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마을서 물놀이 시작”…강과 계곡 따라 즐기는 곡성의 여름

기차와 물길이 잇는 여름
강과 계곡이 품은 피서길
은어와 멜론이 차린 밥상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7월 23일(목) 10:38
압록유원지.
곡성의 여름은 철길을 달리는 기차의 낮은 진동에서 시작된다. 옛 곡성역을 출발한 증기기관차가 숲과 마을 사이를 지나면 차창 밖으로 섬진강의 푸른 물빛이 길게 따라온다. 강가에서는 은어가 제철의 향을 품고, 동악산 골짜기에서는 맑고 차가운 계곡물이 넓은 반석을 타고 흐른다. 한낮에는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가 번지고, 해가 기울면 강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여행자의 걸음을 붙잡는다. 기차와 강, 계곡과 산사, 제철 음식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 여름날 곡성에서는 길을 따라가는 모든 시간이 여행이 된다.
섬진강 기차마을.

기차마을에서 만나는 여름

곡성역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섬진강기차마을은 옛 곡성역과 철로를 관광자원으로 되살린 공간이다. 검은 증기기관차가 기차마을과 가정역 사이 섬진강변을 오가고, 레일바이크는 산과 들을 곁에 두고 철길 위를 천천히 달린다. 속도가 중요한 일상과 달리 이곳에서는 느리게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 된다. 차창을 열면 풀 냄새와 강바람이 스며들고, 철교를 지날 때마다 물길과 마을의 풍경도 새롭게 펼쳐진다. 기차마을은 평소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입장권은 오후 6시까지 판매한다.

여름철 기차마을의 즐길 거리는 철길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요술랜드 인근 어린이 물놀이장은 지난 10일 문을 열어 다음달 23일까지 운영한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50분간 물놀이한 뒤 10분간 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풀장과 워터슬라이드, 그늘막을 갖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가 없어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 체험에 이어 시원한 물놀이까지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다.

강물과 산사가 잇는 피서길

기차마을을 벗어나 1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압록유원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곳으로, 넓게 펼쳐진 물길과 모래톱 너머로 철교와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가에 자리를 잡고 물소리를 듣거나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 한낮의 더위도 한결 누그러진다. 이곳에는 강감찬 장군이 어머니와 하룻밤을 묵던 중 극성스러운 모기에게 호통을 쳐 입을 봉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은 실제로도 다른 지역보다 모기가 드문 편으로 알려져 전설에 재미를 더한다.

동악산 남쪽 골짜기에 자리한 도림사계곡은 곡성의 여름을 대표하는 피서지다. 아홉 굽이를 따라 넓고 평평한 반석이 이어지고, 그 위로 맑고 차가운 물이 흘러내린다. 울창한 숲이 드리운 그늘 아래 바위에 앉으면 한낮의 열기도 금세 잦아든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도림사에 닿는다. 아이들은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어른들은 계곡과 산사를 천천히 거닐며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한적한 여름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가정역에서 침실습지로 이어지는 섬진강 길과 함허정·제월섬을 찾아도 좋다. 침실습지는 버드나무와 갈대숲, 크고 작은 섬이 어우러져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함허정 마루에서는 섬진강 물굽이와 제월섬의 짙은 숲이 한눈에 펼쳐진다. 석곡면의 대황강자연휴식공원과 출렁다리는 햇빛이 누그러지는 늦은 오후에 걷기 좋다. 강물 위로 산 그림자가 길게 내려앉는 시간, 곡성의 여름은 한층 느리고 깊어진다.

제철 별미로 채운 곡성 밥상

곡성의 여름 밥상에서는 은어와 멜론이 제철의 맛을 맡는다. 수박을 닮은 은은한 향이 특징인 은어는 7월과 8월이면 살이 올라 맛이 한층 깊어진다. 압록 강변에는 민물요리 전문점이 모여 ‘참게·은어거리’를 이루고 있다. 은어 소금구이는 담백한 살맛과 고유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바삭하게 튀긴 은어는 민물고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물놀이 뒤 맛보는 은어요리는 곡성의 여름 여행에 담백한 여운을 더한다.

참게탕은 곡성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향토 별미다. 된장과 들깨를 풀어 끓인 국물에 참게의 진한 맛이 배어 구수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낸다. 참게매운탕과 참게장뿐 아니라 쫄깃한 수제비를 넣은 참게수제비도 맛볼 수 있다. 제철 향을 품은 은어와 오랫동안 지역의 밥상을 지켜온 참게요리는 섬진강을 따라 형성된 곡성의 민물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석곡면으로 길을 돌리면 지역의 대표 음식인 흑돼지 숯불구이를 만날 수 있다. 석곡에서는 오래전부터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굽는 방식이 이어져 왔다. 매년 흑돼지와 지역 농산물을 알리는 행사가 열릴 만큼 석곡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섬진강 주변에서 은어와 참게요리를 맛봤다면 석곡에서는 흑돼지 숯불구이로 곡성의 또 다른 향토음식을 만날 수 있다.

제철 멜론이 채우는 여름

곡성의 여름 별미로는 멜론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곡성멜론은 지난 5월 첫 출하를 시작했으며 다음 달까지 수확과 판매가 이어진다. 섬진강 주변의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과 넉넉한 일조량, 큰 일교차 속에서 자라 향이 짙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표면에 촘촘한 그물무늬가 형성된 머스크멜론이 주로 생산된다. 차갑게 식힌 멜론은 계곡에서 돌아온 오후의 간식으로 좋고, 산지에서 고른 한 통은 곡성의 여름을 담아가는 선물이 된다.

곡성의 여름은 기차와 강, 계곡과 산사가 한데 어우러진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증기기관차와 압록유원지의 넓은 물길, 도림사계곡의 맑은 계류와 짙은 숲은 저마다 다른 여름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은어와 참게, 흑돼지 숯불구이, 곡성멜론 등 향토음식과 제철 먹거리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오래된 철길에서 강변과 산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마을이 어우러진 곡성만의 여름 정취를 만날 수 있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이 기사는 이슈전남광주 홈페이지(issuegj.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ssuegj.co.kr/article.php?aid=3818939628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9일 17:5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