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기본소득·생태관광으로 소멸위기 넘는다 월30만원 약속 첫 시험대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6월 15일(월) 0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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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만 원, 기대와 재원 사이
장 당선인의 선거공보는 구례의 미래를 ‘배당받는 구례’로 표현했다. 지리산 숲의 탄소흡수 가치, 섬진강 생태관광 수익, 관광객 소비를 주민에게 돌려 지역 안에서 돈이 돌게 하겠다는 뜻이다. 전 군민 월 30만 원 기본소득은 그 구상의 중심이다. 올해 구례군은 상·하반기 각각 30만 원씩, 연 60만 원을 구례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장 당선인의 공약은 이 사업을 크게 키우는 방향이다.
핵심은 재원이다. 기본소득이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급 대상, 지급액, 지급 시기, 상품권 사용처, 지역 상권 순환 효과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장 당선인은 현재 4000억 원대인 군 예산을 5000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전남광주특별시와 중앙정부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다만 월 30만 원 지급은 아직 확정된 시행정책이 아니라 공약이다. 민선 9기 초반에는 전면 시행인지 단계적 확대인지부터 군민 앞에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행정 신뢰와도 맞물린다. 선거공보에는 타운홀 미팅 정례화, 주민총회 시범 실시, 전자주민투표 도입, 실력 중심 인사도 담겼다. 큰돈이 움직이는 정책일수록 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군민이 낸 세금과 외부 재원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기준으로 돌아오는지 알 수 있어야 정책은 오래 간다. 화합을 말하는 군정이라면 첫 단추는 소통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교육 행정 경험, 군정 자산으로
장 당선인의 색깔은 교육에서 더 선명하다. 그는 교사와 장학사, 구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냈고, 군의회 의장으로 지방의정도 경험했다. 선거공보에는 ‘배우는 구례’가 핵심 비전으로 담겼다. 출생부터 고등학교까지 월 25만 원 인재소득을 지원하고, 방과 후와 돌봄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통합돌봄 체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부모는 안심하고, 아이는 지역 안에서 자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구례는 학생 수 감소와 청년 유출을 동시에 겪는 지역이다. 학교가 약해지면 인구가 줄고, 인구가 줄면 다시 학교가 흔들린다. 장 당선인이 교육을 군정 앞줄에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재개발원 설립,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연계한 예술교육, 자연과학고 농업 인재 육성, 귀농 아카데미 운영도 공약에 포함됐다. 교육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려면 장학금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돌봄, 주거, 교통, 일자리까지 함께 묶어야 청년 부모가 구례에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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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생태관광, 돈 도는 구조로
구례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지리산과 섬진강이다. 민선 9기는 이 자연자산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주민소득으로 바꾸는 일을 맡게 됐다. 장 당선인은 서시교 보존과 랜드마크화, 섬진강 사계절 관광 거점, 지리산온천과 화엄사 상가지구 관광거리 육성, 생태관광 거점 조성, 자연 컨벤션센터와 친환경 호텔 유치 등을 제시했다. 관광객이 와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구조를 바꾸고, 머무는 시간과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구례군은 지난 4월 전남체전과 전남장애인체전을 치르며 숙박, 교통, 안전, 경기장 운영을 점검했다. 올해 주요 현안에는 양수발전소 행정절차, 오산 케이블카와 섬진강권 관광개발, 구례산에마을 조성, 상하수도 확충, 흙살리기 실천사업도 포함됐다. 장 당선인에게는 이 사업들을 새 공약과 충돌 없이 이어 붙이는 일이 필요하다. 오산 케이블카와 섬진강 관광개발은 체류형 관광의 동선을 바꾸는 사업이지만, 환경 보전과 주민 수용성도 함께 풀어야 한다. 구례 관광의 승부는 더 많은 사람을 부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소비가 시장과 식당, 숙박업소, 농가로 흘러가야 한다. 그래야 관광수익을 군민에게 돌리겠다는 약속도 설득력을 얻는다.
농업·복지, 생활 변화가 성패 좌우
농업과 복지는 군민이 가장 빨리 체감하는 분야다. 장 당선인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기금 50억 원 조성, 영농형 태양광 협동조합 지원, 인공지능 스마트 축산 클러스터, 고령농 의료지원 확대, 노인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공약했다. 농업은 구례 경제의 뿌리이고, 복지는 고령화 지역의 생활 기반이다. 농가소득이 흔들리면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돌봄이 약하면 마을 공동체도 버티기 어렵다. 농업·복지는 따로 떨어진 분야가 아니라 지역이 버티는 기초 체력이다.
구례5일시장을 디지털 전환과 청년문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주목된다. 전통시장은 농산물이 팔리고, 관광객이 머물고, 주민이 만나는 생활경제의 중심이다. 여기에 청년 창업과 문화 콘텐츠가 붙으면 시장은 낡은 공간이 아니라 새 소비가 일어나는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공약은 재정과 절차를 통과해야 현실이 된다. 특히 기본소득은 매달 통장에 찍히는 금액보다 더 큰 질문을 던진다. 구례의 자연과 예산, 관광과 농업을 어떻게 묶어 지속 가능한 살림으로 만들 것인가다. 군민은 선언보다 체감을 기다린다. 시간도 많지 않다. 이제 실행이다. 기본소득, 교육·돌봄, 케이블카, 양수발전, 농업 전환은 모두 군민 생활과 직결된다. 장길선 군정의 첫 4년은 약속을 얼마나 빨리 제도와 예산, 현장의 변화로 바꾸느냐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