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진 전남버스…‘기름’ 넣어줄 지자체 ‘묵묵부답’ 전남버스, “지원 부족” VS 전남도 “중앙정부 요청, 반응 없어” 도산위기의 버스업계, 대출로 직원 급여 지급하는 실정 타 시도 100억원 대 지원하는데…전남도는 ‘어렵다’ 유우현·윤석민 기자 hoahn01@hanmail.net

2020년 11월 13일(금) 11:19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버스업계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국민들의 생활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반드시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남 버스업계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는 예산상의 이유로 특별재정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근 전라남도 버스업계는 말 그대로 ‘도산 위기’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지난 2월 이후, 정부의 대중교통 이용자제 권고로 인한 이용객 급감 때문이다. 승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은 물론 상황의 장기화로 고통이 배가 되고 있다.

전남버스조합 측에 따르면 2월부터 9월 말까지 8개월간 업계 매출액이 전년 대비 743억 원이 감소했다. 특히, 시외버스 감소액은 577억 원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금액이다. 이러한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누적 손실액은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후에도 코로나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휴업한 전세버스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광주에서 휴업한 전세버스는 모두 215대로 이는 전체 등록 버스의 ‘23.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전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남은 384대가 휴업을 신청해 휴업률이 25.1%에 달했다. 지난해 광주의 휴업 버스는 1대, 전남은 42대였다.

또한 노선버스 회사들은 적자 노선 확대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운송수입금 감소로 운행중단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노선버스 회사는 정부나 지자체의 인가 조건에 따라 필수적으로 운행을 유지해야 한다. 필수 유지노선은 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이용객이 적거나 아예 없더라도 버스 운행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들 노선에는 전남도가 적자 보전을 위해 재정지원금을 지급하지만 이 또한 전체 운행적자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자체들마저 연이어 지역축제를 취소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남 방문 관광객 수가 847만 명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33.6%가 감소한 탓이다. 각급 학교들의 견학, 체험학습 일정 취소로 전세버스와 버스 업체들에게 오는 타격은 더욱 클수 밖에 없다.

모 버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출을 받아 직원 급여를 지급해왔으나 그마저도 힘들어 임금을 체불하는 상황이다”며 “부도와 폐업을 걱정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밝히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 버스업계 자구책으론 역부족

전남 버스업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서민들의 교통편의 보장과 대중교통으로써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을 해나가고 있다. 30% 감축운행 및 운수종사원의 유·무급 휴직 등으로 운송비용을 절감하였다. 업계는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감축운행에 따른 운수종사원들의 실질적인 인건비가 약 30% 이상 감소되었다. 이마저도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임금삭감과 인적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고용불안과 노·사 갈등 심화로 대중교통인 노선버스의 운행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부족한 지원…전남도는 난처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공익 측면에서 유발된 사회적 손실을, 버스업계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전라남도는 올해 버스 재정지원금 401억 원의 90%를 상반기에 집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버스업계 측에 따르면, 전라남도의 버스 재정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매해 발생하는 손실금의 일부를 보전하는 것이다. 해당 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타 지자체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남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 도에서는 노선버스 특별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경상북도 104억 원 · 충청남도 110억 원 · 강원도 70억 원 · 충청북도 90억 원 · 전라북도 26억 원의 특별재정지원금을 우선 집행했다. 이는 버스운수종사원들의 인건비 지급 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전남도는 “금년 약 1,800억 원의 적자예산을 운영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예산이 편성돼 특별재정지원은 어렵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버스업계 측은 “대중교통수단인 노선버스가 운행중단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적자예산 운영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라남도에서도 최소한 타 도와 비슷한 수준의 특별재정지원금을 조속히 지원하여 운행중단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이 되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 전남도, ‘여행객의 발’ 지원해야

한편 전남도는 지난 6월 25일, 전남 관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남 관광재단이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남의 ‘관광시대’ 실현에 있어 운수업계는 불가분의 관계이자 동반자이다.

남도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과, 도민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는 버스업계.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전라남도의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버스 업계의 사정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중앙부처 도움 없이 도 예산만으로는 업계를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국비 지원 요청을 하고 있지만 국가는 아무 반응이 없다”며 “근래엔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는 중에 있는데 하루빨리 버스업계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