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C 대나무정원 밝힌 광주예술중 봄 전시 교실 밖 무대서 실전 전시회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4월 20일(월) 10: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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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결과, 전시장에 서다
이번 전시는 학교 수업 안에서 쌓인 창작 역량이 실제 공공 문화공간과 만나는 사례다. 광주예술중 학생들은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재료를 탐색하고 화면을 구성하며, 감정과 생각을 시각 언어로 바꾸는 훈련을 이어 왔다. 이번에는 그 결과가 학교 안 발표에 머물지 않고 ACC라는 지역 대표 문화기관의 전시장으로 확장됐다. 수업이 끝난 뒤 평가로만 남는 작업이 아니라 시민의 시선 앞에서 다시 읽히고 해석되는 작품이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학생들의 솜씨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실에서 익힌 표현이 공공 공간에서 어떤 밀도를 갖는지, 작품이 하나의 전시로 묶일 때 어떤 서사를 만드는지 학생 스스로 체감하는 교육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은 손기술을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타인에게 건넬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학교가 창작의 토대를 닦았다면, ACC는 그 성과를 시민과 마주하게 하는 공간이 됐다. 학생들에게 전시장은 과제를 제출하는 곳이 아니라 자기 시선을 공적으로 발표하는 무대가 됐고, 그 경험 자체가 다음 작업으로 이어질 밑거름이 된다.
‘이름 없는 색들’로 꺼낸 나다움
전시 주제는 ‘개성: 이름 없는 색들이 모여’다. 아직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 설명하기 쉽지 않은 자아의 결, 또래 세대만의 예민한 시선과 질문을 학생들은 평면과 입체 작업으로 풀어냈다. 출품작은 모두 40점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3학년 윤서은의 ‘Midnight Mirage’, 3학년 이가람의 ‘요즘 어때요?’, 3학년 이채원의 ‘개성 덩어리’, 2학년 김강윤의 ‘향’ 등이 전시장에 올랐다. 작품 제목만 봐도 학생들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자기 감정과 정체성을 작품으로 바꾸려 했음을 읽을 수 있다.
중학생 시기의 작품은 흔히 기초 단계로 묶인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 시기를 단순한 준비기로만 보지 않게 한다. 서툴지만 솔직하고, 완결되지 않았기에 더 과감한 표현이 화면 곳곳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문법보다 지금 막 만들어지는 감각의 움직임이 더 생생하다. 그래서 이 전시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이면서, 이미 시작된 현재의 창작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직 작고 조용한 목소리일 수는 있어도, 작품 속 시선만큼은 분명히 자기 이름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설치와 운영까지⋯ 현장이 된 예술 수업
이번 전시의 의미를 키우는 대목은 학생들이 작품 제작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전시 작품 설치와 운영에도 참여했다. 작품 한 점이 전시장 안에서 어떤 자리에 놓이는지, 주변 공간과 어떤 긴장을 이루는지, 관람객의 동선과 시선이 어떻게 작품의 인상을 바꾸는지 직접 익힌 것이다. 이는 교실 안 실기 수업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경험이다. 작품은 그 자체로 완성되지만,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각을 만든다.
이 같은 경험은 어린 창작자에게 중요한 자산이 된다. 예술가는 자기 안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결국 타인과 소통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선다는 것은 작품을 완성하는 일인 동시에 관람자의 해석과 질문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시민과 같은 공간에서 작품을 공유하는 순간, 배움은 과제가 아니라 관계가 된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한 사람의 시선과 반응이 다시 학생들의 다음 표현을 흔들고 넓힌다는 점에서, 이번 경험은 수업의 끝이 아니라 더 긴 배움의 시작에 가깝다.
지역 문화가 다음 세대를 키우는 방식
광주가 예향으로 불리는 이유는 과거의 문화 자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음 세대 창작자가 자랄 수 있는 무대를 얼마나 꾸준히 마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ACC와 지역 학교가 함께 만든 이번 전시는 지역 문화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대표 문화기관이 학생 예술가에게 공간을 내주고, 학교는 교육과정으로 이를 떠받치며, 시민은 그 결과를 관람객으로 만난다. 지역 문화가 다음 세대를 키우는 방식은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구체적 장면 속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광주예술중 고용선 교장은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갈고닦은 예술적 영감을 시민과 공유하며 예비예술가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나무정원에 걸린 40점의 작업은 작은 전시이지만, 지역 예술의 내일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봄빛이 내려앉은 ACC 공간에서 학생들은 작품을 내걸었고, 시민은 그 앞에서 다음 세대 예술의 얼굴을 먼저 만나고 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ACC 문화정보원 대나무정원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학생 작품 발표회를 넘어, 학교 교육과 지역 문화기관, 시민의 시선이 만나며 예술의 첫 무대가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보여준다. 교실의 그림이 도시의 전시가 되는 순간, 학생들의 배움은 곧 지역 문화의 미래가 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