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살던 집에서 노후’… 농촌 돌봄특구 시동

권역마다 생활지원 거점 조성
전문인력 가정방문 진료 강화
사별·병원길 맞춤서비스 확대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7월 15일(수) 14:24
장세일 영광군수, 민선 9기 1호 결재 ,영광군 돌봄특구 지정 추진
장세일 영광군수가 민선 9기 첫 결재로 ‘통합돌봄 특구 지정 추진계획’을 택했다. 복지사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보건소 재택의료를 중심으로 진료와 간호, 재활, 생활지원을 한 묶음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이 들거나 몸이 불편해져도 병원이나 시설로 떠나지 않고 살던 집과 마을에서 생활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군은 전국 첫 농촌형 통합돌봄 특구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아직 특구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 기본계획 수립과 신청, 재원 확보가 남아 있다.

첫 결재에 담은 군정 우선순위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장 군수는 민선 9기 군정의 첫 단추를 돌봄에 끼웠다. 영광군은 어르신 지원체계를 먼저 세운 뒤 아이와 장애인, 가족돌봄이 필요한 주민까지 대상을 넓혀 생애주기별 체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읍·면 생활권을 고려해 권역별 기본돌봄센터와 거점을 만들고, 보건·의료·복지기관이 따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한 창구에서 조정하는 방식이다.
정책의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가 있다. 지난해 영광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2.4%로 주민 3명 중 1명꼴이었다. 고령자가 많은 농촌에서는 병원까지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도 부족하다. 자녀가 다른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진료도 가족 전체의 일이 되기 쉽다. 질병뿐 아니라 식사, 이동, 주거, 외로움이 한꺼번에 겹치지만 행정서비스는 부서별로 나뉘어 주민이 여러 곳을 찾아야 했다.
지난 3월 27일 전국에서 시행된 지역돌봄 통합지원 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자의 필요를 살펴 의료·요양·주거·생활 서비스를 함께 연결하도록 했다. 영광군의 구상은 이 제도를 지역 실정에 맞게 넓혀 ‘도움을 받으려면 시설로 가야 한다’는 익숙한 흐름을 ‘서비스가 집으로 찾아간다’는 방향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도 읍·면 맞춤형복지팀을 통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군은 건강과 거동, 가족의 돌봄 가능 여부를 함께 살핀 뒤 방문진료, 식사, 틈새돌봄, 병원동행 등을 개인별로 연결한다. 새 거점은 주민이 여러 기관에 같은 사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상담과 서비스 조정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퇴원 뒤 돌봄이 끊기기 쉬운 주민을 먼저 찾아내는 기능이 중요하다. 주민의 신청을 기다리지 않고 위험 신호를 먼저 찾아 필요한 도움을 권하는 행정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집으로 찾아가는 4주 관리

특구 구상의 밑바탕에는 이미 운영 중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루고 치과의사, 치위생사, 운동처방사까지 참여한다. 대상자가 등록하기 전 사회복지사가 건강과 생활환경을 먼저 확인하고, 첫째 주에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함께 집을 찾아 종합평가와 개인별 계획을 세운다.
둘째 주에는 구강검진과 구강관리 교육, 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주에는 간호사가 건강상태와 복약 여부를 살피고, 넷째 주에는 치매관리와 정신건강,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건강관리, 식사와 이동 같은 생활지원 사업을 연결한다. 진료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몸과 마음, 집 안팎의 위험을 계속 살피는 구조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영광만의 사업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46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기본 서비스는 의사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간호사가 두 번 이상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지역 자원을 잇는 방식이다. 영광형의 특징은 보건소 안 여러 부서와 전문인력을 4주 과정으로 묶어 농촌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이어 붙였다는 점이다. 최근 해남군 관계자들이 운영체계를 살피기 위해 영광을 찾은 것도 이런 현장 방식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외로움과 먼 병원길도 살핀다

군은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어르신을 위한 ‘마음동행 돌봄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농업과 농촌자원을 활용한 치유활동으로 일상 회복과 이웃 관계 형성을 돕고, 인공지능 반려로봇을 활용해 안부와 생활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이 없는 시간의 빈틈을 메우고 위험 신호를 빨리 찾는 보조수단으로 쓰겠다는 설명이다.
병원동행서비스의 이동 범위도 넓힌다. 현재 지역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광주·전남의 대학병원까지 확대해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접수, 진료, 입·퇴원, 귀가까지 동행한다. 혼자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주민의 불안을 줄이고, 일을 쉬어야 했던 보호자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다만 장거리 이동이 늘면 인력과 차량, 예약 조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법적 길 열렸지만 실행이 관건

지난 1일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특별법에는 통합특별시장이 영유아와 아동,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돌봄특구를 지정·운영할 수 있다는 근거가 담겼다. 영광군은 이를 토대로 기본구상과 기본계획을 만든 뒤 특구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지정되면 특별회계 등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고 공공의료와 권역별 거점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에 근거가 생겼다고 서비스가 저절로 촘촘해지는 것은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을 꾸준히 확보해야 하고, 보건소와 병원, 장기요양기관, 읍·면사무소 사이에 대상자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할 기준도 필요하다. 어느 마을에 살든 비슷한 지원을 받도록 이동시간과 서비스 편차를 줄이는 일도 과제다. 이용 인원이나 방문 횟수만 늘리는 데 머물지 않고, 응급실 이용과 시설 입소가 줄었는지, 주민의 건강과 생활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장 군수는 “행정의 목표는 복지사업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민이 평생 살아온 지역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첫 결재가 선언에 머물지 않으려면 한 사람의 필요를 여러 기관이 함께 책임지는 현장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영광의 실험이 농촌 고령화의 해법이 될지는 앞으로의 지정 절차와 예산, 인력, 주민 체감도가 가를 전망이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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