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모지구로 굳힌 섬박람회, 논란 넘어 실행의 시간

선정 과정, 자료 공개가 먼저
교통·안전, 검증이 성패 좌우
섬 관광 연결, 사후활용 열쇠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5월 07일(목) 10:41
지난 4월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등이 여수를 찾아 박람회 준비상황을 보고받고 주행사장인 돌산 진모지구를 둘러보며 성공 개최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여수시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이 돌산 진모지구로 최종 굳어졌다. 엑스포장 활용론과 간척지 안전 우려가 맞물리며 논란은 커졌지만, 조직위원회는 섬의 상징성, 넓은 시유지, 전시 배치의 확장성, 사후 관광 활용성을 근거로 진모지구 선택을 재확인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장소 논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교통·숙박·의료·편의시설 점검을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사 지연과 쓰레기 문제를 들어 정부 차원의 점검과 지원을 지시했다. 오는 9월 5일 개막까지 시간이 빠듯하다. 이제 쟁점은 ‘어디서 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고 설득력 있게 치를 것인가’다.

진모 선택의 논리

진모지구 결정의 출발점은 지난 2020년 국제행사 신청과 2021년 기본계획 수립 과정이다. 김종기 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당시 세계박람회장 전시시설의 70%가량이 임대 중이어서 활용이 쉽지 않았고, 사후 활용 계획도 확정되지 않아 2026년 실제 사용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시설 노후화와 리모델링 비용, 전시관 규모의 한계도 근거가 됐다.
반면 돌산 진모지구는 ‘섬 박람회’라는 이름에 맞는 상징성이 강했다. 약 18만㎡ 부지에 8개 전시관을 콘셉트에 맞춰 배치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조직위는 엑스포장을 국제학술행사와 연계 프로그램을 맡는 부행사장으로 쓰고, 진모지구를 주행사장으로 삼는 이원 구조가 더 현실적이라고 봤다.
장소 확정은 행정의 종착점이 아니다. 선택의 이유를 성과로 입증해야 할 출발점이다.

정치 쟁점 된 안전성

논란이 다시 커진 것은 현장 체감이 행정 설명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모지구는 간척지다. 기반시설을 새로 깔아야 해 준비 속도가 늦어 보였고, 홍보 영상과 현장 보도로 ‘허허벌판’ 이미지가 확산됐다. 여기에 배수, 임시시설, 해양쓰레기, 바가지요금, 돌산 교통난 우려가 한꺼번에 터졌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예비후보는 간척지 기반시설과 임시 구조물, 교통·재난 대응체계를 집중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검증된 엑스포장 인프라를 두고 배수 우려가 있는 간척지에 임시시설을 짓는 것이 적절한지 원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기존 틀을 존중하며 안전성과 운영 완성도를 높이는 보완론을 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개막을 넉 달 앞둔 재검토론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맞섰다. 주행사장은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정한 사안이며, 장소 변경론은 사실상 행사를 흔드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쟁점은 정치 공방을 넘어 행정 신뢰의 문제로 커졌다. 장소 논쟁을 끝내려면 자료와 현장이 함께 답해야 한다.
여수박람회장 준비상황 점검하는 민형배 민주당 예비후보. [사진=민형배 후보 측]

정부 점검이 던진 과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는 이런 불안을 정부 차원의 의제로 끌어올렸다. 공사 지연과 쓰레기, 기반시설 우려가 국제행사의 준비 역량을 묻는 문제로 번진 만큼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이 더 분명해져야 한다. 김민석 총리의 현장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주행사장 설명을 들은 뒤 “설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까지 말하며 국민적 오해와 비판을 명료하게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장소 변경 요구라기보다, 남은 기간 불신을 걷어내려면 근거와 책임 체계를 더 선명하게 공개하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김 총리는 박람회 콘셉트를 관광객 눈높이에서 정돈하고, 여수시가 행사의 주체로서 “100%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여수시, 전남도, 행정안전부가 협력 거버넌스를 꾸려 준비 상황을 상시 점검하라는 지시도 같은 흐름이다.
윤호중 장관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중앙과 지방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돌산 진입도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민 생활과 관람객 이동 편의를 조화시킬 방안, 폭염·폭우 대비, 화장실·쉼터·그늘막, 숙박·음식 바가지요금, 인파 관리, 해양쓰레기 정비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김영록 지사는 환경 정비와 섬 편의시설 확충, 해양쓰레기 처리, 여수행 KTX 증편, 여수공항 부정기 국제선 운항, ‘남해안 섬 반값 여행’ 예산 지원을 건의했다.
여수세계섬박람회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남도청 브리핑룸 기자간담회에서 주행사장 전체 공정률이 62%에 달했으며, 7월 준공 뒤 8월 시범운영을 거쳐 9월 5일 개막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숫자로 제시한 공정률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반시설, 전시관, 콘텐츠, 교통, 안전, 도서지역 환경정비를 항목별로 공개하고 보완 결과를 내놔야 한다. 300만 관람객 목표도 숙박, 의료, 청소, 셔틀, 해상교통을 맞물리게 하는 운영 기준으로 다뤄야 한다. 박람회의 적은 비판이 아니라 불투명성이다.

성공은 사후 활용에서

여수섬박람회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다. 섬의 생태, 생활, 관광, 미래 산업을 세계에 제시하는 시험대다.
성공하려면 안전을 최상위 의제로 둬야 한다. 배수·강풍·폭염·해양 이동·응급 의료를 한 체계로 묶어야 한다. 교통은 관람객 편의와 돌산 주민 생활권을 함께 지켜야 한다. 가격과 청결도 손님맞이의 기본이다. 음식값, 숙박요금, 화장실, 쓰레기 수거는 관람객이 가장 먼저 평가하는 기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박람회 이후다. 김 총리는 행사가 끝난 뒤 여수 섬 방문객이 늘어야 한다며 섬 관광 가치를 높일 방안을 주문했다. 금오도와 개도, 비렁길, 섬 밥상, 해양생태 전시가 주민 소득과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져야 진모지구 선택도 비로소 완성된다.
진모지구 확정은 논란의 끝이 아니라 책임의 시작이다. 남은 시간 여수시와 조직위가 보여줘야 할 것은 홍보가 아니다. 공정률을 내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불편한 문제를 먼저 공개하고, 현장에서 고치고, 시민에게 확인받는 실행력이다.
9월의 안전한 동선과 깨끗한 섬, 다시 찾고 싶은 콘텐츠가 장소 선택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주행사장 7월 준공 약속은 그 첫 관문이다. 약속한 일정이 실제 운영 완성도로 이어질 때, 진모지구 논란도 박람회의 성과로 전환될 수 있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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