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길선의 반전⋯ 구례는 왜 변화의 후보를 택했나 현직 프리미엄 넘은 이변 연출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4월 22일(수) 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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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시작된 공공의 길
장길선 후보의 삶은 화려한 정치 이력보다 오랜 현장 경험에 더 가까이 닿아 있다. 구례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중등교사로 출발해 교감, 교장, 전라남도교육청 체육건강과장, 구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냈다. 교직에 몸담은 시간은 37년, 그중 26년을 구례에서 보냈다. 학교와 행정, 아이들과 학부모,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쌓은 시간은 그를 단순한 교육 관료가 아니라 지역의 결을 아는 인물로 만들었다.
그의 이력에서 자주 거론되는 장면은 토지동중학교 시절이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수영부를 창단하고, 없는 시설은 아이디어와 의지로 메우며 학생들을 이끌었다는 일화는 장 후보의 기질을 압축해 보여준다. 주어진 조건을 탓하기보다 길을 내고 판을 만드는 사람, 장 후보를 두고 지역사회가 ‘현장형’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 입문 역시 늦었지만 가볍지 않았다. 그는 정년을 3년 남기고 명예퇴직한 뒤 지방정치에 뛰어들었다. 교육 현장에서 다 하지 못한 지역 변화의 과제를 행정과 정치로 이어가겠다는 뜻이었다. 초선 군의원으로 시작해 후반기 의장에 오른 과정은 단순한 개인의 성장이라기보다, 주민 밀착형 의정활동이 지역에서 일정한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람을 먼저 세우는 정치철학
장 후보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근자열 원자래’, 가까운 사람이 먼저 기뻐해야 먼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그가 반복해 온 이 말은 곧 정치철학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방행정은 거창한 구호보다 군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하고, 주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발전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철학은 그의 말과 공약 전반에 일관되게 흐른다. 장 후보는 정치가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고 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농사를 짓는 주민,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 돌봄이 필요한 노년층 모두가 군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그의 군정 언어에는 개발과 성장만큼이나 돌봄, 정주, 공동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교육과 정치를 닮은 영역으로 바라본다. 교육이 사람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면, 정치는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시각은 장 후보가 단기 성과보다 구조를 바꾸는 정책, 눈앞의 이벤트보다 장기적 체질 개선을 강조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선거를 위한 약속보다 군민 삶의 버팀목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주장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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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생태관광의 큰 구상
이번 경선에서 장 후보를 가장 뚜렷하게 각인시킨 것은 기본소득 구상이었다. 그는 ‘함께하는 3만 구례 행복시대’를 내걸고 전 군민 농어촌 기본소득, 아동·청소년 성장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가 깊어지는 농산촌에서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구상은 단순히 현금을 나누겠다는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 장 후보는 이를 농가소득 안정, 돌봄 강화, 정주 여건 개선과 연결해 설명한다. 사람이 떠나지 않는 지역,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지역, 노년의 삶도 버틸 수 있는 지역을 만들려면 주민 생활의 바닥을 받치는 정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기본소득은 구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구조 전환 카드로 제시되고 있다.
생태관광 비전도 장 후보의 중요한 축이다. 그는 섬진강과 서시천을 중심으로 구례의 자연자산을 다시 묶어내는 구상을 내놨다. 백사장과 수변공간, 산책로와 자전거길, 생태와 휴식, 체험과 체류를 연결해 구례를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기존 자원을 단순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생활형 자산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발상이다.
경선을 넘어 본선의 시험대로
장 후보의 강점은 갈등 현안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서시교 문제처럼 지역 내 찬반이 첨예했던 사안에서도 그는 일방의 목소리를 앞세우기보다 주민과 행정, 전문가를 함께 묶는 해법을 모색해 왔다. 밀어붙이는 정치보다 조정하고 설득하는 정치, 그가 내세우는 통합 군정의 밑바탕은 이런 과정에서 형성됐다.
이제 관심은 본선으로 옮겨간다. 현직 군수를 꺾은 경선 승리만으로 군정 능력이 자동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은 얼마나 현실적인지, 생태관광 구상은 실제 체류형 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에 맞설 실행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본선은 이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장길선 후보의 등장은 구례 정치가 조금 다른 언어를 만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서 다져진 공공성, 주민 삶을 앞세운 정치철학, 지역 자산을 다시 읽어내는 군정 비전이 민심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는 결국 한 사람의 당락을 넘어, 구례가 어떤 미래의 문장으로 자신을 다시 써 내려갈 것인가를 묻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