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불산단, 조선 넘어 AI·에너지·미래차 거점으로 삼호 제조축 데이터로 재편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6월 26일(금) 1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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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제조축의 심장
대불국가산업단지는 영암 산업의 가장 큰 기반이다. 대불국가산단은 영암군 삼호읍 나불리와 난전리 일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정면적은 2088만6000㎡다. 지난 1997년 준공된 뒤 대불외국인투자지역과 대불자유무역지역을 품으며 서남권 제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HD현대삼호가 있다. HD현대는 이 회사를 세계 4위 규모의 선박 생산능력을 보유한 조선회사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25년 기준 매출액은 8조713억 원이다. LNG선, LPG선, 자동차운반선 등 여러 선종을 만들며 암모니아 운반선과 메탄올 추진선 같은 차세대 선박도 키우고 있다.
이 기반은 영암 경제의 힘이지만 과제도 낳는다. 조선 경기가 좋을 때는 일감과 고용이 늘지만, 업황이 꺾이면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이 함께 흔들린다. 영암군과 전남도가 산업 다변화를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불산단의 다음 과제는 더 깨끗하게, 더 똑똑하게 만들며 지역 안에서 더 오래 일감이 돌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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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묶는 공급망
대불산단의 변화는 단순한 환경 정비가 아니다. 지난 2022년 정부 산단 대개조 사업에 전남 서남권 산단이 선정되면서 대불국가산단은 영암 삼호산단, 목포 삽진산단, 해남 화원산단과 함께 친환경 중소형 선박과 해상풍력 기자재 생산 허브로 묶였다. 2023년에는 대불스마트그린산단 사업단이 출범해 디지털·그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제조 인공지능 전환인 M.AX가 더해졌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2일 영암 호텔현대에서 조선 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대불, 명지녹산, 군산 3개 산단 MINI 얼라이언스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제조기업, AI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가 참석해 조선업 M.AX 추진전략과 산단 간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MINI 얼라이언스는 산업단지 안에서 AI 전환을 확산하기 위한 산단별 협의체다.
이번 논의는 개별 산단의 AI 도입을 조선 공급망 전체로 넓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불은 대형조선소와 협력 중소기업이 모인 조선·해양 클러스터이고, 군산은 중·소형 선박을 만드는 해양모빌리티 제조기업이 밀집한 곳이다. 명지녹산은 국내 조선기자재 기업의 약 60%가 모인 최대 조선기자재 클러스터로 꼽힌다. 대불은 조선 분야 공통 인프라, 명지녹산은 조선업 특화 AI 검색엔진, 군산은 설계 시뮬레이션과 품질관리 AI 모델을 제시했다.
산업부가 말하는 5극3특 지역성장 전략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수도권 한 곳에 산업을 몰아두지 않고 권역별 성장 거점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대불산단이 M.AX로 명지녹산, 군산과 연결되면 대형조선, 중소형 선박, 기자재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를 넘어 조선 공급망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다. 간담회 뒤 열린 M.AX 카라반에는 AI 공급업체 14곳과 제조기업 관계자 50여 명이 참여해 현장 매칭도 진행했다.
전기를 만드는 산단 전략
영암군이 새로 꺼낸 승부수는 RE100산단과 그린시티다. 군은 지난해 7월 29일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 정책을 발표했다. 대불산단과 삼호·삼포지구 기업도시에 태양광·수소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허브를 만들고, 해상풍력 기자재 특화단지와 에너지자립형 배후도시를 함께 조성하는 구상이다.
군은 610㎿급 영암호 수상태양광과 1500㎿급 간척지 태양광 단지를 조성해 오는 2030년부터 대불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고, 오는 2035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왕겨 등 농업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수소 시설, 수소충전소, 수소연료전지 구상도 포함됐다. 낮에는 태양광이 전기를 만들고, 수소가 변동성을 보완하는 구조다.
RE100은 기업이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흐름이다.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는 제조업체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대불산단이 자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갖추면 입주기업은 전기요금 부담과 탄소 규제 대응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을 수 있다. 영암군이 이 정책을 기업 유치, 청년 일자리, 정주도시 조성과 연결하는 이유다.
실증 도로 위의 미래차
미래차 산업도 영암의 또 다른 축이다. 전남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오는 8월까지 48개월간 운영된다. 특구 구역은 대불국가산단과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 일대, 목포·영암·해남 도로 일원 14.2㎢다.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할 때 모터와 배터리 장착으로 무게가 달라지는 만큼, 3000㎞ 주행시험을 통해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암은 이 실증을 할 조건을 갖췄다. 대불산단에는 금속·기계·자동차 부품 가공 기업이 있고, 국제자동차경주장은 차량 성능과 안전성을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프리미엄자동차연구센터 등 주변 인프라도 친환경 자동차 산업과 연결된다. 개조전기차가 상용화되면 노후 내연기관 차량을 새 전기차로 바꾸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탄소 배출 감축에도 도움이 된다.
영암의 산업 전환은 한꺼번에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력망, 주민 수용성, 기업 유치, 숙련 인력 확보가 함께 풀려야 한다. 관건은 조선, AI, 에너지, 미래차를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데 있다. 조선으로 쌓은 제조 역량, 태양광과 수소를 활용한 전력 공급, 규제특구가 여는 실증 기반이 서로 맞물리고 있다. 대불산단이 다시 뛰면 영암은 농업과 관광의 도시를 넘어 서남권 미래 제조업의 앞줄에 설 수 있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