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군, 지방소멸 대응 넘어 ‘정착의 도시’로 간다 지방소멸기금으로 보성 미래 설계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4월 27일(월) 17:03 |
|
인구 위기, 사업으로 맞선다
보성군이 내세운 중심축은 2026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이다. 군은 총사업비 294억 원 규모의 시행계획을 세우고 생활인구 3000명 증가, 청년인구 500명 증가, 주민만족도 30점 이상 향상을 목표로 잡았다. 최근에는 기금사업 담당 부서가 참여한 점검회의를 열고 17개 사업의 추진 상황과 집행 속도를 살폈다. 핵심은 예산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공간과 일자리, 생활 편의로 바꾸는 데 있다.
보성군은 지난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인구 순유입을 기록했다. 순유입 규모는 380명으로 집계됐고, 합계출산율 1.2명, 출생아 수 전년 대비 12.7% 증가라는 흐름도 나타났다. 군은 이를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정책 전환의 기회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이어질 중장기 인구감소대응 기본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눈앞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안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생활권을 만드는 일이다.
주요 사업은 보성 프롬나드 조성, 보성 차산업 재도약 전략, 청년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돌봄 환경 조성, 그린느린마을 조성, 보성 청년자람터 조성 등이다. 여기에 조성 제2농공단지, 녹차마을 워케이션, 율포 청년활력 온 플랫폼, 벌교꼬막 리본 프로젝트, 창업 성장 이음 사업 등이 맞물린다. 산책로와 해변, 마을과 산업단지, 차와 꼬막, 청년 활동공간을 하나의 지역 성장축으로 엮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사업의 폭이 넓은 만큼 부서 간 칸막이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관광, 농업, 복지, 경제 사업이 각자 흩어지면 효과는 작아진다. 보성군이 점검회의에서 집행률과 절차 관리를 함께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지원금’보다 ‘경로’다
청년 정책도 단순한 일회성 보조를 넘어 단계별 정착 지원으로 설계됐다. 보성군은 고향사랑기금 6000만 원을 활용해 ‘2026 보성 청년 DREAM UP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원 대상은 보성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3개월 이상 계속 거주한 18세부터 49세까지의 청년이다. 어학·한국사·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는 1인당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하고, 면접 교통비와 교재 구매비, 증명사진 촬영비, 창업 홍보물 제작비 등 취·창업 준비 비용은 최대 30만 원까지 실비로 돕는다. 취업 뒤 동일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속한 청년에게는 20만 원을 정액 지급해 지역 안착을 유도한다.
이 사업의 의미는 금액보다 구조에 있다. 청년이 보성을 떠나는 이유가 일자리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행정이 받아들인 것이다. 시험 준비, 구직 활동, 창업 준비, 첫 직장 적응, 장기근속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어야 청년 정책이 인구 정책으로 연결된다. 청년자람터와 돌봄 환경 조성 사업이 함께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년이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는 조건을 한꺼번에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
농어업의 답은 ‘현장’에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현장 행정이 강화되고 있다. 보성군은 지난 3월 12일부터 10월 말까지 12개 읍면을 대상으로 농기계 순회 수리와 안전교육을 총 50회 운영한다. 지난해보다 20회 늘린 규모다. 농업기술센터 수리 지도요원이 마을을 직접 찾아 경운기, 이앙기, 관리기, 예초기 등 소형 농기계를 점검·정비하고, 1만 원 이하 소모 부품은 무상으로 제공한다. 농기계 안전사고 예방 교육과 사전 점검 요령 안내도 병행한다.
농촌진흥사업도 보성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축이다. 군은 올해 농촌진흥사업 대상자를 모집한 뒤 현지 실태조사와 농업산·학협동심의회를 거쳐 39개 사업 57개소를 최종 선정했다. 총 40억 원을 투입해 신기술 보급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식량작물 재배기술 확대, 스마트 융복합 생산모델 보급, 지역특화작목 육성, 경영비 절감, 청년농업인 육성, 농산물 가공 상품화가 핵심이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깊어지는 농촌에서 농기계 수리와 신기술 보급은 생산비를 낮추고 안전을 높이는 현실적 처방이다. 농업이 버텨야 마을이 버티고, 마을이 버텨야 인구 정책도 힘을 얻는다.
소상공인 숨통, 지역경제 버팀목
민생경제 지원도 빠질 수 없다. 보성군은 소상공인 융자금 이차보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보성군에 주소와 사업장을 둔 소상공인으로, 총 50개 업체를 선착순 지원한다. 업체당 대출 가능 금액은 최대 3000만 원이며, 대출 실행 뒤 2년 동안 연 3%의 이자를 군이 보전한다. 지원 한도는 연 최대 90만 원, 2년간 최대 180만 원이다. 대출 금리는 연 5.5% 이하로 제한된다.
이 정책은 지역상권의 체력을 보강하는 안전판이다. 고금리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골목 상권이다. 소상공인이 버티지 못하면 청년 일자리와 생활 편의, 지역 소비망도 함께 약해진다. 보성군이 인구 정책과 민생 금융을 같은 흐름 안에서 다루는 이유다. 지방소멸 대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청년이 떠나지 않고 농민이 안전하게 일하며 상인이 문을 닫지 않는 일상의 축적에서 출발한다. 보성군의 정책 실험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집행 속도와 현장 체감도에 달려 있다. 올해 보성군 행정의 관건은 계획의 크기가 아니라 주민 삶에 닿는 속도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