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벌교꼬막, 보성군이 되살린다

21억 투입 어장 회복 시동
여자만 30ha 어린패 살포
어민 소득 새 길 함께 연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7월 09일(목) 09:26
6월 말부터 7월까지 보성군 종묘배양장에서 생산한 인공종자인 치패와 중간패 총 18톤을 여자만 해역 19개소, 30ha에 걸쳐 살포할 예정이다. [사진=보성군]
전국 대표 수산 브랜드인 벌교꼬막이 위기 앞에 섰다. 한때 풍성한 갯벌의 상징이던 참꼬막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어민 생계와 벌교 상권, 보성의 이름값까지 흔들리고 있다. 보성군은 올해 21억 원을 투입해 ‘벌교꼬막 리본(Reborn)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리본은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담았다. 줄어든 자원을 다시 키우고, 갯벌 서식환경을 고쳐 지속 가능한 생산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수산 지원이 아니라 보성의 대표 브랜드를 지키는 지역 생존 전략이다.

26t 경고, 명성의 바닥

벌교 참꼬막의 추락은 숫자로 뚜렷하다. 지난 1990년대 연간 2만 t 수준이던 생산량은 지난 2010년 8500t으로 줄었다. 지난해 보성군 자체 집계 기준으로는 26톤에 그쳤다. 30여 년 전 생산량의 1천분의 1 남짓만 남은 셈이다. 전국 식탁을 채우던 이름난 꼬막 산지가 이제는 자원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와 남획, 갯벌 환경 변화가 꼽힌다. 참꼬막은 물때와 갯벌 상태에 민감한 생물이다. 어린 조개가 자라기 전 무리하게 잡히거나, 갯벌의 산소와 먹이 환경이 나빠지면 자원 회복은 더뎌진다. 바닷물 온도와 염분 변화도 성장에 영향을 준다. 한 해 종자가 부족하면 다음 해 수확도 줄고, 이 흐름이 반복되면 어장 전체가 약해진다.
생산량 감소는 단순한 수산 문제가 아니다. 채취 어민의 소득이 줄고, 선별장과 유통업체, 식당, 축제, 관광까지 함께 위축된다. 벌교 장날과 음식점 거리의 활기도 꼬막 생산과 무관하지 않다. 보성군이 이번 사업을 어업 지원을 넘어 지역 회복 전략으로 보는 이유다.

참고막 자원회복을 위해 참꼬막을 살포하고 있다. [사진=보성군]

씨 뿌리고 터전 고친다

사업의 핵심은 종자 생산, 자원 방류, 서식환경 관리다. 군은 인구소멸대응기금과 도비·군비 등을 활용해 ‘리본 프로젝트’, ‘참꼬막 대량생산 기반 구축’, ‘어장개발지원사업’ 등 3개 사업에 올해 총 21억 원을 투입한다. 단기 처방이 아니라 어린 조개를 길러 바다에 넣고, 자랄 수 있는 갯벌 조건까지 함께 맞추는 방식이다.
이미 지난 4월 참꼬막 모패 4톤을 살포했다. 모패는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미 조개다. 이어 지난 6월 말부터 이달까지 보성군 종묘배양장에서 키운 치패와 중간패 등 어린 참꼬막 18톤을 여자만 해역 19개소, 30ha에 뿌린다. 치패는 갓 자란 작은 조개이고, 중간패는 바다에 옮겨 심기 좋을 만큼 더 자란 조개다. 군은 특정 구역에 몰아넣지 않고 여러 해역에 나눠 방류해 위험을 줄인다. 살아남는 비율과 성장 속도도 함께 살필 방침이다.
군이 인구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줄어든 인구를 단순히 숫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람이 떠나지 않을 일거리와 소득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꼬막은 어민의 수입원이면서 벌교를 찾게 하는 이유다. 한 그릇의 꼬막정식, 한 상자의 산지 선물, 한 번의 갯벌 체험이 모두 지역에 돈을 남긴다.

갯벌 살려 경제도 살린다

벌교꼬막은 보성군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지난 2009년 수산물 지리적표시 제1호로 등록돼 이름 자체가 지역 브랜드가 됐다. 지리적표시는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 품질이 인정된 상품에 붙는 이름이다. 함부로 같은 이름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와 가격 경쟁력을 지키는 장치가 된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제2호인 보성 뻘배어업도 이 갯벌에서 이어져 왔다. 뻘배를 타고 참꼬막을 캐는 모습은 벌교의 생업이자 문화다.
보성군은 전남 참꼬막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산지다. 그래서 자원 회복은 곧 지역경제 회복과 맞닿아 있다. 생산이 늘면 어민 소득이 먼저 살아난다. 이어 선별, 유통, 가공, 음식점, 관광으로 효과가 번질 수 있다. 벌교읍이 겪는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생활형 정책이기도 하다. 꼬막이 돌아오면 단순히 수확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붙잡는 일자리와 소비도 함께 생긴다.

보전과 이용의 균형 과제

자원을 되살리는 일은 한 번의 방류로 끝나지 않는다. 보성군은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과 협력해 앞으로 3년간 참꼬막 생육 상황과 서식환경 변화를 점검할 계획이다. 갯벌의 온도, 퇴적 상태, 먹이 환경, 폐사 여부 등을 살펴야 사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뿌린 어린 조개가 얼마나 살아남는지, 어느 해역에서 잘 자라는지, 왜 죽는지까지 확인해야 다음 방류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이 과정이 자리 잡으면 해마다 감으로 하던 자원 관리가 자료에 근거한 관리로 바뀔 수 있다.
벌교갯벌은 지난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지난 2006년 순천만갯벌과 함께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생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곳은 꼬막만의 갯벌이 아니다. 짱뚱어와 갯지렁이, 철새가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이다. 따라서 군의 과제는 분명하다. 어민이 먹고살 수 있는 바다를 만들되, 갯벌을 소모품처럼 쓰지 않는 것이다. 무리한 채취를 줄이고, 어린 개체가 자랄 시간을 주며, 쓰레기와 오염원을 줄이는 주민 참여도 필요하다. 자원 회복과 환경 보전이 함께 가야 벌교꼬막의 이름도 오래 갈 수 있다.
과제도 있다. 인공종자를 많이 넣는다고 곧바로 생산량이 늘지는 않는다. 갯벌이 받쳐주지 못하면 어린 조개는 자라지 못한다. 방류 해역 선정, 채취 시기 조절, 어민 교육, 불법 채취 단속이 함께 가야 한다. 군과 어촌계가 같은 기준으로 관리해야 예산 투입의 효과도 커진다.
보성군의 이번 도전은 사라지는 특산물을 되찾는 일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끝은 더 넓다. 벌교꼬막이 다시 밥상에 오르고, 어민의 손에 소득이 돌아가며, 갯벌이 건강을 되찾는다면 벌교는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름난 상품 하나를 살리는 일이 지역의 내일을 붙잡는 일인 까닭이다. 성패는 앞으로 3년에 달렸다. 꾸준한 관리와 어민 참여, 과학적 점검이 이어질 때 벌교꼬막의 명성은 다시 자랄 수 있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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