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에 무너지는 가족… 자살 위기 선제 발굴 올 하반기 위험신호 집중 선별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8월 21일(금)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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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고립·위기가구 자살예방 대책’과 ‘돌봄·간병 부담 자살예방 대책’을 보고했다. 지난 5월 논의된 ‘9대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고립과 경제난, 오랜 간병이 겹쳐 삶을 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 발굴부터 회복까지 지원망을 다시 짜기로 했다.
이번 대책의 무게 중심은 당사자의 신청에서 국가의 선제 포착으로 옮겨갔다. 그동안 따로 집계하지 않던 ‘돌봄·간병 부담’을 자살 원인으로 새로 분류하고 실태를 분석해 예방정책의 근거로 삼는다.
데이터로 보이지 않는 위기 찾는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해 중증 치매환자와 발달장애인 등을 돌보는 가족 중 부담이 큰 가구를 집중 조사한다. 고령자가 고령의 배우자나 부모를 보살피는 ‘노노돌봄’ 가구,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구 등이 우선 대상이다. 장기간 집 안에서 간병을 맡느라 일과 관계를 잃었지만 스스로 도움을 청하지 못한 가족을 행정이 먼저 찾겠다는 뜻이다.
내년부터는 자해·자살시도 등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에 들어온 정보를 활용해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먼저 가려낸다. 여러 고립 유형을 나눠 약 2만 명을 발굴할 계획이다. 오는 12월까지는 과다채무와 불법사금융 피해 등 금융위기 정보도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연결한다. 복지위기 알림 앱 신고에 자살 관련 표현이 들어가면 24시간 긴급상담으로 곧바로 넘긴다.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단계적으로 늘리고, 경비원과 배달원 등 생활 현장의 주민도 위험 신호를 알릴 수 있게 한다. 정부는 지난해 64%였던 복지사각지대 지원율을 오는 2030년 70%로 높이고, 사회적 고립도는 같은 기간 33%에서 27%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많은 정보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방문과 서비스 제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72시간 숨 돌릴 틈…상담까지 연결
찾아낸 가구에는 내년부터 최대 72시간의 긴급돌봄을 제공한다. 하루 3시간씩 24일을 이용하는 식으로 가정 형편에 맞춰 나눠 쓸 수 있다. 가족이 잠시라도 간병 현장을 벗어나 쉬거나 급한 일을 처리할 시간을 주는 장치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상담도 우선 연결한다.
돌봄과 빚, 실직, 우울이 함께 얽힌 가족은 통합사례관리 대상으로 삼는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 가운데 자살 위험이 큰 경우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우선 배정해 의료·요양·일상생활 서비스를 빠르게 붙인다. 장기요양이나 장애인 등록을 신청하는 첫 단계부터 가족의 간병 환경과 마음건강을 함께 살핀다. 청년미래센터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는 우울 선별검사를 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는다.
경제적 위기에도 속도를 낸다. 내년부터 자살 고위험군은 별도의 현장 확인을 거치지 않고 긴급복지 생계비를 신속히 받을 수 있게 한다. 읍면동이 재량으로 30만 원을 먼저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이들 사업은 현재 시행 중인 제도가 아니라 예산 확보와 세부 기준 마련을 거쳐야 하는 정부 계획이다.
집에서 받는 서비스 두 배로 확대
가족이 혼자 떠안은 일도 나눈다. 장기요양 중증·치매 수급자의 방문요양을 늘리고 방문재활, 영양지도, 병원 동행 등을 새로 도입한다.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받을 수 있는 의료·요양·생활지원 서비스는 현행 30종에서 60종으로 확대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과 성인 주간활동, 긴급돌봄도 강화한다. 치매나 발달장애처럼 돌보기 어려운 상황을 처음 맞은 가족에게는 필요한 정보와 상담·교육을 제공한다. 농어촌 등 기반이 약한 인구감소지역은 수요와 공급을 조사해 공공시설과 지역 자원을 서비스 거점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한다.
가족의 소진을 막는 휴식 제도도 넓힌다. 중증·치매 수급자를 단기보호시설이나 종일 방문요양에 맡길 수 있는 가족휴가제 이용을 늘리고, 발달장애인 가족휴식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가족돌봄휴가·휴직 대상을 위탁가정과 사실혼까지 넓히는 방안은 검토하기로 했다. 확정된 시행안과 검토 과제를 구분해야 하는 대목이다.
서비스 종류가 두 배가 돼도 지역에 제공기관과 인력이 없으면 가족이 느끼는 변화는 작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거리가 길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농어촌에서 공공시설을 실제 거점으로 바꾸는 실행력과 지방정부의 준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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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별 고립 막고 비용 낮춘다
고립·은둔청년에게 공동생활과 일상·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년미래센터는 오는 9월 기존 4개 시도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 고독사 위험이 큰 50∼60대 남성에게는 관계 회복과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립된 노인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대상자로 발굴하고 응급호출기와 활동감지기 등 정보통신기술 장비 보급을 늘린다. 한부모가족에는 긴급심리상담을, 1인 가구에는 관계·생활 역량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요양병원 간병비 본인부담을 낮추고 긴급복지 생계지원금도 올린다. 가족돌봄청년의 자기돌봄비 개선 연구도 추진한다. 흩어진 복지사각지대와 고독사 위기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통합 발굴 플랫폼도 검토한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내년 정보화전략계획을 세우고 오는 2028년 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2029년 운영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대응 전담 차관으로 지정하고 내년 국가자살대응실도 운영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적 고립과 돌봄 부담이 자살로 연결되는 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위기 당사자는 24시간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긴급복지나 복지사각지대 상담은 보건복지상담센터 129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