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신청 문턱 낮추고 지역의료에 연 4조8000억

아동수당 자동 지급으로 전환
돌봄, 장애·정신질환까지 확대
저소득층 연금 더 두텁게 지원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7월 28일(화) 10:01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민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던 복지급여를 먼저 찾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노인 중심의 통합돌봄은 장애인과 정신질환자까지 넓히고,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두텁게 지급하는 개편도 추진한다. 지역·필수의료에는 내년부터 해마다 4조8000억 원을 투입하고, 바이오와 인공지능(AI)은 성장동력으로 키운다.

먼저 찾아주는 사회안전망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생명존중 복지국가, 함께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한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복지 사각지대를 기다리지 않고 정부가 위기가구를 먼저 찾는 것이다. 금융위기 가구를 집중 조사하고, 오는 9월부터 채무조정 중지자와 취약 채무자, 불법사금융 피해 정보를 위기가구 발굴 체계에 연계한다. 불법사금융 피해자가 확인되면 복지 지원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긴급 의뢰 창구도 만든다.

내년부터는 읍면동 현장에서 소액 긴급생계비를 우선 지급할 수 있도록 긴급복지제도를 손질한다. 출생신고 때 계좌 등 최소 정보만 확인하면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을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지급한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처럼 소득·재산을 따져야 하는 급여도 정부 보유 정보를 활용해 신청 부담을 줄인다.

먹거리 지원과 위기가구 발굴을 함께하는 ‘그냥드림’ 사업장은 오는 9월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 300곳 이상으로 늘린다. 중증장애인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내년 하반기 폐지하고, 의료급여는 치료비 지원을 넘어 예방과 재활, 지역사회 복귀까지 돕는 체계로 개편한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상담인력은 오는 10월 103명에서 200명으로 늘린다. 복지부와 경찰, 소방이 함께하는 24시간 공동 대응체계도 강화한다. 중증환자를 적정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는 오는 9월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현재 44곳에서 오는 11월 최대 6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요양병원 간병비에도 내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 부담을 100%에서 30% 안팎으로 낮추고, 상병수당 제도화도 추진한다.

집과 지역에서 이어지는 돌봄

의료·요양·돌봄 통합서비스는 노인 중심에서 장애인과 정신질환자까지 범위를 넓힌다. 장애인 서비스는 연말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신질환자 서비스는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본사업으로 전환한다. 현재 30종인 재가의료와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는 오는 2030년까지 60종으로 늘린다. 집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거점 재택의료센터를 하반기에 시범 도입한다.

장애인연금은 내년부터 3급 단일장애인까지 지급 대상을 확대한다.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려는 장애인에게 주거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자립지원 사업은 내년 3월 본사업으로 전환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던 장애인은 내년 7월부터 65세가 돼도 기존 서비스를 계속 선택할 수 있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수급자에게 최대 월 35만 원을 지급하는 구조에서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개편한다.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20%를 줄이는 부부 감액제와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도 국회 논의를 거쳐 손질한다.

청년 지원도 확대한다. 내년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없는 18세 청년에게 첫 달 보험료 약 4만2000원을 지원한다. 군 복무 기간 전체와 출산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인정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가족돌봄·고립·은둔 청년 발굴·상담체계는 하반기 전국으로 확대해 자기돌봄비 200만 원과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지역에서 끝내는 필수진료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중증·고난도 질환의 권역 최종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지방의료원의 응급·수술·중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한다.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농어촌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기능을 재편한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보건진료전담공무원과 의사가 비대면으로 협진하는 통합형 보건지소를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연간 1조2000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를 새로 만든다. 건강보험 수가체계도 25년 만에 전면 개편해 지역·필수의료에 연간 3조6000억 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두 재원을 합치면 해마다 4조8000억 원에 이른다. 대신 영상·검체 검사 등에서 발생하는 과다 지출을 줄여 연간 2조6000억 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1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내년 서울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한다. 지역의사제는 내년 도입을 추진하고,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지역의대 신설은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잡았다. 다만 이들 과제는 법 개정과 예산 확보, 국회 논의가 필요한 만큼 실제 시행까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바이오·AI 키우고 부정진료 막는다

정부는 내년까지 1조 원 규모의 바이오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보건의료 국가대표기술 30선’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AI를 예방·진료·응급의료 전 과정에 활용하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마련하고,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와 국립대병원의 임상자료 개방도 확대한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CT나 MRI를 다시 촬영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환자가 QR코드로 의료영상을 공유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복지·돌봄 현장에는 AI와 센서, 돌봄로봇을 결합한 24시간 돌봄 환경을 조성한다. 외국인 환자의 상담부터 진료 후 관리까지 지원하는 K-헬스케어 통합허브도 내년에 구축한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부르는 ‘가짜진료’ 단속도 강화한다. 복지부는 지난 6월 15일부터 행정조사반을 가동했으며, 오는 11월부터는 AI를 활용해 부당청구 가능성이 큰 의료기관을 상시 점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은 오는 12월 현재 11개 품목에서 최대 20개 품목으로 늘리고, 약국과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의 의약품 판매도 허용할 계획이다.

정책의 상당수는 아직 추진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예산 확보와 법 개정, 국회 논의가 뒤따라야 하는 만큼 실제 시행 과정과 현장 안착 여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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