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치료는 앞서가는데, 당신의 보장은 따라가고 있습니까 정희영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4월 10일(금) 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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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환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그만큼 가벼워지지 않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무거워졌다. 의술은 정밀해졌지만 계산서는 더 거칠어졌다. 생존의 가능성이 커질수록 치료비 부담도 함께 치솟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 “암보다 무서운 건 병원비”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비급여다. 첨단 치료일수록 건강보험 바깥에 놓인 경우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 기술의 발전은 곧 선택지의 확대여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통장의 잔고를 먼저 묻는 일이 돼 버렸다. 치료법은 있는데 비용 때문에 못 간다. 의사는 길을 제시하는데 환자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보다 더 잔인한 장면이 또 있을까.
문제의 핵심은 비급여다. 첨단 치료일수록 건강보험 바깥에 놓인 경우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 기술의 발전은 곧 선택지의 확대여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통장의 잔고를 먼저 묻는 일이 돼 버렸다. 치료법은 있는데 비용 때문에 못 간다. 의사는 길을 제시하는데 환자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보다 더 잔인한 장면이 또 있을까.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과거의 보험 상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암 진단비 몇천만 원쯤 들어놨으니 됐다”는 안도는 이제 낡은 계산일 수 있다. 예전에는 암 진단금이 곧 치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의료 환경은 다르다. 고액 비급여 치료가 이어지는 시대에 정액형 진단비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한 번의 치료, 몇 차례의 투약만으로도 수천만 원이 빠져나간다. 진단금은 시작에 불과하고, 진짜 싸움은 그다음부터다.
보험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진단 순간에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를 버틸 수 있느냐다. 한 번 지급하고 끝나는 구조보다, 수술·항암·방사선·통원치료 등 실제 지출에 대응하는 보장이 더 절실해졌다. 암은 단발성 사고가 아니라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재발하고, 전이되고, 다시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 환자와 가족을 지탱하는 것은 화려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 현실을 버티게 하는 현금 흐름이다.
희망은 기술이 준다. 하지만 그 희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준비다. 최첨단 치료가 눈앞에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돌아서야 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불운을 넘어 사회의 모순이다. 암 치료의 시대가 바뀌었다면 보장의 철학도 바뀌어야 한다. 정액 진단비에 머문 낡은 안심에서 벗어나 실제 치료비를 견디는 구조로 넘어가야 한다. 의학이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보험도 마땅히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준비 없는 희망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냉정한 점검이다.
정희영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