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물길 된 동복댐… 화순군정 최대 시험대 하루 30만t 공급안 구체화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7월 15일(수) 1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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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65만t 계획, 절반은 동복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루 65만t의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동복댐에서 하루 30만t, 주암댐과 장흥댐에서 15만t, 보성강댐과 나주댐에서 각각 10만t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동복댐 물량은 전체의 46%로 가장 많다. 기존 여유량 8만8000t 가운데 5만t을 활용하고, 댐을 높여 25만t을 추가로 마련한다.
정부가 검토하는 증고안은 댐 높이를 약 15m 올리고 4650억 원가량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현재 전남광주특별시가 소유한 상수도용 댐을 국가 소유 다목적댐으로 전환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행정 절차를 줄여 오는 2030년 반도체 생산시설 가동 시기에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용수 공급 방식과 공사 일정, 소유권 전환은 아직 세부 검토 단계다. 확정 사업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광주 제1하수처리장의 재이용수 하루 30만t도 예비 물량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물의 절반가량은 일반 공정용수여서 재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동복댐 증고를 한 번에 밀어붙이기보다 재이용수 확대와 다른 댐 여유량을 먼저 활용하고, 실제 기업 입주와 물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15m 높이면 수몰·국가유산 영향
가장 큰 문제는 증고에 따른 피해 범위다. 정부안대로 수위를 높이면 주변 130여 가구와 농경지, 화순적벽 경관 일부, 천연기념물인 화순 야사리 은행나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그러나 130여 가구와 국가유산 피해는 정밀조사로 확정된 수치가 아니다. 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국가유산 영향 검토를 거쳐야 실제 수몰선과 피해 규모가 드러난다.
화순적벽은 지난 2017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화순의 대표 자연유산이다. 야사리 은행나무는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수령이 500년가량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은행나무 주변에 제방을 쌓거나 옮겨 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가유산청과의 사전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존 대책 없이 증고 규모부터 제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홍수 안전 문제도 다시 살펴야 한다. 지난 1985년 건설된 동복댐은 개폐식 수문 없이 물이 차면 넘치는 월류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 2020년 8월 집중호우 때 하류 지역에서 주택 30여 동이 침수·파손되고 농경지 247㏊와 공공시설 18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 피해가 전적으로 댐 운영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증고로 저수량을 늘리려면 수문 설치와 사전 방류 기준, 하류 하천 정비, 예·경보와 주민 대피체계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
■ 국유화보다 먼저 주민 협상
화순군은 국유화 여부보다 주민 의견 수렴과 피해 최소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사업에 협력하되 주민의 이해와 공감,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방향은 맞지만 원칙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와 특별시, 화순군, 주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꾸리고 조사 자료와 대안을 공개해야 한다.
보상도 토지와 주택 가격만 계산해서는 부족하다. 불가피한 이주에는 대체 주거지와 생계 대책, 공동체 이전까지 포함한 생활 재건 방안이 필요하다. 수십 년간 상수원 규제로 재산권과 지역 개발을 제한받은 주민에게는 규제 조정과 지원사업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 지역발전기금 조성, 화순 인재 채용, 지역 업체 공사 참여, 연관기업 유치도 협상 의제로 올려야 한다.
국가 소유로 바뀌면 사업 속도와 전문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화순군의 발언권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소유권 전환 협약에는 수위와 방류 결정, 수질 관리, 관광 활용, 주민 지원에 화순군과 주민이 참여할 장치를 담아야 한다. 동복댐의 물만 국가 자원으로 가져가고 부담은 화순에 남기는 구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 폐광·바이오도 건물보다 성과
동복댐 해법은 화순의 다른 미래사업과도 이어진다. 지난 2023년 문을 닫은 화순광업소 일대 경제진흥 개발사업은 지난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총사업비는 3579억 원이며 약 700억 원의 국비를 들여 바이오·식품 농공단지와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한다. 리조트와 골프장 등 복합관광단지는 예타 대상에서 빠진 만큼 민간 투자와 사업성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생물의약 제2산업단지와 연구·실증시설도 완공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실제 입주기업과 투자액, 지역인재 채용, 화순전남대병원과 기존 백신특구의 연계 성과가 중요하다. 산업단지 분양과 기업 유치 일정, 일자리 목표를 수치로 공개하고 해마다 점검해야 한다.
지난 1일 출범한 임지락 군정은 첫 결재로 군민 정책동행단을 추진했다. 산업경제 등 5개 분과가 주요 정책의 실효성과 예산 효율성, 주민 체감도를 살펴 오는 10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동복댐은 정책동행단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의제다. 광역철도와 의료관광, 스마트팜, 복지 공약도 내년 본예산에서 사업비와 일정, 책임 부서가 드러나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화순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의 삶과 자연유산을 먼저 내놓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물을 보내기 전에 안전을 보장하고,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지역의 몫을 정해야 한다. 동복댐이 또 다른 일방적 희생의 상징이 될지, 국가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출발점이 될지는 지금부터 시작될 협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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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