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형배 인수위, 첫 특별시정 로드맵 짠다 기업·재정 투톱체계 본격가동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6월 19일(금) 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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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 시정의 성패는 조직 정비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20조 원 재정지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3조6000억 원대 채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새 시정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국 첫 광역 지방정부 통합 모델은 이제 통합의 상징을 넘어 예산, 권한, 집행 속도라는 숫자와 실행으로 평가받게 됐다.
기업·재정 전면 배치
민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는 지난 15일 2개 태스크포스와 6개 특별위원회를 추가로 꾸렸다. 초점은 분명하다. 통합특별시가 출범과 동시에 먹고사는 문제와 돈 문제를 풀 수 있느냐다. 기업유치 태스크포스는 투자 전략을 맡고, 재정기획 태스크포스는 재정 통합과 특례 확보 방안을 살핀다. AI·반도체 분야 특별자문도 더해졌다.
대전환기획위원회는 지난 4일 구성이 발표됐고,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사무공간을 마련했다. 기획, 시민주권, 산업경제, 과학기술, 도시공간, 문화관광, 보건복지 등 7개 위원회에 전문가 20명이 참여한다. 활동 기한은 다음 달 20일까지다. 출범 직후 바로 쓸 시정 운영 방향과 핵심 공약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임무다. 성장통합, 균형통합, 기본사회, 녹색도시, 시민주권이 운영 원칙이다.
6개 특별위원회는 농업대전환, 섬해양수산, 교육대전환, 체육건강도시, 지역균형발전, 대통합공약 추진 분야로 짜였다. 전남의 농수산·섬·해양 기반과 광주의 AI·문화·교육 역량을 한데 묶겠다는 구상이다. 인수위가 조직을 넓힌 것은 통합 시정이 단일 행정 논리만으로 굴러가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 내륙과 섬, 산업과 복지가 각각 다른 요구를 갖고 있어 분야별 해법이 필요하다. 인수위는 TF와 특위 논의 결과를 백서에 담고, 출범 뒤 바로 집행할 정책 과제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시민 의견, 정책으로 연결
인수위는 권역별·분야별 타운홀미팅도 열기로 했다. 동부권, 서부권, 중남부권을 돌며 시민 의견을 듣고, 창업·농민·여성·문화 등 분야별 의제도 따로 다룬다. 여기서 나온 의견은 시정 기획서와 핵심 전략과제에 담긴다. 통합특별시의 이름과 상징, 조례 정비, 기업유치 전략, 재정 운영 방향도 함께 점검된다.
행정통합은 법과 조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생활권이 다른 주민들이 통합의 이익을 실제로 느껴야 힘을 얻는다. 청년은 일자리와 교육을, 농어민은 판로와 물류를, 섬 주민은 교통과 의료를 먼저 본다. 인수위가 현장 의견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한 이유다. 출범 초기에는 민원 창구, 행정 전산, 교육·복지 안내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주민 불편이 커지면 통합 효과보다 혼란이 먼저 보일 수 있다. 필수 조례와 행정시스템 정비는 새 시정의 첫 민생 과제다. 의견 수렴이 예산과 조례로 이어져야 통합은 생활 속 변화가 된다.
공공기관 재편은 숙의로
가장 민감한 과제는 공공기관 재편이다.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은 20개, 전남도 산하 공공기관은 23개다. 통합특별시 출범 뒤 이들 기관은 기능 재정립 논의에 들어간다. 유사·중복 기관은 단일화하는 통합형, 조직은 합치되 지역 센터를 남기는 본부·센터형, 기관은 유지하되 역할을 나누는 기능분담형 등이 검토된다.
우선 검토 대상은 광주 12개, 전남 13개 기관으로 알려졌다. 양쪽 연구원과 도시개발 기관, 사회서비스원, 여성가족재단, 테크노파크, 신용보증재단, 문화재단, 관광 관련 기관 등이 논의선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통폐합 작업이 아니다. 기관을 줄이는 데만 몰리면 지역별 반발과 인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본사 위치, 인력 승계, 청사 활용, 지역별 서비스 유지가 모두 쟁점이다. 민 당선인 측은 서두르기보다 공공기관 당사자와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고 기관별 태스크포스와 조직진단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속도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뜻이다.
R&D와 재정혁신 성패 가른다
20조 원 재정지원금의 쓰임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민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원금의 80%인 16조 원을 AI·반도체·재생에너지·미래모빌리티 등 초첨단 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연구원은 이 구상과 맞물려 기준형, R&D 집중형, 설비 집중형 등 3개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그 결과 R&D 집중형이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산업 연구개발에 12조 원을 넣으면 오는 2031년 지역내총생산은 4.7%, 금액으로는 5조9000억 원 늘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단순 SOC보다 기술과 기업을 키우는 투자가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재정 부담은 무겁다. 지난해 말 전망치 기준 광주시 채무는 2조1307억 원, 전남도 채무는 1조4217억 원이다. 합치면 3조5524억 원으로 3조6000억 원에 가깝다. 통합특별시는 출범부터 투자 확대와 채무 관리라는 두 숙제를 함께 안게 된다. 20조 원이 실제 성장의 종잣돈이 되려면 지원 규모뿐 아니라 집행 권한도 뒷받침돼야 한다. 용처가 묶인 보조금에 그치면 지역이 스스로 산업 지도를 짜기 어렵다. 따라서 예산 확보와 재정혁신은 같은 선에서 다뤄져야 한다.
출범 첫해부터 이 원칙은 중요하다. 행정은 숫자로 말해야 한다. 특별법은 지난 3월 5일 제정돼 오는 7월 1일 시행된다. 시행령도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날 정부 간담회에서 광주와 전남은 20조 원 조기 지원과 재정 자율성 보장을 건의했다. 하지만 재정지원의 자율성, 교부세 방식, 중앙 권한 이양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첫해 성과는 큰 구호보다 빠른 민원, 고른 투자, 투명한 기관 재편, 단단한 재정관리에서 갈린다. 시민의 신뢰도 그 지점에서 쌓인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