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사천, ‘K-우주복합도시’ 국가전략 띄운다

영호남 연대, 새 성장판 연다
발사·제조 잇는 남해안 산업축
인재·기업 머무는 정주책 촉구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7월 28일(화) 16:20
공영민 고흥군수 환영사. [사진=연합뉴스]
고흥과 경남 사천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새 축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고흥의 발사·시험 기반과 사천의 행정·제조 역량을 묶고, 연구와 교육, 주거 기능까지 갖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두 지역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공장 유치 경쟁이 아니라 국가 우주산업의 빈틈을 메우는 영·호남 전략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여야·영호남, 국회서 한목소리

고흥군과 사천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영·호남 우주항공 상생동맹, K-우주항공 복합도시건설만이 답이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문금주·서천호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경남도, 고흥군, 사천시가 공동 주관했다. 국회의원과 정부,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석해 법 제정과 지역 역할 분담을 논의했다.
연대가 필요한 까닭은 산업의 특성에 있다. 발사체와 위성, 항공기 산업은 개발 기간이 길고 많은 돈이 든다. 한 지역이 모든 시설과 인력을 갖추기도 어렵다. 국가가 큰 틀을 짜고 지역의 강점을 이으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사장에서는 ‘K-우주항공’과 ‘복합도시법 통과’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토론의 초점은 분명했다. 발사장이나 공장만 세워서는 산업이 오래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소와 학교, 병원, 주택, 교통망을 함께 갖춰 기술자와 가족이 머물 도시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연대는 영·호남이 한정된 사업을 놓고 다투는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두 지역이 잘하는 일을 나눠 맡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수도권에 몰린 인재와 투자를 남해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주산업을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닌 국가 성장 전략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공영민 고흥군수와 참석자들이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피켓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사 고흥·제조 사천, 기능 잇는다

고흥의 강점은 지난 2009년 문을 연 국내 첫 위성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다. 이곳에는 발사대와 발사통제동, 추적레이더, 위성시험동, 조립시험시설 등이 모여 있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시험시설과 제2발사대도 갖췄다. 고흥군은 이 기반을 중심으로 발사체 국가산업단지와 기술사업화센터, 민간 발사장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산단은 봉래면 예내리 일원 약 152만㎡에 발사체 기업 공간과 지원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1832억 원이며 오는 2030년 완공이 목표다. 고흥군은 연구 결과를 제품으로 잇는 기술사업화센터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시험부터 제작·사업화까지 지역에서 잇겠다는 구상이다.
사천에는 우주항공청이 자리하고 항공기와 부품을 만드는 산업 기반이 형성돼 있다. 고흥이 발사와 시험, 사천이 정책과 제조를 맡아 연결하면 연구개발에서 생산, 발사까지 이어지는 산업 흐름을 만들 수 있다. 토론회가 강조한 ‘상생동맹’의 핵심도 두 도시를 똑같이 키우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기능을 분명히 하고 하나의 산업권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고흥군이 내건 ‘한국형 스타베이스’도 같은 구상이다. 발사 시설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연구기관, 교육시설, 주거공간이 함께 들어선 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를 이루려면 기업 입주와 인력 확보, 교통·생활 여건 개선이 따라야 한다. 기술자가 가족과 정착해야 산업도 오래 간다.

특별법, 산업도시 뼈대 세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정식 이름은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서천호·문금주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42명이 지난해 12월 2일 발의했다. 법안은 지난 2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된 뒤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겨졌다. 아직 국회를 통과한 법은 아니다.
법안은 우주항공이나 발사체 국가산단이 들어서는 지역 중 정주 여건을 함께 갖출 필요가 있는 곳을 복합도시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국토교통부에 심의위원회와 추진단을 두고, 특별회계를 설치해 사업 재원을 마련하는 내용도 담았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도 뒀다.
사람을 붙잡기 위한 지원책도 폭넓다. 우주항공 캠퍼스와 자율학교, 특수목적고, 외국교육기관을 세울 수 있게 하고 연구기관과 국제기구, 병원, 대학 유치도 돕는다.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해 입주 기업에 세금과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단지 조성법에 머물지 않고 일자리와 교육, 의료, 생활을 묶은 도시 건설법에 가깝다.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사업마다 따로 밟는 행정 절차를 한 틀 안에서 조정하기 위해서다. 산업단지와 도로, 학교, 주택을 서로 다른 일정으로 추진하면 기업은 들어와도 사람이 살 곳이 늦어질 수 있다. 법안은 도시 계획과 기반시설, 기업 지원을 함께 심의해 이런 시간 차를 줄이려는 장치다.

관건은 통과 뒤 실행력

공영민 고흥군수는 “고흥은 국내 우주발사 기반과 쌓아온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미래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 제정과 제2우주센터 유치, 우주항공복합도시 실현에 군의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 하나가 도시를 저절로 만들지는 않는다. 고흥과 사천의 역할을 세밀하게 나누고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기업의 실제 투자, 교통망과 주택 공급을 같은 시간표에 올려야 한다. 발사와 시험에 따른 안전·환경 대책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새 일자리와 소득이 지역민에게 돌아가게 할 장치도 필요하다.
특히 제2우주센터는 아직 고흥군이 유치를 추진하는 단계다. 특별법 통과와 곧바로 확정되는 사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의 국가 우주개발 계획과 타당성 검토, 예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역의 기대를 키우는 만큼 확정된 사업과 구상을 분명히 나누는 설명도 뒤따라야 한다.
국회가 풀 첫 과제는 특별법의 문을 여는 일이다. 그다음은 고흥과 사천이 경쟁보다 연결을 택했다는 약속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영·호남 상생이 구호를 넘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성장축으로 서려면, 법안 처리와 정부의 실행 계획이 속도를 내야 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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