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섬, 갯장어 밥상까지 품은 고흥의 7월

바다 11곳 17일 동시 개장
편백숲 그늘 아래 쉬어가다
갯장어 향 따라 녹동항으로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7월 10일(금) 17:20
남열해돋이 해수욕장 및 우주발사전망대 전경.
7월의 고흥은 더위를 피해 잠시 들르는 피서지에 머물지 않는다. 오는 17일 11개 해수욕장이 문을 열면 남열의 일출과 나로도의 우주 이야기, 쑥섬과 연홍도의 섬길이 차례로 여행자를 맞는다. 한낮에는 능가사와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에서 걸음을 늦추고, 해가 기울면 녹동항 장어거리에서 갯장어와 장어구이로 하루의 여운을 채운다. 해수욕과 숲길, 섬과 우주, 남도의 밥상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곳. 오래 머물수록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7월 고흥 여행의 매력이다.

파도가 먼저 여는 휴가

올해 고흥의 여름 바다는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인 피서객 맞이에 들어간다. 금장·나로우주·남열해돋이·대전·덕흥·발포·연소·염포·용동·익금·풍류 등 11개 해수욕장은 이날 문을 열어 다음달 17일까지 운영된다. 그중에서도 영남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이름처럼 일출이 아름답고, 남도권 서핑 명소로도 알려진 곳이다. 파도가 좋은 날에는 물결 자체가 풍경이 되고, 바다가 잔잔한 날에는 넓은 모래사장과 해안선이 가족 피서객의 쉼터가 돼 준다.

금산면 익금·연소·염포 해변은 거금도의 바다빛을 따라 쉬어 가기 좋고, 발포·덕흥·대전·풍류 해변은 차분한 휴가를 원하는 가족 여행객에게 어울린다. 길 끝에는 거금대교와 소록도가 놓여 있다. 한센인의 아픔을 간직한 소록도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금대교를 지나면, 고흥의 바다는 피서지를 넘어 기억과 풍경이 머무는 여행지로 다가온다.

천년고찰이 주는 쉼표

한낮의 열기가 짙어질 때는 팔영산 자락이 여행의 쉼표가 돼 준다. 천년고찰 능가사는 바쁘게 움직이던 여행의 속도를 잠시 낮추는 곳이다. 새벽 공기를 깨우는 범종 소리, 사찰 마당에 내려앉은 고요, 문화재가 품은 시간은 고흥의 여름을 차분하게 바꿔 놓는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면 명상과 사찰음식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다. 바다에서 시작한 여행이 능가사에 닿으면 고흥은 피서지를 넘어 자신을 돌아보는 휴식의 공간으로 넓어진다.

능가사와 가까운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은 무더운 계절에 더 빛난다. 울창한 편백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짙은 나무 향과 서늘한 그늘이 온몸을 감싼다. 잘 정비된 테라피 로드는 천천히 걷기 좋고, 치유센터에서는 명상과 족욕, 다도 등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팔영산의 숲은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깊은 쉼을 남긴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들어간 숲길에서 여행자는 고흥의 또 다른 여름, 조용하고 맑은 여름을 만나게 된다.

우주와 섬을 잇는 여정

고흥 여행의 색깔은 우주와 섬, 생활문화가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봉래면 나로도에 들어서면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과 나로도항, 쑥섬으로 향하는 길이 한 흐름을 이룬다. 우주과학관은 햇볕이 강한 한낮이나 비가 내리는 날에도 일정에 넣기 좋은 실내 코스다. 로켓과 우주 탐사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키우는 체험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고흥이 우주항공의 거점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섬 여행은 쑥섬과 연홍도에서 한층 깊어진다. 쑥섬은 작은 공간 안에 정원과 숲길, 조망 지점이 아담하게 이어져 짧은 일정에도 오래 남는 풍경을 건넨다. 연홍도는 담장과 골목, 포구 곳곳에 작품과 생활 풍경이 어우러져 걷다가 멈추는 순간마다 다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분청문화박물관과 고흥전통시장을 더하면 여행은 자연과 과학을 지나 역사, 예술, 생활의 자리로 넓어진다. 거금도 적대봉과 거금생태숲은 바쁜 동선에서 한 걸음 비켜나 고흥의 지형을 천천히 읽게 하는 코스다. 능선과 숲길에서 내려다보는 다리와 마을 풍경은 섬과 육지가 이어진 고흥의 생활권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남도 밥상으로 닫는 길

7월 고흥의 식탁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이름은 갯장어다. 여름 살이 오른 갯장어는 회로도 먹고, 뜨거운 육수에 살짝 담가 샤부샤부로도 즐길 수 있다. 부드럽게 익은 살은 담백하고, 장어구이는 여행의 저녁을 든든하게 채운다. 녹동항 일원 장어거리로 발길을 옮기면 고흥의 여름 맛도 한층 선명해진다. 탕과 구이, 샤부샤부가 식탁에 오르고, 남도의 젓갈과 나물, 김치가 곁들여지면 하루의 피로도 천천히 풀린다. 입맛을 가볍게 돋우고 싶다면 새콤하게 무친 서대회무침이나 바지락회무침도 좋다. 식사 뒤에는 고흥을 대표하는 유자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를 곁들이면 여름 밥상의 마무리도 산뜻해진다.

올해 여름에는 여행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혜택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2026 대한민국 여름맞이 숙박세일 페스타’는 오는 31일까지 고흥군을 포함한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숙박 할인권을 제공한다. 7만 원 미만 숙박상품은 2만 원, 7만 원 이상 상품은 3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고, 연박 상품은 금액에 따라 최대 7만 원까지 혜택이 주어진다. 당일치기보다 하루 더 머무는 일정을 잡는 여행객에게는 숙박비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흥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전경.

7월의 고흥은 빠르게 보고 지나가는 휴가지가 아니다. 아침에는 남열에서 하루를 열고, 낮에는 능가사와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에서 걸음을 늦춘다. 오후에는 쑥섬이나 연홍도에서 섬의 표정을 만나고, 저녁에는 녹동항에서 갯장어와 장어구이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해수욕장과 숲, 섬과 우주, 전시관과 밥상이 차례로 이어지며 고흥의 여름은 한층 입체적인 표정을 얻는다. 숙박 할인 혜택까지 더해진 올여름 고흥은 오래 머물수록 더 깊어지는 남도의 여행지로 다가온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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