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햄프스테드(Hampstead) 인문학 투어

건축가 김진환의 지구별 여행

2026년 07월 15일(수) 13:41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전남광주 지부장 김진환.
산티아고 길을 걷던 중 만난 런던 거주 L 선생님께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런던 도심 속 인문학 투어를 진행해 주셨다.

선생님께서 12.3 비상계엄 당시 런던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열릴 마다 샌드위치와 간식을 준비해 학생들과 함께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연단에 마이크를 잡고 독려하셨단 이야기를 듣고 천사처럼 선한 여인이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의심할 정도였다.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조국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신 모습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제국주의 영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깊게 박힌 내게 다른 관점을 심어주었다.

햄프스테드의 좁은 골목마다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살아 있어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에 경제적 사고에만 매몰되어 싹 쓸고 새로 짓는 우리와 많이 비교되었다.

지역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외부는 철저한 검증 전에는 새로 고칠 수 없으며 내부도 구조적 결함이 있을 때만 보수보강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체 심의 위원회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이루어진다니 개인 사유재산을 이렇게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 의심할 정도였다.

전체적 건물은 빅토리아 방식의 전통적 건축 양식이며 건물 중요도에 따라 푸른색과 검은색 명판이 설치되어 있어 그 속에 건물 이력과 거주했던 명사들 이름이 새겨져 있다. 다행히 마차가 다녔던 넓은 길 덕분에 현재 자동차가 일방로로 다니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고 작은 언덕은 보행자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걷을 수 있는 곳이다.

명사들의 저택 가운데 유럽 최고의 정신분석학자로 꼽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진료소를 개설하고 3년 동안 진료했던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후에는 그의 딸이 진료를 이어갔다는 역사적 건축물 앞에 서니 마치 프로이트를 직접 마주한 듯한 기분이었다. 마을에서 진료 중인 한 정신과 병원 입구 모퉁이에도 프로이트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랑의 인사’라는 곡으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 역시 이곳에 거주하며 음악적 영감을 키웠다. 모든 가문의 유산을 포기하고 가난한 음악가의 아내가 되기로 한 사랑하는 아내에게 헌정한 감미로운 곡처럼, 평생을 두 사람이 살았던 저택 앞에 서니 바이올린 선율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마을 중심에는 오래된 교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교회를 둘러싼 묘지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어림잡아 한 구당 땅값만 해도 억대를 호가할 법했다. 금싸라기 같은 땅에 잡초가 우거진 묘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은 우리의 논리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고집스럽게 원형을 지켜가려는 이곳의 문화적 가치와 보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단면이었다.

좁은 골목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런던을 방문했을 당시 식사했던 200년 넘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요즘 그 카페는 예약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하며 이날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오랜 세월 고집스럽게 전통을 이어가는 가업에 세계인이 찬사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작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L 선생님 덕분에 ‘런던 속 다른 런던’을 보고 체험할 수 있었으며, 투어가 끝날 무렵에는 선생님의 집으로 초대받아 외부에서만 보았던 전통 빅토리아식 건축물을 체험할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천정과 벽사이 전통 문향을 그대로 보전한 집으로 영화 “더 굿 라이어” 촬영 장소로 사용했던 장소라 했다. 거실에 오래된 쇼파는 네델란드 산 200년 전 생산품이며 집 전체가 엔틱한 소재로 꾸며져 있어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고단한 외국 생활에 향수병으로 힘들 때 이곳을 거닐며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위안이 되었다는 L 선생의 한마디가 이곳의 모든 풍경을 압축해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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