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어지는 노후, 준비 없는 간병은 가족을 무너뜨린다 김태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5월 29일(금) 1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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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최근 자주 오르내리는 말도 간병이다. 한때 사람들은 중대 질병의 진단금과 치료비를 먼저 걱정했다. 그러나 치료 기술이 발달하고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병을 넘긴 뒤의 삶이 더 큰 숙제로 떠올랐다. 혼자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약을 챙기는 일상 자체가 어려워지면 가족의 하루도 함께 바뀐다.
치매, 뇌혈관질환, 파킨슨병 같은 질환은 특히 그렇다. 며칠 입원하고 퇴원하면 끝나는 병이 아니다. 증상이 오래 이어지고 가족의 손길이 매일 필요하다. 자녀는 직장을 조정하고, 배우자는 생활을 줄이며, 형제자매는 비용 분담을 고민한다. 병상 곁의 밤은 사랑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간병은 체력과 돈, 시간의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간병인을 쓰면 하루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며칠은 버틸 수 있어도 장기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입원이나 요양이 이어지면 간병비는 매달 수백만 원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병원비와 생활비가 더해지고, 간병을 위해 일을 줄이면 소득도 줄어든다. 한 사람의 질병이 한 가정의 재정 구조를 흔드는 사건이 되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현실은 더 팍팍하다. 부모를 모셔야 하는 시기와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겹친다. 부모 간병에 돈과 시간을 쏟고 나면 본인의 노후 준비는 뒤로 밀린다. 자녀 교육과 주거비까지 남아 있다면 부담은 세 겹, 네 겹이 된다.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맞벌이가 보편화된 지금, 희생만으로 간병을 감당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치료 준비만이 아니라 간병 준비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어디서, 얼마 동안, 어떤 비용으로 돌볼 것인지를 미리 따져야 한다. 준비가 늦어질수록 선택지는 줄고 가족의 갈등은 커진다. 건강할 때는 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간병은 닥치는 순간 현실적인 청구서가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간병 관련 보험이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과거에는 치매보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장기요양등급 판정, 간병인 사용일당, 생활장해, 재가·시설 요양 보장 등 실제 돌봄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보장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보험료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장기요양등급 기준, 간병인 사용 조건, 갱신 여부, 보장 기간, 기존 보험과의 중복 여부를 살펴야 한다.
보험은 불안을 파는 장치가 아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험 앞에서 가족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간병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도, 남의 집 사정도 아니다. 오래 사는 시대라면 오래 아플 가능성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건강할 때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가족에게 남길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
김태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