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미래 100년, ‘그린웨이브’로 다시 뛴다

순환경제로 새 미래 연다
관광거점으로 활력 키운다
기본행복으로 삶을 지킨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6월 05일(금) 11:19
에너지 기본소득 영암군 주민공청회. [사진=영암군]
전남 영암군이 미래 100년을 향한 새 군정 비전으로 ‘그린웨이브 영암’을 내세웠다. 제50회 영암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된 이 비전은 성장의 무게를 개발 규모가 아니라 군민의 삶, 지역 안에서 도는 돈, 자연과 산업의 공존에 두겠다는 선언이다. 그린웨이브는 순환경제, ESC 관광거점, 농·산업 디지털 전환, 미래형 정주 환경, 영암형 기본행복사회를 한 흐름으로 묶는다. 영암이 가진 농업, 산업단지, 월출산, 에너지 자원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활권 전략으로 연결하겠다는 뜻이다.

에너지에서 시작한 순환경제

그린웨이브의 첫 축은 순환경제다. 쓰고 버리는 도시가 아니라, 지역에서 만든 에너지와 자원이 다시 지역의 소득과 일자리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영암군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략은 대불국가산단과 삼호·미암권을 중요한 무대로 삼는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고, 그 이익을 군민과 나누며, 산업단지에는 안정적인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군민이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시설은 주민 수용성이 낮으면 갈등이 커진다. 그래서 영암은 이익 공유를 앞세운다. 발전 수익 일부를 기본소득처럼 돌려주고, 참여 정도에 따라 보상을 나누는 모델은 에너지 전환을 생활 정책으로 바꾸는 장치다. 햇빛과 바람이 기업의 전력만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지탱하는 자원이 될 때, 순환경제는 구호가 아니라 체감 정책이 된다.
영암군의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 구상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기를 멀리서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만들고 지역에서 쓰며 지역 기업의 경쟁력까지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RE100 흐름에 맞춰 기업이 친환경 전력을 요구하는 만큼, 영암의 에너지 전략은 환경 정책이자 산업 정책이다. 여기에 주민 배당과 지역 재투자가 붙으면 지역경제의 순환 고리가 생긴다.

관광·농업·산업을 한데 묶다

두 번째 축은 ESC 관광거점이다. ESC는 환경, 스포츠, 문화를 뜻한다. 영암은 월출산과 영산강, 마한 역사문화, 모터스포츠와 각종 대회, 지역 축제를 한데 묶어 머무는 관광지로 가려 한다. 산을 보고 지나가는 관광에서 벗어나 걷고, 쉬고, 체험하고, 경기를 즐기는 복합 관광으로 넓히는 전략이다. 숲속 웰니스 체험, 역사문화 공간, 스포츠 대회, 문화 축제가 이어지면 식당과 숙박, 교통, 청년 창업에도 숨통이 트인다.
농업과 산업도 디지털 전환의 길 위에 놓인다. 스마트팜, 로컬푸드 유통, 농작물 재해 대응, 청년 농업 지원은 농촌의 오래된 어려움을 줄이는 도구다. 농사는 경험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기후가 흔들리고, 인력은 줄고, 판로 경쟁은 거세다. 디지털 기술은 농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이 더 정확하게 심고, 기르고, 팔 수 있게 돕는 수단이 돼야 한다. 대불산단과 에너지 신산업, 농업 혁신이 맞물리면 영암의 산업 구조도 한 단계 달라질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예산의 방향도 중요하다. 영암군의 2026년 본예산안에는 농림·해양·수산, 사회복지, 환경·보건, 국토·교통, 문화관광 분야가 큰 비중으로 담겼다. 그린웨이브가 말뿐인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예산표 속 사업이 마을과 농가, 상가와 산업단지에서 확인돼야 한다. 군민이 느끼는 변화는 거창한 문구가 아니라 가까운 도로, 편한 교통, 안정된 소득, 새 일자리에서 시작된다.

영암군이 영암군민의날 기념식에서 고향사랑기부금 기탁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영암군]

살고 싶은 정주, 기본행복으로

세 번째 축은 정주 환경이다. 좋은 일자리와 관광 자원이 있어도 아이를 키우기 어렵고, 병원과 교통이 불편하고, 집 주변 생활환경이 낡으면 사람은 떠난다. 그린웨이브가 주거, 교육, 의료, 문화, 교통을 함께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후도시 조성, 도로와 하수도 정비, 스마트 관제, 공공도서관과 생활문화 시설 확충은 화려하지 않지만 군민의 하루를 바꾸는 일이다.
영암형 기본행복사회는 이 정주 전략의 바탕이다. 이는 단순한 현금 지원에 머물지 않는다. 돌봄, 의료, 교육, 주거, 에너지처럼 삶에 꼭 필요한 영역을 군민 누구나 누리게 하자는 방향이다. 농촌기본수당, 공익수당, 지역화폐, 에너지 이익 공유가 지역 안에서 돌면 복지는 소비로, 소비는 상권의 매출로, 매출은 다시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군 단위에서 가능한 생활 밀착형 순환 모델이다.
이 비전은 군민의 질문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행정이 먼저 답을 정하고 주민에게 따라오라고 말하는 방식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마을의 불편, 청년의 일자리 걱정, 농민의 소득 불안, 어르신의 돌봄 문제를 듣고 사업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기본행복사회는 문서가 아니라 생활이 된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군민은 다음 변화를 믿게 된다.

관건은 속도보다 신뢰다

그린웨이브 영암은 큰 그림이다. 이제 과제는 선명한 실행과 꾸준한 현장 점검이다. 그러나 큰 그림일수록 실행 순서가 중요하다. 태양광 집적화단지, 수소도시, 해상풍력 기자재, 스마트농업, 관광 인프라, 정주도시 조성은 모두 예산과 행정력,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어느 하나만 앞서가면 균형이 깨진다. 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멀리 있는 청사진보다 내 마을에서 무엇이 언제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사업별 일정과 재원, 기대 효과를 공개하고, 갈등이 생길 때는 먼저 설명하는 행정도 필요하다.
영암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산업단지는 새 에너지를 요구하고, 농촌은 새 소득원을 찾아야 한다. 관광은 스쳐 가는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 그린웨이브의 의미는 이 과제를 따로 풀지 않고 한 방향으로 묶은 데 있다. 행정이 약속을 숫자로 관리하고, 군민이 변화의 주체로 참여할 때 영암의 미래 100년은 선언을 넘어 현실이 된다. ‘더 큰 영암’의 출발점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군민이 체감하는 작은 변화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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