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광주 통합교육, 10만 인재 키워 지방소멸 막는다 지역산업 맞춤형 진로 연결 박태영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6월 19일(금) 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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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개 정책, 통합의 설계도
교육비전위원회는 지난 16일 전남광주교육행정 통합추진단에 85개 교육정책을 제안했다. 지난 3월 전남·광주 시도민 555명으로 꾸려진 위원회가 온·오프라인 숙의를 거쳐 정리한 결과물이다. 제안은 교육과정·학력, 진로·직업·특성화, 학교환경·돌봄, 교직원, 교육포용·다양성, 행정·거버넌스 등 6개 분야로 나뉜다.
핵심은 통합을 ‘큰 교육청 하나’로 끝내지 말자는 데 있다. 미래형 교육과정, 온종일 돌봄 체계, 학교 시설 공유, 인사 제도 통합,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가 함께 담겼다. 농산어촌과 도시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학생이 사는 곳 때문에 배움의 폭이 달라지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정책 제안서는 최종 확정안이라기보다 새 교육청이 무엇을 먼저 따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설계도에 가깝다. 통합교육의 성공 여부는 행정 편의가 아니라 학생의 실제 기회가 얼마나 넓어지는지에 달렸다.
교육비전위가 강조한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는 갈등을 줄이는 안전판이다. 통합 과정에서 어느 지역의 학교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조정해야 하는지, 교직원 인사는 어떤 원칙으로 바뀌는지, 돌봄과 시설 공유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학생·학부모·교직원·지역사회가 같은 정보를 보고 토론해야 정책이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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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곳에서 일하는 길
김 당선인의 구상은 분명하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취업하는 길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는 AI와 에너지 등 전략산업에 필요한 10만 인재 양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광주의 AI 기반, 전남의 에너지·생태·문화 자산을 묶어 학생 진로와 지역 산업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년간 전남교육감을 지내며 학교와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가장 아픈 문제로 봤다는 그의 진단도 여기에 닿아 있다.
이를 위해 AI·에너지 특화 영재학교, 켄텍 에너지영재교육원, 광주과학기술원 등과의 연계가 거론된다. 직업계고와 마이스터고는 지역 기업의 현장실습, 인턴십, 채용 과정과 더 가까워진다. 학생 취업지원센터와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청소년 때부터 일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통합 2030교실도 같은 흐름이다. 전남의 수업 연구 경험과 광주의 AI 인프라를 결합해 도시형, 농산어촌형 맞춤 교실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취업 대책이 아니다. 청년이 떠나지 않아야 지역 산업이 살고, 산업이 살아야 학교도 유지된다는 절박한 순환 구조다.
학력에서 진로까지 책임
통합교육의 또 다른 축은 공교육의 역할 확대다. 김 당선인은 기초학력부터 대학 입시까지 책임지는 ‘학생 생애 책임교육’ 체계를 강조했다. 학교별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을 넓히고 온라인학교 기능을 강화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농어촌 작은 학교 학생도 원하는 과목을 배울 수 있어야 하고, 도시 학생도 지역의 산업과 삶을 배우는 과정을 접해야 한다는 뜻이다.
AI 기반 대학 입시 분석과 학생부 연계 성장관리 체계도 추진된다. 지역이나 학교 규모 때문에 진학 정보가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수능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서술형 평가로 가는 장기 전환도 검토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평가, 학력, 입시 지원 기능을 하나로 잇는 전남광주교육과정개발평가원 설립도 제시됐다. 시험 점수만 보는 학교에서,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어디로 갈 수 있는지 함께 보는 학교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소통 없인 완성 없다
통합교육이 힘을 얻으려면 현장 신뢰가 먼저다. 김 당선인의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회는 지난 17일 시민소통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각계 시민 대표와 교육 관계자 약 120명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준비위 활동이 오는 7월 말 끝난 뒤에도 시민소통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은 의미가 있다. 통합교육은 발표보다 설득이 더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시민소통위는 지역 공청회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현장의 질문에 답하고, 제안이 정책으로 바뀌는 과정을 분명히 보여줘야 이름뿐인 소통을 넘어설 수 있다. 교육청의 언어가 아니라 교실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다만 논란은 더 넓어졌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교원과 교육전문직, 일반직 공무원, 학교 현장의 공식 논의 구조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전남도교육전문직원노조도 개편안이 교육보다 행정 기능을 앞세웠다며, 교육 철학과 정책을 기획·조정할 기능이 중심에 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통합교육청 노조는 단일 인사위원회와 통합 인사체계가 통합 이전 지방공무원의 승진 기회와 생활권을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며 종전 관할별 분리 운영을 요구했다.
김 당선인은 7월 1일 취임 뒤 조례 정비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교육청도 출범 초기 보좌기관 통합과 기획조정실 신설로 안정화에 집중하고, 2028년 1월 1일 정책국 통합을 거쳐 최종 1실 4국 체제로 슬림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무안·광주·동부 3개 청사를 권역별 거점으로 삼아 본청 중심 행정을 학교 현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전남광주 통합교육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반대 목소리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85개 정책과 10만 인재 구상을 교실의 변화와 일자리로 연결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첫 통합교육감의 성패는 그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단단히 밟느냐에 달려 있다.
박태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