도 5.5km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가벼운 운동화와 물, 간단한 간식을 챙기면 체력 부담이 줄고, 호숫가 바람이 생각보다 서늘할 수 있으니 얇은 겉옷을 준비하면 체감이 달라진다. 체력이 부담된다면 일부 구간만 걷고 셔틀로 이동을 분산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꽃가지를 손으로 대거나 흔들면 다음 꽃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눈과 발로만 조용히 즐기는 태도가 이 길을 오래 아름답게 남긴다.

■ 주변 볼거리·먹거리까지 묶는 보성 봄 코스

벚꽃터널 산책을 끝내고 나면 코스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길 끝자락에는 대원사와 티벳박물관이 있어 ‘꽃길 산책’을 사찰·문화 산책으로 확장하기 좋다. 고요한 사찰 진입로와 축제의 활기가 대비되면서, 하루에 두 가지 봄을 경험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더 낼 수 있다면 미력면~복내면 구간의 메타세쿼이아길, 계단식 녹차밭, 율포솔밭해수욕장까지 연결해 보성의 봄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먹거리는 보성다운 선택이 무난하다. 녹차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는 가벼운 휴식으로 좋고, 읍내나 인근 식당가로 이동하면 제철 나물과 한정식, 해산물 메뉴 등으로 든든한 한 끼를 채울 수 있다. 장터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가공품을 소량으로 사서 차 안 간식으로 챙기면 여행의 여운이 길어진다. 다만 현장 운영과 프로그램, 교통 통제 방식은 매년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해 동선을 미리 그려두면 더 편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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