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주청사 입지, 통합 첫 뇌관 됐다

법적 주소지 쟁점 급부상중
광주·무안·순천 이해 충돌로
공론화 없인 갈등만 재확산

김현식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6월 19일(금) 17:27
광주시청(왼쪽)과 전남도청. [사진=광주시·전남도]
오는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주청사 입지 문제가 지역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통합의 목적은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생활권, 하나의 성장권으로 묶는 데 있다. 그러나 첫 논쟁이 “어디가 중심인가”로 흐르면 통합의 명분은 시작부터 약해진다. 청사는 행정 건물에 그치지 않는다. 권한이 모이고 사람이 오가며 예산과 조직의 방향이 보이는 상징이다. 그래서 광주, 무안, 순천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단순한 자리 다툼이 아니다. 통합특별시가 균형발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묻는 첫 시험대다. 정부는 출범에 맞춰 495개 행정정보시스템 전환과 78개 대민서비스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실무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시민의 눈은 여전히 “시장이 어디서 일하느냐”에 쏠려 있다. 상징을 관리하지 못하면 행정 준비도 정치 갈등에 묻힐 수 있다. 그래서 출범 전 설명과 합의가 더욱 절실하다. 늦출 일이 아니다.

주소지와 주청사는 다르다

논란이 커진 직접 계기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주청사, 무안청사, 전남동부청사 등 3곳을 모두 사무소 소재지로 둘 수 있는지 질의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주소인 주사무소는 한 곳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회신했다. 다만 주사무소를 한 곳으로 두더라도 복수 청사를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봤다.
이 대목이 민감하다. 법적 주소지는 행정 절차를 위한 기준점이다. 소송, 공문, 고시, 조례, 계약 같은 법률관계에서 기준이 되는 주소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이를 곧바로 주청사 확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주소 한 줄이 정치적 상징으로 커지는 순간, 세 권역은 각자 불리함을 걱정하게 된다. 행정 편의를 위해 정한 주소가 통합의 중심을 정한 것처럼 보이면 갈등은 더 커진다.
특별법의 취지는 분명하다. 통합특별시의 청사는 종전의 전남동부청사, 무안청사, 광주청사를 균형 있게 활용·운영하도록 했다. 이 문구는 통합 과정에서 청사 문제를 당장 한 곳으로 몰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적 주소지와 실질 주청사의 의미를 분리해 설명하는 일이다. 시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 결정은 언제든 불신으로 번진다.

전남 서부권 7개 시군 단체장 당선인들이 지난 18일 전남도의회에서 통합특별시 주청사를 무안청사로 확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세 권역의 논리가 맞선다

광주권은 행정 효율을 앞세운다. 인구와 기관, 교통, 대학, 산업 기반이 밀집한 광주가 실질 중심이 돼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통합특별시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가지려면 컨트롤타워가 분명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광주권에서 보면 흩어진 청사 운영은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무안을 중심으로 한 서남권의 생각은 다르다. 전남도청이 이미 남악에 있고 전남경찰청, 전남교육청 등 행정 기능이 모여 있다. 서남권은 광주로 기능이 쏠리면 전남 서부의 공동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본다. 무안군은 주청사 유치 대책위를 꾸리고 서남권 시군의 동참을 촉구했다. 통합이 광주 확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순천, 여수, 광양 등 동부권도 물러서기 어렵다. 동부권은 전남 산업의 큰 축이다. 광양만권 항만과 산업단지, 순천의 생활권, 여수의 해양관광과 석유화학 기반이 있다. 그동안 행정 중심에서 멀었다는 소외감도 있다. 동부권이 주청사 논의에서 빠지면 통합특별시는 시작부터 동서 불균형의 그림자를 안게 된다.

균형 운영은 선언이 아니다

민형배 당선인은 특정 장소를 곧바로 주청사로 못 박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세 청사를 일정 기간 균형 있게 활용하고, 특별시장이 일하는 곳이 그날의 청사라는 방식도 언급했다. 출범 초기 혼란을 줄이려면 이 방향은 현실적이다. 어느 한 곳을 먼저 승자로 만들면 나머지 권역의 상처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균형 운영은 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장실을 어디에 둘지, 기획·인사·예산 부서는 어디에서 일할지, 민원인은 어느 청사에서 어떤 업무를 볼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겉으로는 3청사라 해도 핵심 부서가 한 곳에 몰리면 나머지는 이름뿐인 분산청사가 된다. 반대로 모든 기능을 기계적으로 나누면 결재가 늦고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균형과 효율을 함께 잡는 기능 배분표가 필요하다.
시민 인식도 가볍지 않다. 광주연구원 조사에서 시도민의 62.4%는 3개 청사 균형 활용을 선호했다. 한 곳으로 주청사를 집중하자는 응답은 22%였다. 이 결과는 시민 다수가 “한 곳 독식”보다 “분산과 균형”을 원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동시에 시민은 행정 비효율을 바라지 않는다. 균형 활용이 실제 민원 편의와 권역별 발전으로 이어질 때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

결정 절차가 승복을 만든다

주청사 논란의 해법은 위치보다 절차에 있다. 연구용역, 시민 공론화, 권역별 토론, 특별시의회 논의를 공개적으로 묶어야 한다. 평가 기준도 먼저 내놔야 한다. 행정 효율, 접근성, 권역 균형, 기존 시설 활용도, 이전 비용, 미래 확장성 등을 점수화하고 그 과정도 공개해야 한다.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절차가 공정하면 승복의 문은 열린다.
특히 첫 6개월은 중요하다. 이 시기에 특정 청사로 업무가 자연스럽게 쏠리면 나중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반발이 생긴다. 반대로 책임자와 기능을 분명히 나누지 못하면 시민은 어느 창구를 찾아가야 할지 헷갈린다. 출범 초기에는 권역별 책임부시장제, 공통 민원창구, 온라인 결재 체계, 순회 간부회의를 함께 운영해 실질 균형을 보여줘야 한다.
통합특별시의 첫 과제는 누가 이기고 지는지 가르는 일이 아니다. 광주는 광주대로, 서남권은 서남권대로, 동부권은 동부권대로 행정 기능과 성장 기회를 나눠 가져야 한다. 주청사는 건물 하나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통합정부의 철학을 정하는 일이다. 특별시가 출범과 동시에 해야 할 일은 청사 이름표를 붙이는 게 아니다. 세 권역이 같은 시민이라는 믿음을 먼저 세우는 일이다. 그 믿음 없이는 어떤 위치도 통합의 중심이 될 수 없다.
김현식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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