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당 사순문, 248표가 가른 장흥 대역전 민심은 새 질서를 택했다 김현식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6월 12일(금)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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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표 접전, 변화의 신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개표 결과 사 당선인은 1만1349표, 득표율 50.55%를 얻었다. 김성 후보는 1만1101표, 49.44%였다. 두 후보의 차이는 1.11%포인트에 그쳤다. 개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한 승부였고, 장흥 정치권은 밤새 숨을 죽였다. 한 마을, 한 골목의 표심이 결과를 바꾼 셈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군수 교체를 넘어 지역 정치의 오래된 흐름을 흔든 결과로 읽힌다. 전남에서 민주당 공천은 늘 강한 힘을 가졌다. 그러나 장흥은 과거에도 무소속 군수를 여러 차례 배출한 지역이다. 이번에는 무소속이 아니라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현역 군수를 이겼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익숙한 계산에 균열이 생겼다.
사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말을 앞세웠다. 군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정당 간판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표차는 작았지만 메시지는 컸다. 다만 군민 절반 가까이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새 군정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다. 변화의 힘을 통합의 힘으로 바꾸지 못하면 248표의 승리는 곧 부담이 될 수 있다.
낙선 딛고 이룬 리턴매치
사 당선인에게 이번 승리는 정치적 재기이기도 하다. 장흥에서 태어난 그는 장흥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거쳐 통신정책개발연구원 연구원, 통일부 장관 보좌관 등을 지냈다. 지난 2018년 전남도의원에 당선돼 도정 경험도 쌓았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장흥군수 선거에 나섰지만 김성 후보에게 졌다.
4년 뒤 같은 무대에서 다시 맞붙은 그는 이번에는 조국혁신당 후보로 승부를 걸었다. 선거 구도도 달라졌다. 지난 선거가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도전자의 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민주당 현역 군수와 조국혁신당 후보가 맞붙은 정당 대결이었다. 사 당선인은 자신을 ‘당보다 사람을 선택해 온 장흥’의 흐름 위에 세웠고, 변화론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당선 뒤 그는 “오늘의 승리는 사순문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다”고 했다. “변화를 선택해 준 군민의 승리이고, 더 나은 장흥을 바라는 뜻이 만든 위대한 승리”라고도 했다. 지지하지 않은 군민까지 끌어안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선거는 끝났지만 군민은 하나라는 뜻이다. 패배한 쪽의 마음까지 보듬는 일이 출발선이 된 셈이다.
통합 앞세운 첫 과제
그가 내세운 말은 ‘항꾸네 군수’다. 항꾸네는 전라도 말로 함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 당선인은 이 말에 군민 곁에서 듣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군정을 담겠다고 설명했다. 장터 상인과 길에서 만난 주민의 손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낮은 자세가 구호로 끝날지, 실제 행정으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평가 기준이다.
새 군정의 첫 일은 갈라진 표심을 묶는 일이다. 선거에서 이긴 쪽과 진 쪽을 나누는 순간 군정 동력은 약해진다. 사 당선인이 군의회, 공직사회, 마을 현장과 얼마나 빨리 신뢰를 쌓느냐가 중요하다. 인수 과정에서는 공약의 우선순위와 재원 계획을 군민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 큰 말보다 작은 약속을 먼저 지키는 행정이 필요하다.
군정 청사진과 현실의 벽
사 당선인의 새 군정은 경제와 복지를 두 축으로 출발할 전망이다. 그는 장흥 경제의 흐름을 바꾸겠다며 해양농생명특구 조성, 데이터센터와 해상풍력 유지보수센터 유치,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을 공약했다. 외부 자본과 국비·도비를 끌어와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돈이 들어오고, 머물고, 다시 도는 지역 경제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농어업 분야에서는 인력난과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스마트 농어업 전환을 강조했다. 힘든 일은 기계가 덜고, 병해충 관리와 토양 분석은 AI와 데이터로 돕는 방식이다. 생산비는 낮추고 소득은 높이겠다는 목표다. 관광은 스쳐 가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지난 20여 년 사이 인구가 2만 명 가까이 줄어든 장흥이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일자리와 소득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복지 공약도 넓다. 군민 기본소득 연 120만 원, 청년 미래수당 월 15만 원, 천 원 청년 임대주택 200호, 달빛 소아과와 종일 돌봄 확대를 내걸었다. 어르신에게는 무릎·고관절 수술비 지원, 경로당 돌보미 확대, 노인 일자리 확충, AI 건강 모니터링 구축을 약속했다. 아이를 키우고, 청년이 머물고, 어르신이 덜 불안한 장흥이 목표다.
다만 약속은 이제 검증대에 오른다. 장흥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른 지역이다. 큰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원 확보와 중앙·전남도 협력이 필요하다. 기본소득과 복지 확대도 지속 가능한 재정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전 세대 지원 공약은 군민 체감도가 크지만 예산 부담도 크다. 새 군정은 무엇을 언제, 어떤 돈으로 할지 공개해야 한다. 사업마다 효과를 따지고, 필요하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대가 큰 만큼 설명도 촘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를 군정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작은 표차는 군민이 새 출발을 허락하면서도 엄격히 지켜보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오는 7월 민선 9기 군정이 시작되면 공약은 곧 예산서와 조직표, 조례로 바뀌어야 한다. 248표 차 승리는 박수와 함께 숙제를 남겼다. 사 당선인이 말한 ‘더 큰 장흥’은 선거 구호가 아니라 이제 군민 앞에서 증명해야 할 행정의 결과가 됐다. 이제 성과로 답할 차례다. 군민은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김현식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