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교육통합, 행정 넘어 돌봄까지 바꾼다

7월 통합교육청 출범 준비 본격화
유보통합 교육보육 격차 해소 과제
학교 현장 혼선 최소화 본격 시험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4월 30일(목) 11:14
광주·전남 '교육청 통합' 합의. [사진=연합뉴스]
전남도교육청과 광주교육청의 교육행정통합이 실무 단계로 들어서면서 지역 교육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두 교육청은 지난 15일 첫 실무협의회를 열고 14개 실무분과를 가동했다. 5월 말까지 분과별 협의를 이어간 뒤 6월 통합안을 마련한다는 일정도 제시됐다. 같은 흐름 속에서 유보통합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의 지원 격차, 농산어촌과 도시의 돌봄 여건 차이, 장애·이주배경 유아 지원 체계까지 하나의 틀로 묶어야 하는 과제가 교육행정통합의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번 변화는 행정구역 개편의 부속물이 아니라 아이의 등굣길과 교사의 업무,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함께 바꾸는 교육개편이다.

행정통합, 지도를 다시 그린다

이번 통합은 단순한 조직 합병이 아니다. 교육청 이름과 청사를 합치는 수준을 넘어 예산, 인사, 조직, 자치법규, 정보시스템, 학교 지원체계가 동시에 재편되는 구조 변화다. 광주와 전남 교육정책 실무 담당자 100여 명이 참여한 첫 협의회에서 두 교육청은 통합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14개 실무분과 운영안을 논의했다. 5월 29일까지 분과별 자료 검토와 협의 결과 보고를 거쳐 6월에는 교육행정 통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논의의 무게는 학교 현장에 있다. 통합 이후 어느 부서가 어떤 업무를 맡을지, 지역교육지원청 기능은 어떻게 정리될지, 교직원 인사는 어떤 기준으로 운영될지에 따라 학교가 체감하는 변화가 달라진다. 특히 전남은 22개 시군에 넓게 퍼진 농산어촌 학교가 많고, 광주는 도시형 학교 행정 수요가 집중돼 있다. 하나의 교육청 체제 안에서 서로 다른 지역 조건을 반영하지 못하면 통합은 효율이 아니라 또 다른 혼선이 될 수 있다. 교육행정의 중심이 본청으로만 쏠릴 경우 작은 학교와 원거리 지역의 요구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예산·인사·시스템이 핵심

가장 민감한 쟁점은 돈과 사람, 시스템이다. 자치법규 정비는 통합교육청 출범의 법적 바탕이고, 예산과 결산 통합은 학교 현장의 사업 지속성과 직결된다. 지방공무원 정원 배정, 통합 인사 운영, 교육공무직 임금과 처우 기준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K-에듀파인, 나이스 등 정보시스템 연계와 전환은 행정 공백을 막는 핵심 장치다. 시스템 전환이 늦어지면 학교 회계, 학생 기록, 민원 처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광주교육청은 4월 21일부터 이틀간 광주AI교육원에서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7월 예정된 통합교육청 출범을 앞두고 추진 경과, 주요 로드맵, 분야별 협의 현황, 체계 개편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산하기관과 노동조합 협의체를 상대로 한 간담회도 이어졌다. 통합의 성패는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장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 충분한 안내, 갈등 조정 능력이 함께 따라야 한다. 특히 교장·교감, 행정실, 교육공무직, 교육지원청이 각각 어떤 변화를 겪는지 구체적 안내가 뒤따라야 한다. 통합 전 업무가 그대로 유지되는 분야와 새 기준으로 바뀌는 분야를 명확히 가르는 일도 중요하다.

유보통합, 학부모 체감 전선

교육행정통합이 행정의 뼈대를 바꾸는 일이라면 유보통합은 학부모가 가장 먼저 체감할 생활 정책이다. 전남도교육청과 광주교육청은 4월 10일 나주에서 유보통합 추진 실무협의회를 열고 주요 사업 현황을 공유했다. 협의 대상은 심리·정서 발달 지원, 장애 영유아 지원, 이주배경 유아 지원, 어린이집 급식비 지원 등이다. 지역별로 달랐던 추진 주체와 지원 방식, 사업 시행 여부를 비교하고 통합 이후 공백 없는 교육·돌봄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유보통합의 관건은 상향 평준화다. 단순히 기준을 하나로 맞추는 데 그치면 어느 한쪽의 지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를 좁히되, 현장의 특수성을 살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도시 지역은 맞벌이 가정의 돌봄 수요와 기관 밀집 문제가 크고, 농산어촌은 통학 거리, 소규모 기관 운영, 교사 확보가 더 큰 부담이다. 같은 제도라도 지역에 따라 필요한 해법이 다르다. 급식비와 돌봄시간, 장애 영유아 전문 지원, 다문화·이주배경 유아의 언어·정서 지원은 통합 뒤 학부모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통합의 성패는 현장에 있다

두 교육청은 분야별 세부 과제를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지켜볼 핵심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다. 통합 뒤에도 학교 민원이 제때 처리되는지, 예산 집행이 끊기지 않는지, 교직원 인사와 처우가 납득 가능한 기준으로 운영되는지, 유아 돌봄과 급식 지원이 후퇴하지 않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초기 혼선을 줄이려면 통합 전후 업무 매뉴얼, 학교별 문의 창구, 학부모 안내 체계가 촘촘해야 한다. 특히 군 단위 학교와 소규모 유아기관은 행정 변화에 대응할 인력이 적은 만큼 별도 지원망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쟁점은 통합의 명분이 아니라 배분의 기준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지원을 먼저 넣을지, 기존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 통합 과정에서 생기는 불이익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통합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교육권 확대라는 설득력을 얻는다. 현장의 체감이 곧 성과다.
교육행정통합과 유보통합은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교육권으로 묶는 첫 관문이다. 행정 효율만 앞세우면 지역 간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통합을 계기로 작은 학교, 농산어촌 유아, 장애·이주배경 유아까지 촘촘히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면 지역 교육의 기반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7월 출범을 앞둔 통합교육청의 과제는 분명하다. 조직을 합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아이와 학교가 실제로 나아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다. 통합은 출범일에 완성되는 행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받아야 할 약속이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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