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태 “발전5사 통합본사 나주로” 한전·전력거래소 집적 강점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8월 21일(금) 14:02 |
|
◇25년 만의 재편, 본사 경쟁 점화
윤 시장은 지난 14일 ‘대한민국 에너지대전환, 발전5사 통합본사 나주에서 완성해야’라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에 통합본사의 나주 배치를 공식 제안했다. 대상은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이다. 지난 2001년 한전 발전 부문이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6개 회사로 나뉜 지 25년 만에 큰 폭의 재편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다섯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과 본사 소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2월 시작한 연구용역의 중간보고에서 삼일회계법인은 1사 통합안을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권고했다. 권역별 2~3사 통합이나 지주회사 아래에 자회사를 두는 방식보다 에너지 전환의 실행력과 운영 효율을 높이기 쉽다는 판단이다. 특별법 제정과 조직 설계, 기존 시설 활용, 인력 재배치 등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제시됐다.
연구용역은 1사 통합이 중복 투자와 경쟁을 줄이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 자금과 인력을 모으는 데 유리하다고 봤다. 반면 조직이 너무 커져 현장 대응이 느려지거나 지역별 발전산업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통합의 성패는 회사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투자와 고용 전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발전5사 사장단의 의견을 들었으며 오는 연말까지 구조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5사의 합산 매출은 약 29조 원, 정규직은 약 1만3000명, 발전설비는 약 53GW에 이른다. 통합이 현실화하면 지역 경제와 국가 에너지정책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부산과 울산, 경남 진주, 충남 태안·보령 등 기존 본사 지역의 유치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발전부터 거래·정비까지 한곳에
나주의 가장 강한 카드는 이미 갖춰진 전력산업 생태계다. 빛가람혁신도시에는 한전과 전력거래소, 한전KPS, 한전KDN이 자리한다. 한전은 송·배전과 전력 판매를,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과 실시간 전력망 운영을 맡는다. 한전KPS는 발전·송전 설비를 정비하고 한전KDN은 전력 정보통신기술을 담당한다.
현재 이 연결망에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발전 기능의 본부가 빠져 있다. 통합본사가 들어서면 발전계획과 송·배전망 투자, 전력거래, 설비 정비, 디지털 운영을 가까운 곳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 전력망과 저장장치, 수요 조절을 함께 다뤄야 한다. 나주시는 기관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면 의사결정과 공동 연구, 위기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윤 시장은 통합을 몸집만 키우는 조직개편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석탄화력 중심의 발전 구조를 재생에너지와 깨끗한 발전원, 유연한 전력망, 디지털 운영 중심으로 바꾸는 국가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5사의 인력과 기술을 한전·전력거래소의 전력망 운영 역량과 연결하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에너지 전환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특구·대학·기업 잇는 전환 생태계
미래산업 기반도 나주의 강점이다. 나주에는 국가혁신클러스터와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직류산업 규제자유특구, 강소연구개발특구 등 에너지 4대 특구가 조성돼 있다. 나주시 집계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비롯한 4개 대학·캠퍼스와 10개 연구기관·협회도 연구와 인재 양성을 뒷받침한다.
‘700여 개 에너지밸리 기업이 집적됐다’는 표현은 더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나주시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지난해 말 누적 투자협약 기업은 694개이며, 이 가운데 공장을 가동하거나 투자를 실행한 기업은 347개다. 협약 기업 전체가 나주에 입주했다는 뜻은 아니다. 통합본사 유치는 협약을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바꾸고,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망에 큰 수요기업을 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나주 유치가 최종 확정된 1조2000억 원 규모 인공태양 연구시설도 있다. 내년 착공해 오는 2036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전남광주권의 태양광·해상풍력 자원, 한국에너지공대의 연구 역량과 통합 발전공기업의 투자 능력이 연결되면 연구개발에서 실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길이 넓어진다.
◇전국 유치전, 실행 전략이 승부처
나주가 넘어야 할 경쟁 논리도 뚜렷하다.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의 절반 이상을 떠안은 희생과 정의로운 전환을, 진주·부산·울산은 기존 본사와 인력·산업 기반을 내세운다. 어느 한 지역이 본사를 얻으면 다른 지역은 기존 기관을 잃을 수 있어 정부에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정 기준이 요구된다.
기존 5개 본사 지역과의 상생 방안도 필요하다. 본사를 한 곳에 두더라도 권역별 사업부와 연구·운영 거점을 유지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주가 유치 명분과 함께 국가 전체의 편익을 제시해야 경쟁 지역과 정부를 설득할 힘도 커진다.
나주는 발전소가 모인 도시가 아니라 전력산업의 전 주기를 설계할 도시라는 점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넓힌 교육·문화·의료·교통 시설도 임직원과 가족의 정착을 돕는 기반이다. 앞으로는 선언을 넘어 후보 부지와 이전 비용, 주택·학교, 지역인재 채용, 협력업체 동반 이전을 담은 지원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윤 시장은 “발전5사 통합은 대한민국 발전산업을 미래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며 “발전과 송·배전, 전력시장, 연구개발과 기업이 집적된 나주는 통합 발전공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 최적의 도시”라고 말했다. 이어 “12만 시민과 함께 성공적인 출범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