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는 잔잔하고 숲은 깊다… 고흥의 숨은 피서 익금·대전 해변서 누리는 휴식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7월 24일(금) 1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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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임 비켜선 세 물가
두원면 대전해수욕장은 득량만을 바라본다. 넓은 모래밭 뒤로 오래된 소나무 숲이 이어져 물놀이 뒤 쉬기 좋다. 해변 경사가 완만하고 주차장과 화장실, 샤워장 등 기본 시설도 갖췄다. 이름난 휴양지의 소음 대신 솔바람과 잔물결이 앞서는 곳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오전에 물놀이를 하고 한낮에는 송림으로 물러나면 된다.
가까운 풍류해수욕장은 속도가 더 느리다. 해안선이 부드럽고 경사가 완만하다.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 밀물 때와 다른 얼굴을 보인다. 큰 위락시설이 적어 모래를 걷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이 여행의 중심이 된다. 다만 갯벌 체험과 취사 가능 여부는 현장 규정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거금도의 익금해수욕장은 은빛 모래와 곰솔 숲이 어우러진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 피서지로 알맞다. 거금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달린 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거금생태숲이나 오천몽돌해변으로 길을 이으면 섬의 표정이 풍성해진다. 작은 해변일수록 안전시설이 있는 개장 구역과 이용 시간을 지켜야 한다.
숨은 물가는 주민의 집과 어장이 가까운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마을길을 막는 주차와 밤늦은 소음, 쓰레기 투기는 피해야 한다. 공식 개장하지 않은 해변은 물놀이보다 산책과 노을 감상지로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적함을 누리려면 그곳의 질서도 함께 지켜야 한다.
한낮을 식히는 백년 숲
외나로도 봉래산 자락의 나로도 편백숲은 고흥이 품은 오래된 피서지다. 지난 1920년대 봉래면 예내리 산림계원들이 헐벗은 산을 되살리려고 나무를 심었다. 지금은 21ha에 이르는 숲에 수령 100년 안팎의 편백과 삼나무가 20m 넘게 자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편백·삼나무 숲 가운데 하나로 국가산림문화자산에 지정됐다.
숲길에 들어서면 굵은 나무 사이로 햇빛이 잘게 부서진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짧은 산책만으로 바다에서 달아오른 몸을 식힐 수 있다. 오전에는 숲을 걷고 볕이 강해지면 가까운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으로 옮기는 일정도 좋다. 비 온 뒤에는 흙길이 미끄러울 수 있어 바닥이 단단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포두면 금탑사 비자나무 숲은 더 고요하다. 약 13만㎡의 숲은 지난 197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짙은 잎을 단 비자나무가 절집 둘레에 벽처럼 서 있어 한여름에도 빛이 부드럽다. 이곳은 물놀이장이 아니라 자연유산과 사찰이 맞닿은 공간이다. 큰 소리를 줄이고 나무뿌리와 숲 바닥을 훼손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폐교 교실서 만나는 예술
비가 내리거나 햇볕이 매서울 때는 도화면 도화헌미술관이 쉼표가 된다. 문을 닫은 작은 분교가 전시장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오래된 교실과 운동장, 마을 풍경이 작품과 함께 이어져 대형 미술관과 다른 정취를 낸다. 김영애 초대전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일정과 관람 시간은 출발 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해 질 무렵에는 남양면 우도 레인보우교를 걸을 만하다. 지난 2024년 개통한 길이 1.32km의 보행교가 육지와 우도를 잇는다. 무지갯빛 난간 너머로 바다가 양쪽에 열리고 저녁빛이 다리 위에 번진다. 그늘이 거의 없고 왕복 거리가 2.6km를 넘는 만큼 한낮은 피하고 물과 편한 신발을 챙겨야 한다.
24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는 고흥전통시장 천변과 수제맥주 브루어리 일대에서 별별야시장이 열린다. 고흥 농수산물을 살린 먹거리와 생선 숯불구이, 플리마켓, 공연이 시장의 밤을 채운다. 오는 25일 밤 9시 녹동바다정원에서는 900대 규모 드론쇼도 예정돼 있다. 비나 강풍이 불면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어 당일 공지를 살펴야 한다.
기사식당에서 포구까지
현지의 생활에 가까운 한 끼는 과역면에서 만난다. 과역삼겹살백반거리는 구운 삼겹살에 국과 김치, 나물, 젓갈 등 여러 반찬을 한 상에 낸다. 화려하게 꾸민 음식보다 든든한 밥에 가깝다. 기사식당마다 반찬 구성과 영업일이 달라 방문 전 전화 확인이 필요하다. 식사 뒤에는 과역의 작은 커피 가게를 찾아 쉬어도 좋다.
여름 저녁은 녹동항의 갯장어가 맡는다. 녹동장어거리에는 장어 전문점 13곳이 모여 있다. 갯장어를 뜨거운 육수에 넣으면 살이 꽃처럼 벌어진다. 채소와 함께 먹고 죽으로 마무리하면 더위에 지친 속이 든든해진다. 고흥전통시장의 모둠생선 숯불구이도 군민의 식탁과 여행객의 입맛을 잇는 대표 먹거리다.
동선은 북부 두원·과역권, 동부 나로도·도화권, 남부 녹동·거금권으로 나누면 편하다. 지도에서 가까워 보여도 굽은 해안도로와 교량을 지나야 해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주말에는 교량과 시장 주변이 붐빌 수 있어 주차와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좋다.
고흥은 반도와 섬을 따라 길이 길다. 하루에 여러 곳을 넣으면 풍경보다 이동이 남는다. 첫날 대전이나 풍류에서 쉬고 나로도 편백숲과 도화헌을 둘러본 뒤, 둘째 날 익금과 녹동을 잇는 1박 2일 일정이 알맞다. 오전에는 물가, 한낮에는 나무 아래나 전시장, 저녁에는 시장과 포구를 찾으면 더위를 피하면서 지역의 결을 고르게 만날 수 있다. 속도를 낮출수록 고흥의 여름은 더 또렷해진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