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첫 관문…남은 건 보상 아닌 신뢰

1조 지원보다 중요한 것, 신뢰
남은 과제 주민의 최종 동의
서남 하늘길 판 다시 짜인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4월 20일(월) 10:49
지난 1일 무안군 승달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광주 군공항 주민 설명회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군공항 이전 반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년 가까이 표류한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이 마침내 첫 공식 문턱을 넘었다. 국방부가 지난 2일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하면서 멈춰 섰던 사업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1조원+α 지원과 서남권 거점공항 육성 구상이 제시됐지만, 주민의 삶을 바꿀 안전·소음·보상 대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 이번 결정도 또 하나의 합의문으로 남을 수 있다.

예비후보지 선정, 18년 표류 끝 첫 단추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는 무안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본격화한 뒤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2023년 ‘광주 군 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환점은 지난해 6월 대통령실 전담 TF 구성과 12월 17일 6자 협의체 합의였다. 광주시·전남도·무안군·기획재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가 광주 군·민간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과 무안 지원 방안에 공동 서명하면서 길이 열렸고, 이번 예비이전후보지 선정으로 법적 절차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무안 이전 확정’이라고 단정하는 건 아직 이르다. 국방부 발표대로 지금 단계는 첫 절차일 뿐이다. 앞으로 이전부지선정위원회가 꾸려져 이전후보지를 정하고,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을 마련한 뒤 주민공청회와 주민투표, 지자체장의 유치 신청을 거쳐야 비로소 최종 이전부지가 확정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민투표는 만 18세 이상 무안 군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4분의 1 이상 투표에 과반 찬성이 나와야 무안군수가 정부에 유치를 신청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을 기정사실처럼 소비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 사업이 다시 움직인 배경도 분명하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단순한 부지 이동이 아니라 도심 소음과 확장 한계를 풀고, 무안공항을 서남권 거점으로 재편하려는 지역 재구성의 문제다. 정부가 호남지방항공청 신설, 국가산단 조성, 무안국제공항 명칭 변경 검토까지 함께 꺼내 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전은 군사시설 이전이면서 동시에 호남의 공간 구조를 다시 짜는 정치·경제 의제다.

1조원+α, 숫자보다 체감이 중요하다

국방부가 주민설명회에서 내놓은 카드는 적지 않다. 기부 대 양여 차액 6400억 원과 광주시 재원 1500억 원, 정부 정책사업을 묶어 1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소득 증대 사업, 생활·복지시설 확충, 항공특화산단 조성, 농업 AX 플랫폼, 항공정비(MRO)센터, 도로와 하천 정비 등도 포함됐다. 광주 민간공항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 시점인 2027년 말, 늦어도 2028년 초까지 무안으로 옮기는 방향도 다시 확인됐다.

하지만 총액이 곧 설득은 아니다. 주민이 궁금해하는 건 ‘얼마를 쓰느냐’보다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다. 지난 2024년 광주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통합공항 소음 영향권은 19㎢로 무안 전체 면적의 4.2% 수준으로 추산됐다. 현 광주 군공항 영향권의 절반 수준이라는 설명이 붙지만, 실제 피해는 망운·운남·현경 등 특정 생활권에 집중된다. 평균 수치가 낮다고 해서 체감 피해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실제 설명회에서 가장 크게 터져 나온 것도 거창한 개발 구호가 아니라 소음과 생계, 이주 대책이었다. 국방부는 운영 단계에서 비행시간 조정 등을 통해 소음을 줄이고 군소음보상법에 따라 월 3만~6만 원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선 보상 규모가 턱없이 낮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숫자가 커 보여도 주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지원안은 곧장 불신으로 바뀐다.

재개항 불투명…안전부터 다시 답해야

이전 논의를 더 어렵게 만드는 건 무안국제공항의 현재다. 무안공항은 지난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참사 이후 지금까지 폐쇄 상태다. 최근 추가 유해 수습과 전면 재수색 논의, 규정에 맞지 않은 시설물 철거·재설치 문제까지 겹치며 연내 재개항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무안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개발 청사진만으로는 힘을 얻기 어렵다.

결국 군공항 이전 문제는 공항 하나를 옮기는 사업이 아니라 안전 신뢰를 다시 세우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주민에게 필요한 건 ‘괜찮을 것’이라는 설명이 아니라, 비행 경로와 소음 영향도, 이주 대책, 농어업 피해 보전, 공항 안전 개선 계획을 수치와 일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약속이다. 안전이 흔들린 자리에서는 어떤 개발 논리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제 필요한 건 속도전이 아니라 정면 돌파다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의 성패는 더 이상 광주나 세종의 발표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무안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국가가 약속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에 달렸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지원계획을 법과 예산으로 묶고, 주민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며, 소음·안전 검증 자료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국방부와 무안군이 주민 의견 반영과 협의체 구성을 예고한 만큼, 이제는 말이 아니라 제도로 증명할 차례다.

광주엔 도심공항 부담을 덜고, 무안엔 공항·물류·산업의 새 판을 짜겠다는 그림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상생은 한 지역의 불편을 다른 지역의 발전론으로 덮을 때 성립하지 않는다. 무안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전이어야만 광주의 숙원도 풀린다. 설득 없는 속도는 갈등을 키우고, 갈등은 결국 사업 전체를 다시 멈춰 세운다.

이번 예비이전후보지 선정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첫 단추를 끼웠다고 해서 옷이 완성된 건 아니다.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보상보다 신뢰, 속도보다 설득, 개발보다 안전이 앞서지 않으면 18년 표류는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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