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기본수당·통합돌봄으로 생활정책 새판 짠다

기본수당, 골목경제 되살린다
통합돌봄, 집에서 삶 잇는다
관광·농업, 현장정책 넓힌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5월 14일(목) 09:47
2026년 군정 주요업무 시행계획 보고회 개최. [사진=영암군]
영암군 군정의 무게추가 대형 개발에서 군민 일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군정 주요업무의 전면에는 ‘영암형 농촌기본수당’과 ‘영암형 통합돌봄’이 놓였다. 수당은 군민의 생활비 일부를 지역화폐로 돌려 골목상권을 살리고, 돌봄은 고령사회에서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요양·생활지원의 틈을 메운다. 관광과 농업 정책도 같은 방향에 맞춰 재정비된다. 단순한 지원사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머물고 소비하고 돌봄받는 지역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 정책은 행정 내부의 사업 나열보다 군민의 하루를 기준으로 재배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을 보고, 병원에 가고, 농기계를 쓰고, 관광객을 맞는 일상이 각각의 부서 업무로 흩어지지 않고 생활권 안에서 맞물리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 점이 전환의 출발점이다.

지역화폐로 묶은 기본수당

영암군은 올해 26개 부서가 참여한 군정 주요업무 시행계획 보고회에서 국고 건의 및 공모사업 22건, 주요업무 472건 등 494건을 점검했다. 관광·문화예술, 복지, 농업, 지역경제가 주요 축이었지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정책은 농촌기본수당이다. 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보편형 생활지원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예산 한 줄이 곧 생활의 체감으로 이어지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농촌기본수당은 1인당 연 20만 원을 상·하반기 두 차례로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1차분은 지난 2월 4일부터 27일까지 지급됐고, 지급액은 1인당 10만 원이다. 대상은 1월 29일부터 영암군에 주민등록을 둔 군민이며 결혼이민자와 영주자격 취득자도 포함됐다. 수당은 현금이 아니라 월출페이 또는 종이형 영암사랑상품권으로 지급돼 지역 밖 유출을 줄이고 소비가 동네 상권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이 정책의 핵심은 액수보다 방향이다.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소비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개인에게 작은 금액을 나눠 주는 데 그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읍·면 상점과 전통시장, 음식점에서 쓰이도록 묶으면 생활지원과 지역경제 회복이 같은 흐름을 탄다. 영암군이 부정수급 방지와 환수, 이의신청 절차를 함께 운영하기로 한 것도 제도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치다. 복지와 경제를 따로 보지 않고 한 바구니에 담은 셈이다.

돌봄은 집 가까이 옮겨간다

복지정책의 중심에는 통합돌봄이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의료·요양·돌봄을 따로 신청하고 따로 이용하던 방식을 바꿔, 주민이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받도록 하는 제도다. 전국적으로 지난 3월 27일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됐고, 영암군은 이달부터 영암형 통합돌봄 특화사업을 본격화한다. 농촌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돌봄은 선택사업이 아니라 정주 여건을 떠받치는 기본 인프라다.
영암군이 확정한 사업은 가사지원, 영양식사지원, 돌봄동행서비스, 방문 맞춤 운동지도, 효도복지마을 운영 등 5개 분야다. 영암참사랑복지센터, 영암지역자활센터, 가치나눔사회적협동조합 등 지역 기관이 참여한다. 행정이 대상자를 찾고 민간 수행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 협력형 구조다.
농촌지역에서 돌봄은 단순한 복지 항목이 아니다.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인, 식사와 청소를 혼자 해결하기 힘든 주민, 보호자 없이 이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에게는 생활 그 자체다. 영암군은 일상생활 지원과 건강관리, 방문진료, 다제약물관리 등을 연계해 ‘영암-올케어’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수당이 전 군민의 생활 기반을 받치는 장치라면, 통합돌봄은 취약한 주민이 지역 안에서 삶을 이어가게 하는 안전망이다. 두 정책이 함께 작동할 때 생활정책의 밀도는 높아진다.
왕인문화축제에서 왕인박사의 귀환을 재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영암군]

관광·농업도 생활형으로

관광정책도 소비와 생활을 잇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영암여행 1+1 사업은 지난해 5개월간 시범 운영되며 1만4000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7억 원 이상의 지역 소비를 만들었다. 올해는 참여 기준과 인센티브 구조를 손봐 개인·단체 관광객의 재방문을 높이고, 구림마을 빈 상가를 관광안내소와 청년점포 기능을 갖춘 거점으로 바꾸는 계획도 추진된다. 관광객 숫자보다 지역에서 쓰는 돈, 머무는 시간, 다시 찾는 흐름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임대농기계 운송서비스가 현장 체감형 정책으로 떠올랐다. 화물차가 없어 농기계를 빌리고도 옮기기 어려웠던 농업인을 위해 농기계임대사업소 덕진본점을 중심으로 집 앞 운송을 지원한다. 대상은 농용굴삭기, 보행관리기, 승용예초기 등 자체 동력이 있는 약 10종이다. 운송료는 편도 1만 원, 왕복 2만 원이며 고령농업인, 귀농·창업농업인, 여성농업인을 우선 지원한다. 행정이 주민 불편을 세밀하게 읽어낸 사례다.

성과는 촘촘한 집행에 달렸다

영암군의 올해 정책은 화려한 구호보다 생활의 빈틈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본수당은 군민 모두에게 닿는 넓은 정책이고, 통합돌봄은 도움이 절실한 주민에게 깊게 들어가는 정책이다. 여기에 체류형 관광과 농기계 운송서비스가 지역경제와 농업 현장의 체감을 보탠다.
남은 과제는 집행력이다. 기본수당은 지역화폐 사용처와 실제 소비 증가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대상자 발굴, 서비스 품질, 기관 간 정보 공유가 맞물려야 효과가 난다. 관광 인센티브는 단기 방문객 확대에 머물지 않고 숙박·음식·상권 매출로 이어져야 한다. 농기계 운송서비스도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권역과 기종을 넓힐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영암군이 공개할 성과지표도 이 흐름을 따라야 한다. 지급 건수, 이용 건수 같은 행정 실적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화폐가 어느 업종에서 쓰였는지, 돌봄 대상자의 생활 만족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관광 인센티브가 숙박과 식음료 매출로 연결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영암군의 생활정책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성공 여부는 이름이 아니라 군민이 얼마나 분명하게 변화를 체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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