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압도적 성장과 함께 사는 특별시 열겠다”

시민 제안 정책·예산에 반영
권역별 격차 줄일 기금 조성
반도체 기반시설 원스톱 지원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7월 16일(목) 10:27
260713 제2회 통합특별시의회 임시회 시정연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통합 출범 뒤 첫 시정연설에서 시민주권과 산업 도약, 권역 간 상생을 한 축으로 묶은 시정 구상을 내놨다.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지를 빠르게 세우되 그 성과가 일부 지역과 기업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 시장은 출범 초기 100일을 새 행정체계의 성패를 가를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의회와 함께 조직·예산·제도를 서둘러 갖추겠다고 밝혔다. 취임사에서 내놓은 운영 원칙을 구체적인 집행 과제로 풀어낸 첫 공식 청사진이다. 반도체와 기본소득을 따로 떼지 않고 성장의 결실을 시민의 일자리와 생활 안정으로 돌리는 하나의 구조로 설명했다.

■ 시민이 묻고 행정이 답하는 구조


민 시장은 지난 13일 무안청사 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시민주권, 성장, 균형, 기본소득, 녹색도시를 5대 시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 1일 0시 의회가 가장 먼저 문을 열어 특별시의 제도적 출발을 선언한 데 감사를 전하며 “통합했다고 해서 하나의 도시가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통합으로 행정구역은 하나가 됐지만 시민이 느끼는 거리와 생활 여건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다. 민 시장은 정책을 먼저 정한 뒤 시민에게 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의 제안과 의회의 논의를 정책과 예산에 연결하겠다고 했다. 결정 과정과 이유도 분명히 설명해 출범 초기의 불안과 혼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타운홀 미팅을 정례화하고 부시장 2명을 시민 추천으로 뽑는 제도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민을 단순한 의견 제출자가 아니라 시정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세우겠다는 뜻이다. 민 시장은 조직 개편과 후속 조치가 정리되는 대로 의회에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 기업이 선택할 조건부터 만든다


가장 힘을 준 분야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래산업이다. 정부와 삼성전자, SK, 앰코는 지난달 30일 서남권에 총 896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SK는 470조 원, 삼성은 425조 원, 앰코는 1조 원을 투자한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4기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첨단 패키징 공장 등이 계획에 담겼다. 정부는 지난 6일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광주 군공항 부지에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약 250만 평의 넓고 평탄한 땅과 광주송정역, 도로·공항·항만을 잇는 물류 여건이 강점으로 꼽혔다.

특별시의회는 출범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전략투자 지원 조례’를 1호 조례로 처리했다. 집행부도 전남광주반도체전략위원회와 전남광주반도체산업지원단을 잇달아 가동했다. 전략위원회가 큰 방향을 세우면 지원단은 부지 조성과 인허가, 전력·용수, 기업별 지원을 맡아 사업 전 과정을 조정한다.

민 시장은 기업의 투자를 기다리는 행정에서 기업이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행정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전력과 용수만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물류망, 연구개발, 인재 양성,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을 하나의 묶음으로 설계한다.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는 복잡한 절차도 전담 조직에서 날마다 점검해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대학과 기업을 연결해 청년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배우고 일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과제도 함께 추진한다.

■ 여러 중심이 연결되는 균형발전


산업 투자의 속도만큼 성과의 고른 배분도 강조했다. 광주권과 동부권, 서부권, 중남권의 강점을 따로 키우면서 산업과 교통, 의료, 교육망으로 서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의 중심이 예산과 인구를 빨아들이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거점이 부족한 기능을 나누고 보완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통합으로 행정 규모가 커진 만큼 작은 시군과 농산어촌의 목소리가 정책 뒤로 밀리지 않도록 예산과 권한의 쏠림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민 시장은 취임 뒤 처음 결재한 ‘민생 지원 및 통합 100일 실행계획’에 균형발전기금 설치·운영 방안을 담았다고 밝혔다. 기금은 통합의 이익이 특정 권역에 쏠리지 않도록 막는 첫 제도적 장치다. 섬과 농산어촌에는 응급의료와 교통, 교육, 문화의 최소 기준을 높이고 생활서비스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권역별 산업을 따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와 정주, 복지가 서로 이어지게 해 인구 유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기본소득은 현금을 나눠주는 단순 복지로 접근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시민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바닥을 받치는 정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청년의 지역 도전, 양육 가정의 돌봄, 어르신의 존엄한 노후를 생활서비스와 연결하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는 소득이 지역 안에서 다시 돌게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상과 재원, 지급 방식은 의회와 충분히 논의한 뒤 정교하게 설계할 방침이다.

■ 자원 이익은 지역과 시민에게


녹색도시는 환경 보전과 산업 성장을 맞서는 가치로 보지 않고 함께 키우는 전략으로 제시했다. 전남광주가 가진 햇빛과 바람, 바다와 숲을 에너지와 관광, 미래산업의 기반으로 활용하되 지역이 자원을 내주고 이익은 밖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민이 사업에 참여하고 지역이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지역의 희생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이어진다. 개발 과정의 환경 부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주민 이익 공유를 함께 설계해야 지속 가능한 산업도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단지 조성과 에너지 사업이 지역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지는지를 사업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도 담겼다.

민 시장은 “초기 100일은 방향성과 실행력을 시민에게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의회와 집행부가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남광주가 지역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길을 열면 대한민국의 지역 주도 성장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첫 시정연설은 큰 청사진을 넘어 통합의 성과를 시민의 일자리와 소득, 생활의 변화로 연결하겠다는 약속에 무게를 뒀다.
260713 제2회 통합특별시의회 임시회 시정연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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