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전라병영성 축제, 600년 성곽에 활기 불어넣다

군사도시 흔적이 살아있는 현장
역사체험으로 새롭게 빛난 공간
퍼레이드와 체험 먹거리의 향연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3월 03일(화) 11:32
푸른 하늘 아래 전통 단청으로 단장한 병영성 누각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강진군]
강진 병영면 전라병영성은 조선 전라도·제주 군사권을 총괄하던 핵심 지휘부가 있던 자리다. 성벽은 길이 약 1060m의 폐쇄형 구조로, 마을 한복판을 둘러싸며 지금도 ‘군사 도시’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돌과 흙을 섞어 쌓은 성체는 단순 유적을 넘어 행정·군사 기능이 집약된 공간의 무게를 보여준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은 전라병영성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 중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전라병영성은 서양에 조선을 처음으로 비교적 자세히 소개한 기록으로 알려진 ‘하멜표류기(하멜일지)’의 주인공 헨드릭 하멜 일행이 머물렀던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하멜이 조선시대 1656년부터 1663년까지 약 7년간 강진 병영 일대에 머물렀고, 전라병영성 인근에는 이를 기념하는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도 조성돼 역사 관광의 결을 더한다.

매년 봄 이 성곽은 거대한 야외무대로 변한다. 전라병영성 축제는 성 안 공간을 ‘조선의 하루’로 재구성해 관람객을 역사 장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입성식 퍼레이드가 축제의 첫 문을 열면 전통무예, 전통연희, 마술공연, 음악콘서트까지 무대가 이어지고, 성 안 곳곳의 체험존은 아이·청소년·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축제는 ‘보는 행사’를 넘어 ‘직접 참여하는 역사 현장’이라는 성격을 강화했고, 강진군은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체류형 방문객 확대를 노리고 있다.

■ 성곽이 증명한 ‘전라도 군사수도’의 무게

전라병영성의 본질은 ‘군령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왜구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전라·제주 일대의 군사 지휘체계를 정비했고, 그 핵심이 강진 병영면으로 이동하면서 강진은 단숨에 군사·행정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성곽은 이를 둘러싼 정치·군사 구조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자료에 따르면, 전라병영성은 성벽 높이 약 3.5m, 내부에 객사·장청·창고·연못·지휘부 건물 등이 배치된 구조로 조선 군사도시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군사도시’의 위상은 하멜 일행의 체류 기록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비친다. 하멜은 조선 사회의 제도·군사·풍속을 관찰해 유럽에 전달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머문 병영 일대는 조선의 군영 운영과 지방 통치가 작동하던 현장으로 오늘의 전라병영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읽게 만든다.

축제는 이 유산을 단순 ‘소개’ 수준에서 끝내지 않는다. 성 안에는 조선식 시장과 주막이 재현돼 관람객에게 시대적 분위기를 직감적으로 전한다. 성곽 밟기 프로그램은 해설과 공연을 동시에 운영해 “왕명과 군령이 오가던 길”을 몸으로 경험하게 한다. 강진군청은 이를 “전라병영성의 구조와 의미를 시각·청각·동선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핵심 콘텐츠”로 소개한다.

전라병영성이라는 지명 자체도 역사적 상징성을 강화한다. 강진군은 전라병영이 옮겨오며 강진의 행정과 군사 기능이 본격화됐다고 밝히고, 축제는 이런 배경을 입성식과 행렬 퍼레이드로 시각화한다. 조선 군사부대의 입성 장면을 현대적 공연 방식으로 재해석해 관람객 흐름을 집중시키는 장치다. 축제 무대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강진의 도시 정체성을 만든 원점”을 보여주는 상징 행위로 기능한다.

전라병영성의 가치가 강진 관광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전라병영성 일대는 유산 보존과 관광 활성화를 결합하는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하멜기념관 등 인근 자원과의 연계는 답사·교육형 관광 확장에도 힘을 보탠다.
어린이들이 전통 병영 체험장에서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치며 조선시대 군사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강진군]
전통 군복을 차려입은 기마 장수가 행렬 선두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며 병영 행진을 이끌고 있다. [사진=강진군]

■ 퍼레이드로 열고, 체험·먹거리로 머무르게 한다

전라병영성 축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세대 간 단절 없는 동선 설계’다. 축제는 입성식 퍼레이드를 중심축으로 잡고, 전통연희·전통무예·마술·음악공연을 메인무대에 배치했다. 퍼레이드는 조선 군영의 위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현대적 리듬을 더해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행사장 중심으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참여형 콘텐츠는 축제의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는 핵심 장치다. 전통무기 체험, 활쏘기, 갑옷 착용, 성곽 탐험 미션 등은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성곽과 병영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구성됐다. 어른은 군사도시의 규칙과 유산의 질서를 읽고, 청소년은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경험하는 구조다. 강진군청은 “단순 관람형 축제에서 벗어나 전체 공간을 체험 교실로 확장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하멜의 길’ 같은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 체험의 밀도는 더 높아진다. 전라병영성 일대는 조선의 군사도시를 ‘재현’하는 동시에, 하멜이라는 외부인의 시선이 스쳐 간 ‘기록의 공간’이기도 하다. 축제가 제공하는 조선시장·주막 콘셉트는 하멜이 체류했던 시대의 생활상을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먹거리 존 역시 축제 성격에 맞춰 기획됐다. ‘병영성 주막’, ‘조선 병사 밥상’ 등은 전통 요소를 현대 식문화를 통해 재해석한 것으로 ‘콘셉트 기반 체험’으로 자리 잡았다. 관람객은 성 안 시장을 걷듯 이동하며 음식을 고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축제 공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는 지역 농특산물 소비 확대와도 직결돼 지역 경제 효과를 높인다.

운영 효율화도 눈에 띈다. 강진군은 지난해 축제 기간 군청~전라병영성 셔틀버스를 운영해 접근성을 높였다. 주차 부담을 줄이고 가족 단위 방문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조치다. 행사 동선, 체험 예약 방식, 안전관리 매뉴얼도 공개해 축제의 현장 운영 체계를 세분화했다. 이런 방식은 지역축제가 ‘품질 경쟁’ 시대로 들어섰음을 상징하는 흐름이다.

전라병영성 축제는 강진의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 문화콘텐츠로 확장해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한 사례로 꼽힌다. 축제가 성곽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의미를 시민과 방문객의 경험으로 이어주는 통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여기에 강진군의 ‘강진 누구나 반값여행’이 더해지면 체류형 관광 효과는 한층 커진다. 강진 관외 거주 관광객이 여행 하루 전까지 사전 신청한 뒤 강진 관광지 2곳 이상 방문 등 조건을 충족하면, 강진에서 쓴 비용의 50%를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Chak 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환급 한도는 개인이 3만 원 이상 소비 시 최대 10만 원, 2인 이상 팀이 5만 원 이상 소비 시 최대 20만 원이다. 축제 관람이 자연스럽게 지역 소비·숙박·체험으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짜 놓은 셈이다.

알뜰한 여행을 찾는 흐름과 맞물리며 ‘가성비가 좋다’는 반응이 확산됐다. 이런 호평이 알려지자 다른 지자체들도 운영 방식과 성과를 문의하며 벤치마킹에 나서는 등, 강진형 관광정책이 확장될 여지도 커지고 있다. 이번 봄여행은 강진으로 향해보자. 전라병영성 축제의 역사 체험과 ‘누구나 반값여행’의 실속을 함께 누리면, 여행의 만족도는 더 커질 것이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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