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 뒤 극한 호우, 비상한 각오로 대비해야
2026년 08월 21일(금) 10:12
폭염이 주춤하자 폭우가 남부지방을 덮쳤다. 전남광주에서는 지난 15~17일 여수 돌산·해남에 200㎜ 넘는 비가 내렸다. 목포는 한 시간에 66.4㎜가 쏟아져 8월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썼다. 주택·도로·상가 침수 등 신고만 145건이었다. 며칠 전까지 40도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온열질환과 가축·양식생물 폐사가 이어진 땅에 돌연 물폭탄이 떨어졌다.

경남 남해안은 더 참혹했다.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거제 927㎜, 통영 751㎜의 비가 내렸다. 거제에는 시간당 124.5㎜가 퍼부었다. 기상청이 200년 빈도로 본 극한호우다. 산사태가 아파트를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고, 2600건 가까운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가뭄 지역이 며칠 만에 수해 현장으로 바뀐 것이다.

폭염과 호우를 따로 떨어진 계절재난으로 봐서는 안 된다. 뜨거워진 바다는 수증기를 더 많이 품고 정체된 비구름은 좁은 곳에 상상을 넘는 비를 퍼붓는다. 과거 평균과 기존 설계기준에 기댄 대응으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어렵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비상한 위기의식으로 재난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22개 시군과 5개 자치구의 기상·하천·산사태 정보를 한 지휘망에 묶고 읍면동까지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 지하차도와 전통시장, 농경지 배수로, 소하천, 급경사지, 노후 저수지와 해안 양식장을 점검해야 한다. 위험하면 통제와 대피를 주저해선 안 된다. 홀몸노인과 장애인, 농어촌 주민, 야외노동자부터 살펴야 한다.

상습침수지역의 배수능력을 높이고 빗물저류시설과 산사태 방지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폭염 쉼터와 작업중지 기준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기후대응 예산을 후순위로 미루는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 재난 예방은 생명과 지역경제를 지키는 투자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폭염 뒤 폭우, 가뭄 뒤 산사태가 한 계절 안에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행정은 최악을 가정해 먼저 움직이고 시민도 재난문자와 대피 안내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이번 물폭탄을 ‘이례적 날씨’로 흘려보내면 더 큰 희생을 부를 뿐이다. 기록이 깨질 때마다 놀라는 행정이 아니라 기록을 넘어설 재난까지 준비하는 전남광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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