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료원에 여성장애인 산부인과 들어선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든든하게
전문의 협진, 24시간 지킨다
검진부터 치료까지 가까워져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6월 26일(금) 09:50
강진의료원의 외래산부인과 내부 모습. [사진=전남도]
여성장애인에게 산부인과는 가까워도 멀 수 있다.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 검사대에 오르내리는 부담, 의사소통의 불편, 분만 때 필요한 협진 부족이 겹치면 진료는 뒤로 밀린다. 전남도가 강진의료원을 여성장애인 맞춤형 산부인과로 키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 중남부 공백 메운다

전라남도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친화 산부인과 운영지원 사업’ 수행기관에 강진의료원이 최종 선정됐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도는 내년 상반기 운영 개시를 목표로 시설과 장비를 보강하고, 전문의 협진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 사업은 여성장애인이 안전하게 임신과 출산을 하고, 생애주기별 여성질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산부인과를 지정해 지원하는 국가사업이다. 임신 중인 여성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 출산 뒤 관리가 필요한 여성, 여성질환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 모두가 주요 대상이다. 몸의 변화가 큰 사춘기, 출산 전후, 갱년기와 노년기에도 필요한 진료를 끊기지 않게 받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강진의료원은 전남 중남부권의 도립 공공병원이다. 이번 선정으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보는 체계를 마련한다. 24시간 고위험 분만 상황에 대응할 기반도 구축한다. 갑작스러운 진통이나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산모와 아이를 함께 살피는 길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강진의료원의 신생아실. [사진=전남도]

장비보다 중요한 문턱 낮추기

총사업비는 4억9000만 원이다. 시설·장비 보강비 3억5000만 원은 한 차례 지원된다. 운영비 1억4000만 원은 매년 지원된다. 재원은 국비와 지방비를 함께 넣는다. 예산은 단순히 병원 공간을 새로 꾸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애가 있어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쓰인다.
장애친화 산부인과에는 이동과 접근을 고려한 시설, 휠체어 체중계, 이동식 전동리프트, 높낮이 조절 진찰대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예약과 상담을 위한 안내 체계도 중요하다. 전담 인력이 진료 전 과정을 안내하면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의 불안도 줄어든다. 병원에 도착해 접수하고, 검사받고, 진료를 마칠 때까지 불편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여성장애인은 산부인과가 있어도 실제 이용까지 여러 단계를 넘어야 했다. 진료실 문 폭, 화장실 구조, 보호자 대기 공간, 검사 안내 방식 하나가 이용 여부를 갈랐다. 이번 사업의 의미는 새 진료과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병원 안의 작은 장벽을 줄여 진료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의료진의 역할도 크다. 여성장애인 진료에는 더 많은 시간과 설명이 필요할 수 있다. 산모의 장애 유형에 따라 이동 방법, 마취 방식, 신생아 관리, 출산 뒤 돌봄까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산부인과 혼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진료과가 함께 판단해야 안전을 높일 수 있다. 장애를 먼저 보는 진료가 아니라, 사람과 상황을 함께 보는 진료가 필요하다.

6만 여성장애인의 건강권

지난 2025년 말 기준 전남의 등록장애인은 13만3180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6만896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등록장애인도 262만7761명에 이른다. 여성장애인은 110만2766명으로 전체의 42.0%다. 이들에게 산부인과는 특별한 병원이 아니라 일상에 꼭 필요한 기본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장애가 있으면 병원까지 이동하는 일부터 어렵다. 진찰대에 오르는 일, 검사 자세를 잡는 일, 의료진에게 증상을 설명하는 일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장애친화 의료기관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은 장애인이 이동 불편, 의료비 부담, 의사소통 어려움 등으로 필요한 때에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진의료원 사업은 이 문제를 지역에서 풀어보는 공공의료 과제다. 특히 농어촌이 많은 전남에서는 병원까지 거리가 곧 진료의 장벽이 된다.
강진에 진료체계가 자리 잡으면 주변 군 지역 여성장애인의 이동 부담도 줄 수 있다. 광역 대도시 병원까지 가야 했던 일부 진료를 지역에서 받을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가족이나 활동지원사의 동행 부담도 낮아진다. 지역 공공병원의 의미가 커지는 지점이다.

문 여는 것보다 운영이 관건

전남도는 그동안 장애친화 의료 기반을 조금씩 넓혀 왔다.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는 목포중앙병원에,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목포·순천·강진의료원과 장흥통합의료병원에 두고 있다. 전남권역 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순천의료원에 있다. 강진의료원 산부인과 구축은 이 흐름에 여성 건강 축을 더하는 일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오는 2027년 상반기 문을 열려면 공사와 장비 도입, 인력 배치, 진료 예약체계, 장애 유형별 응대 교육이 같이 가야 한다. 문만 열고 이용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서는 효과가 작다. 보건소, 장애인단체,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연결해 대상자를 찾아 안내해야 한다. 예약 전화 한 통, 병원 동선 안내 한 번이 진료 포기로 이어질 수 있는 불편을 막는다.
운영이 시작되면 예약 단계에서 장애 유형과 필요한 지원을 미리 확인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휠체어 이용 여부, 의사소통 방법, 동행 필요 여부를 알고 준비하면 진료 시간은 줄고 안전은 높아진다. 환자가 병원에 맞추는 방식에서 병원이 환자에게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광선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이번 선정은 전남지역 여성장애인의 의료 접근성과 건강권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진의료원이 차질 없이 운영을 시작하도록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첫 개소보다 지속성이다. 강진의료원이 지역 여성장애인에게 “갈 수 있는 병원”이 아니라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 잡을 때, 전남의 공공의료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이 기사는 이슈전남광주 홈페이지(issuegj.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ssuegj.co.kr/article.php?aid=3799392720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9일 18:3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