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월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민주주의입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

오월 정신, 헌법전문에 새겨야
끝나지 않은 진상규명의 숙제
유족의 아픔 넘어 미래로 잇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5월 07일(목) 10:59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 [사진=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의 역할과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단순한 추모 단체가 아니다. 유족회는 오월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는 안식처이자, 5·18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행동하는 구심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왜곡과 폄훼에 대응하며, 5·18 정신을 현재와 미래로 이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는 진상규명 미완 과제 해결, 헌법 전문 수록 추진, 유족 복지 개선, 그리고 역사 왜곡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고령화된 유족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과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행방불명자들을 찾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5·18 기념행사에서의 역할과 준비 사항은.

올해 기념행사는 5·18 정신이 단순한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살아 있는 이정표라는 점을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다. 유족회는 ‘오월 어머니’들의 한과 긍지, 먼저 떠난 가족을 품고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행사 속에 제대로 담기도록 추모 행사를 내실 있게 준비하고 있다. 추모의 중심을 지키는 동시에, 시민과 청년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행사 구조를 확장하고,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로 체감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특히 헌법 전문 수록을 촉구하는 국민결의대회와 연계해 유족회와 5월 단체의 뜻을 모으고, 국회와 정치권에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유족들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상징이 아니라 국가의 공식적인 역사 인정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른 폭력에 대해 책임을 명문화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약속이며, 5·18이 정쟁의 도구나 왜곡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국가의 근본 법전으로 선포하는 '역사적 정의의 완성'이자 민주주의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5·18은 오랫동안 왜곡과 폄훼, 정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희생자와 유족들은 두 번, 세 번 상처를 입었다.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새기는 것은 이러한 왜곡을 국가의 근본 질서 안에서 막고,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유족들에게는 ‘우리 가족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역사적 확인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자녀들이 5·18을 지역의 아픔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자산으로 당당히 배우게 하는 토대다. 그래서 헌법 수록은 역사적 정의의 완성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적 책임이다.

12·3 계엄 사태가 5·18 유족들에게 갖는 의미는.

유족들에게 계엄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은 총칼과 공포, 가족의 죽음과 실종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는 유족들에게 큰 충격과 경각심을 안겼다. 민주주의는 한 번 쟁취했다고 해서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감시하지 않으면, 제도가 깨어 있지 않으면, 권력은 언제든 국민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사건이었다. 1980년 5월 광주가 외롭게 지켜냈던 가치는 46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의 과제임을 온 국민이 체감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아직 풀지 못한 5·18의 숙제는 무엇인가.

가장 큰 숙제는 '완전한 진상규명'과 '왜곡의 근절' ‘책임자에 대한 역사적 단죄’다. 아직도 유족들 가운데는 누가 발포를 명령했는지, 내 가족이 어디에서 어떻게 희생됐는지, 행방불명된 가족의 유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세월을 견뎌온 이들이 있다.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화해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추가 조사와 기록 정리,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 동시에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허위 주장으로 훼손하는 행태도 근절해야 한다. 진실이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가장 시급한 진상규명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절박한 과제는 행방불명자 소재 파악과 유해 발굴이다. 세월이 흐르며 당시를 기억하는 목격자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고,암매장 추정지는 개발과 지형 변화, 환경 변화로 인해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과거 조사에서 한계로 남았던 장소와 증언을 다시 검토하고, 최신 과학 장비와 전문 인력을 투입해 보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조사나 행정 절차가 아니다. 가족을 잃고도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돌려주는 일이며,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당연한 도리다. 단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이 강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
지난 1월 16일 5·18민주화운동 4단체 신년 추모 참배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5·18민주유공자유족회]

유족들에게 가장 절실한 현실적 지원은 무엇인가.

현재 유족들의 평균 연령은 매우 높아졌다. 많은 분들이 신체적 질환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함께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 지원 확대와 노후 생활 안정, 그리고 전문적인 심리·돌봄 체계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은 어떻게 될까” 걱정하지 않도록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5·18 유족의 고통은 일회성 보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예우는 형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체감되는 지원이어야 한다.

기존 보훈 정책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5·18 유족과 민주유공자 예우의 빈틈은.

기존 보훈 정책은 여전히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지원에 머무르는 부분이 있다. 5·18은 국가폭력, 은폐, 왜곡, 지역적 낙인이라는 복합적 상처를 안고 있기 때문에 그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의료, 돌봄, 심리치유, 생활 안정, 유족 2세대와 다음 세대의 지원까지 한꺼번에 살피는 종합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최근 민주당에는 보훈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는데 아직 초기라 그 활동이 아직 미비하다. 국회 차원에서 상임위원회가 별도로 만들어져야 하고 청와대에도 보훈비서관실이 신설되어야 한다. 국회 보훈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해 전문적으로 흩어져 있는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실질적인 예우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정책적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예우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국가적 존경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5·18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분의 현재를 지켜낸 역사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와 권리, 민주주의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1980년 5월, 누군가는 거리에서 두려움을 이겨냈고, 누군가는 이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 희생 위에 세워진 기록이다. 5·18을 교과서 속의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부당한 권력에 맞서 이웃을 지키려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연대의 기록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 용기가 여러분의 미래를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전남도청 앞 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의 세계화를 위해 바뀌어야 할 기억의 방식은.

5·18은 광주의 아픔을 넘어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의 언어'로 확장되어야 한다. 피해의 역사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의 용기와 공동체 회복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권위주의와 국가폭력, 전쟁과 차별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5·18은 절망 속에서도 시민의 힘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기억의 전달 방식을 다변화해서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음 세대 유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부모 세대가 겪은 고통을 원망으로만 물려받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5·18 유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정체성을 이어가야 한다. 다음 세대 유족들은 5·18을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의 아픔으로 가두지 않고 국민 전체의 가치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소외된 이웃과 연대하고, 국가폭력과 차별, 혐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며,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이 우리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올해 5월,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5월은 단순한 기념의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 시간이다. 광주는 늘 시민 여러분과 함께 울고 웃었다. 오월의 정신은 5·18 관계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시민 여러분이 바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다.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란다. 더 정의롭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우리 5·18민주유공자유족회도 끝까지 함께하겠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이 기사는 이슈전남광주 홈페이지(issuegj.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ssuegj.co.kr/article.php?aid=3733471614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9일 19:5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