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의 여름, 초록 능선과 솔숲 바다로 물들다 초록 차밭에서 열리는 여름길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7월 14일(화)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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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능선에서 여름을 열다
보성 여행의 첫 장면은 차밭이다. 대한다원 일대에 들어서면 삼나무길이 먼저 길손을 맞고, 그 뒤로 차나무 이랑이 산비탈을 따라 겹겹이 펼쳐진다. 봄 차밭이 어린잎의 생기를 보여준다면 7월의 차밭은 짙은 그늘과 깊은 초록으로 여행자를 붙잡는다. 이른 시간에 오르면 햇살이 부드럽고, 차밭 사이로 난 길도 한결 여유롭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 서면 ‘다향의 고장’이라는 이름이 말보다 풍경으로 먼저 다가온다.
차밭 아래 한국차박물관은 한낮의 열기를 피해 쉬어 가는 공간이다. 차의 역사와 도구, 생활 속 차 문화를 따라가다 보면 보성이 차향으로 쌓아온 시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주변의 한국차문화공원은 차밭을 배경으로 한국차와 보성소리를 함께 담은 테마 공간이다. 차 만들기와 다례, 차 음식 체험은 차밭을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성의 차 문화를 직접 느끼게 한다. 공원을 지나 봇재까지 둘러보면 차밭 풍경 너머, 차와 함께 살아온 보성의 생활문화가 더 또렷해진다. 봇재는 보성읍과 회천면을 잇는 고개이자 차밭을 지나 바다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곳에 잠시 서면 보성의 산세와 회천으로 이어지는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득량만 솔숲에 머무는 하루
보성의 7월 물놀이는 율포솔밭해수욕장에서 시작한다. 율포솔밭해수욕장은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문을 연다. 보성군 회천면 우암길 일원에 자리한 이 해변은 보성 앞바다인 득량만을 품고 있다. 득량만 바다는 비교적 잔잔하고 수심이 완만해 가족 단위 피서객이 찾기 좋다. 폭 60m, 길이 1.2km 규모의 백사장 뒤로는 오래된 해송 숲이 이어져 솔밭 그늘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거나 해변 산책로를 따라 여름 바다를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율포의 매력은 해변 밖에서도 이어진다. 바다 앞에는 율포해수녹차센터가 자리해 물놀이 뒤 지친 몸을 달래고, 가까운 수산물 위판장과 해변 식당가는 바다 밥상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비봉공룡공원에서 체험의 재미를 더할 수 있고, 득량만 바다낚시공원에서는 잔잔한 바다를 곁에 두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주변의 갯벌 체험과 여름 공연도 율포의 하루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해가 기운 뒤의 율포는 낮과 다른 표정을 보인다. 솔밭 사이로 바람이 들고, 바다 위로 저녁빛이 내려앉으면 피서의 소란도 천천히 잦아든다. 해변을 따라 남은 발걸음도 느려지고, 바다는 하루의 열기를 조용히 식힌다.
벌교에 깃든 문학의 시간
차밭과 바다만으로 보성을 다 봤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벌교로 방향을 돌리면 보성의 또 다른 시간이 열린다. 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만나는 공간이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문학관에 머물고, 해가 기운 뒤 소화다리와 현부자네 집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 벌교라는 지명이 품은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난다.
벌교에는 갯벌과 철길, 소설 속 장면이 함께 남아 있다. 율포 바다가 여름의 활기를 보여준다면 벌교는 한 걸음 느린 속도로 보성의 오래된 시간을 펼친다. 문학관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옛길과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보성의 하루는 산과 바다를 지나 갯벌과 문학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차밭의 초록과 율포의 바다, 벌교의 문학이 차례로 포개질 때 보성의 여름 여행은 더 오래 기억된다.
차밭과 갯벌이 만든 한 끼
보성의 여름 밥상은 차밭의 향과 벌교 갯벌의 맛으로 채워진다. 차밭을 돌아본 뒤 보성읍에서 만나는 녹차떡갈비는 차의 고장 보성을 음식으로 떠올리게 하는 대표 메뉴다. 녹돈과 녹차한우를 활용한 녹차떡갈비는 보성의 이름을 담은 든든한 음식으로, 차밭 여행 뒤 지역의 맛을 이어간다.
율포 바다를 지나 벌교로 향하면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진 짱뚱어탕이 기다린다. 갯벌에서 나는 짱뚱어를 푹 끓여 낸 탕은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는 음식으로 꼽힌다.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 밥 한 공기와 함께 먹는 따뜻한 짱뚱어탕은 보성 여름 밥상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보성 여행의 부담을 덜어줄 혜택도 더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2026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는 오는 31일까지 숙박 할인권을 선착순으로 발급한다. 보성군을 포함한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숙박상품에 사용할 수 있으며, 할인권은 숙박 금액과 연박 여부에 따라 최대 7만 원까지 적용된다. 차밭의 아침과 율포의 낮, 벌교 갯벌 밥상의 저녁을 하루에 서둘러 담기보다 1박 여행으로 이어가면 보성의 여름을 더 여유롭게 만날 수 있다.
보성의 여름은 한 곳에 오래 머물수록 깊어진다. 차밭에서는 초록 이랑 사이로 걸음을 늦추고, 율포에서는 솔밭 그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벌교로 넘어가면 소설의 무대와 갯벌 밥상이 하루의 끝을 채운다. 초록에서 시작해 바다를 지나 갯벌의 맛으로 닿는 길, 그 길 위에서 보성은 화려한 휴양지보다 오래 기억되는 남도의 여름으로 남는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