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첫 시정의 문 열다

시민주권으로 여는 첫 시정
압도성장으로 여는 새 통합
나주 인수위로 푸는 청사론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6월 05일(금) 11:04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이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올랐다. [사진=후보자 측]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이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올랐다. 광주와 전남이 오는 7월 1일 하나의 광역정부로 새 출발을 앞둔 가운데, 첫 시장의 손에는 통합의 설계도와 갈등의 매듭이 함께 놓였다. 민 당선인은 “시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들겠다”며 시민주권정부와 압도적 성장을 첫 시정의 두 축으로 세웠다. 통합의 성공은 이름을 합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행정, 예산, 산업, 교통, 복지가 시민의 생활 속에서 하나로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범 전까지 시행령, 조직, 재정,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을 맞추는 절차를 밟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통합 행정의 공사는 지금부터다.

첫 표심의 뜻

지난 4일 최종 개표 결과 민 당선인은 128만3402표, 득표율 79.01%로 당선됐다.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는 11.68%, 강은미 정의당 후보는 3.85%, 이종욱 진보당 후보는 3.71%, 김광만 무소속 후보는 1.73%에 그쳤다. 격차는 컸다. 이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첫 통합정부에 힘을 실어 준 표심으로 읽힌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새 시장은 축하를 오래 누릴 시간이 없다. 조직을 짜고, 조례를 정비하고, 광주와 전남의 행정시스템을 맞춰야 한다.
민 당선인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사회학과와 대학원을 거쳤다. 전남일보 기자로 지역 현장을 뛰었고 시민단체, 광산구청장, 청와대 비서관, 제21대·제22대 국회의원을 거쳤다. 현장과 행정, 국정을 모두 경험한 이력은 초대 시장에게 필요한 넓은 시야로 평가된다. 그는 광산구청장 시절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동장 직선제 등으로 자치 혁신을 실험했다. 국회에선 검찰개혁 등 논쟁적 현안의 앞줄에 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명한 주장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이해를 묶는 조정력, 약속을 예산과 제도로 바꾸는 실행력이다.

시민주권 시정

민 당선인이 가장 앞에 둔 말은 시민주권이다. 그는 “통합특별시의 주인은 특별 시민”이라며 시민이 결정하면 행정은 따르겠다고 했다. 예산과 정책, 인사와 사업 결정 과정을 시민에게 더 열어 보이겠다는 구상이다. 행정 의사결정을 공개하고 시민 직접 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부시장 시민 추천제, 주민참여예산, 시민의회 활성화 같은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면 시민은 관객이 아니라 결정의 한 축이 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출범부터 어려운 질문을 안고 있다. 어느 지역에 행정 기능을 둘 것인지, 예산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산업 투자는 어디에 먼저 할 것인지가 모두 민감하다. 시민주권은 이 갈등을 피하는 구호가 아니라 공개와 참여로 풀겠다는 방식이다. 결정 과정이 숨겨지면 지역 간 의심은 커진다. 반대로 시민이 보고, 묻고, 판단하면 통합은 행정의 명령이 아니라 생활의 합의가 될 수 있다. 첫 시장이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것은 거대한 청사가 아니라 신뢰의 절차다.

성장축 새 설계

민 당선인의 또 다른 핵심은 압도적 성장이다. 그는 전남의 에너지와 자연, 광주의 인공지능과 문화 역량을 연결해 대한민국 신성장의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전남의 해상풍력, 태양광, 넓은 산업 부지와 광주의 AI, 반도체, 문화 콘텐츠가 따로 움직이면 힘이 작다.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묶이면 남부권의 새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 지원과 통합 인센티브는 이 구상을 실제 사업으로 바꾸는 종잣돈이 돼야 한다.
공약의 방향도 단순한 행정 통합을 넘는다. AI, 에너지, 우주, 바이오, 모빌리티, 반도체, 신소재를 미래 산업으로 키우고, 청년 일자리와 농산어촌 소득으로 성과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성장의 숫자만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소득과 삶의 질로 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균형발전 특별회계, 농산어촌과 섬 지역 우선지원, 친환경 30분 생활권과 60분 광역교통망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권역별 산업 전략도 중요하다. 동부권의 철강·화학·해양산업, 서부권의 에너지와 농수산, 중남부권의 관광과 생태, 광주권의 AI와 문화가 서로 이익을 주고받아야 한다. 민 당선인은 “산업과 일자리를 잇고, 일자리와 시민의 소득을 연결하겠다”고 했다.

균형행정 첫 시험

첫 시험대는 청사와 인수위다. 민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나주에 두겠다고 했다. 나주는 광주와 전남의 접점이자 빛가람혁신도시가 있는 곳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오해를 줄이겠다는 뜻도 담겼다. 그는 오는 7월 1일 첫 출근 전 5·18 묘역을 참배하고 상징적 장소에서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출발의 장면부터 통합의 의미를 분명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주청사 문제에는 더 분명했다. “주청사는 없다”고 했다. 광주·무안·순천 청사 어디서든 시민이 같은 업무를 볼 수 있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기관 유지 기능을 맡을 곳은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안에 순환 근무와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찾겠다고 했다. 이는 통합 초기의 불씨를 줄이는 해법이다. 그러나 실제 조직, 인사, 예산이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시민의 평가는 달라진다. 전남권 의대, 산업 배치, 교통망, 복지 기준 통합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대한민국 첫 통합특별시다. 그래서 실패도, 성공도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선다. 민 당선인은 지난 1986년 분리의 역사를 끝내고 새 성장의 지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통합특별시가 커진 몸집만 자랑한다면 시민의 박수는 오래가지 않는다. 도심의 청년, 농촌의 어르신, 섬의 주민, 산업단지 노동자가 모두 변화를 느껴야 한다. 이런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통합은 새 간판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성과가 골고루 퍼지면 전남광주는 수도권만 바라보던 지역 발전의 방향을 바꾸는 모델이 된다. 이제 말은 행정이 돼야 하고, 약속은 생활의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첫 6개월은 통합의 인상과 속도를 정하는 시간이다. 초대 시장 민형배의 첫 출발은 그래서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전남광주가 스스로 미래를 선택한 첫 장면이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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