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갈등 못 푼 목포대·순천대… ‘마지막 담판’ 정부 제출 기한 오는 10일까지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8월 06일(목) 1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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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못 낸 장흥 긴급 회동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지난 2일 장흥 목재산업지원센터에서 송하철 목포대 총장과 이병운 순천대 총장을 만나 대학 통합과 국립의대 설립 문제를 논의했다. 강성휘 목포시장과 손훈모 순천시장, 김원이·김문수·권향엽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비공개 회의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나 두 대학은 의대와 대학병원 위치를 둘러싼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민 시장은 교육부 등 정부에 협상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고, 통합대학 신청서 제출 기한이 오는 10일까지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남은 기간 두 대학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조건 없이 만나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대학도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시설 배치나 대학 운영 방식에 대한 새로운 중재안이 나오지 않았다. 협상 결렬을 일단 막았을 뿐 핵심 갈등은 그대로 남은 셈이다.
정치권도 이번 연장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제출 시한을 다시 늦춰도 두 대학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부를 설득할 명분만 약해질 수 있어서다. 협상 창구는 다시 열렸지만, 남은 기간에는 총장 간 직접 협의와 구체적인 문안 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의대와 본부 맞바꾼 두 제안
목포대와 순천대의 제안은 의대와 통합대학 본부의 위치를 서로 바꾼 형태다. 목포대는 지난달 29일 통합대학 본부를 순천에 두고 의대는 목포에 설치하는 방안을 공식 제시했다. 목포와 순천에 각각 5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을 함께 추진하고, 두 지역에 같은 수준의 임상교수진을 배치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목포대는 오랫동안 의대 설립을 준비해 부지와 교육 기반을 갖춘 만큼 목포가 오는 2030년 개교 일정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 운영의 중심인 본부를 순천에 두는 대신 의학교육의 중심은 목포가 맡자는 것이다.
순천대는 곧바로 반대안을 냈다. 의대와 대학병원은 순천에 함께 설치하고 통합대학 본부는 목포에 두자는 내용이다. 의학교육은 기초교육과 임상교육이 긴밀하게 이어져야 하므로 의대와 수련병원을 같은 권역에 둬야 한다는 논리다. 목포에는 의료 기반을 보강한 뒤 대학병원을 단계적으로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양측 모두 상대 지역에 본부나 병원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의대는 양보하지 않았다. 의대가 교수와 연구시설, 정부 지원, 인재를 끌어오는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시설을 나누는 협상이지만 실제로는 통합대학의 중심을 어느 지역이 차지하느냐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 가깝다.
두 안에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의대를 만들고 동부와 서부에 대학병원을 둬야 한다는 큰 방향은 같다. 문제는 의대가 들어설 곳과 병원을 짓는 시기다. 목포대는 양쪽 병원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순천대는 순천에 의대와 병원을 먼저 묶은 뒤 목포 병원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맞선다.
상생 약속 삼킨 동서부 경쟁
두 대학은 지난 2024년 11월 대학 통합과 통합의대 추진에 합의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동등한 통합을 통해 전남 동부와 서부 주민의 의료 기본권을 함께 보장한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정부의 ‘1도 1국립대’ 기조에 대응하고 캠퍼스별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그러나 의대와 대학병원 위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상생 원칙은 지역 유치전으로 바뀌었다. 목포권은 서남권의 의료 취약성과 오랜 유치 노력을 앞세웠고, 순천권은 인구와 의료 수요, 기존 병원 기반을 강조했다. 대학 구성원뿐 아니라 시장과 국회의원,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면서 협상은 동서부 지역 대결로 번졌다.
민 시장은 순천의 성가롤로병원을 중심으로 동부권 의료혁신타운을 만들고, 목포에는 의대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서부권 메디컬타운을 조성하는 초광역 통합의료벨트를 제안했다. 목포 지역은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환영했지만 순천 지역은 핵심인 의대를 목포에만 두는 구상이라며 반발했다. 의료 기능을 나누겠다는 중재안도 의대 소재지 문제를 넘지 못했다.
통합 이후 대학본부의 실제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양 캠퍼스에 예산과 인사를 어떻게 나눌지도 쟁점이다. 시설 이름만 나누고 권한 배분을 미루면 통합 뒤 더 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8일 내 합의문 마련해야
정부는 오는 2030년 지역의대를 신설해 정원 10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어느 지역과 대학에 의대를 둘지,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한다고 해서 의대가 자동으로 배정되는 것도 아니다. 통합은 공모에 나설 공동 기반을 만드는 첫 단계일 뿐이다.
시간은 촉박하다. 대학 통합 뒤에도 의대 설립 인가와 정원 배정, 교수진 확보, 교육시설 구축, 대학병원 마련과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거쳐야 한다. 두 대학이 입지 갈등으로 신청서조차 완성하지 못하면 정부 심사에 참여할 기회부터 잃을 수 있다. 각각 단독 유치에 나설 경우 경쟁력과 명분이 함께 약해질 가능성도 크다.
오는 10일은 갈등을 한 번 더 미루는 날이 아니라 통합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한이다. 두 대학은 의대와 본부의 위치뿐 아니라 병원 건립 순서와 규모, 캠퍼스별 기능, 예산과 인사 권한까지 담은 합의문을 내놔야 한다. 여드레 뒤에도 같은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국립의대 무산의 책임을 정부나 상대 대학에만 돌리기 어려워진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