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애(愛)청춘, 어르신 손으로 담는 마을의 기억

어르신 손으로 기록한 마을
카메라에 담아낸 삶의 기억
담빛영화관서 만나는 이야기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8월 24일(월) 15:06
'담양애청춘' 참여 어르신들이 직접 완성한 작품을 들고 마을회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늦여름 담양의 마을에 특별한 촬영이 시작된다. 배우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도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들이다. 누군가는 카메라 앞에서 대사를 하고, 누군가는 이웃을 마주 앉혀 오래된 기억을 묻는다. 늘 오가던 골목과 논밭, 마을회관과 집 앞 평상은 어느새 영화의 무대가 된다. 이제 어르신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마을의 이야기를 화면에 옮긴다. 담양군문화재단이 오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봉산문화쉼터와 대덕 운수대통마을에서 진행하는 시니어 문화예술교육 ‘담양애(愛)청춘’이다. 한 사람의 추억이 영상으로 남고, 여러 사람의 기억이 모여 한 마을의 이야기가 된다.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 뒤로

‘담양애청춘’에서 어르신들은 단순히 수업을 듣는 데 그치지 않는다. 65세 이상 참여자들이 직접 이야깃거리를 찾고 역할을 나눠 촬영과 인터뷰에 나선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한 카메라도 익숙한 얼굴과 골목, 오래된 집과 논밭을 화면에 담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꺼내는 도구가 된다. 평범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풍경이 한 사람의 기억을 만나 영화의 장면으로 바뀌는 것이다.

담양군문화재단의 시니어 문화예술교육도 해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2024년 ‘청춘리턴즈’에는 320명이 참여해 공예와 도예, 음악 등을 체험했다. 지난해에는 가사문학면 11개 마을 144명의 어르신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젊은 시절의 모습을 되살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겼다.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어르신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카메라를 들며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다. 지난해가 사진과 영상으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지금 자신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스스로 기록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영화의 완성도보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어르신들이 직접 정한다는 점이다. 오래된 담장과 마을 어귀의 나무, 늘 쉬어가던 평상이나 매일 걷는 골목도 주민에게는 수십 년의 삶이 겹쳐 있는 장소다. 카메라가 그곳을 향하는 순간 평범했던 풍경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그렇게 한 사람의 기억이 한 장면이 되고, 여러 사람의 장면이 모여 마을의 기록으로 남는다.

봉산의 골목이 영화 무대로

봉산문화쉼터에서는 어르신들이 극영화 제작에 도전한다. ‘봉산 탐정단’, ‘소원을 들어주는 우체통’처럼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발굴하고, 배역과 역할을 나눠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 참여한다. 익숙한 마을과 사람을 소재로 상상을 더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카메라가 켜지면 늘 보던 풍경도 달라진다. 매일 걷던 골목은 사건이 벌어지는 길이 되고, 늘 마주치던 이웃은 영화 속 인물이 된다. 마을 어귀와 오래된 집,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도 새로운 장면을 얻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한 풍경일 수 있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아온 어르신들에게는 저마다 사연과 추억이 깃든 장소다.

극영화는 그 기억 위에 상상을 보탠다. 오래전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나 이웃과 나눴던 이야기, 생활 속 웃음이 새로운 줄거리와 인물로 이어진다. 실제 마을을 배경으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익숙했던 봉산의 풍경도 새롭게 보인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과정이 곧 자신이 살아온 마을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안에 남은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대덕의 기억, 다큐에 담다

대덕 운수대통마을에서는 ‘내가 사랑한 대덕’을 주제로 미니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어르신들이 직접 마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서로를 인터뷰하며 기억 속 대덕의 모습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같은 마을에서 오래 살아왔어도 마음에 남은 풍경과 사람, 기억하는 순간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 일했던 논밭이나 이웃들과 웃음을 나눴던 마을회관이 오래 남은 장면이다.

평범한 일상의 기억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대덕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마을의 시간이 한 편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촬영과 인터뷰를 거치는 동안 서로 몰랐던 사연을 나누고, 잊고 지냈던 마을의 모습도 다시 떠올린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화 포스터 제작까지 더한다. 오래된 기억을 영상으로 남기고 새로운 기술로 표현의 폭을 넓히며, 대덕의 어제와 오늘을 주민들의 시선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담빛영화관서 만나는 이야기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봉산과 대덕의 어르신들이 담빛영화관에 한자리에 모인다. 직접 만든 극영화와 미니다큐멘터리, 촬영 과정을 담은 메이킹필름을 함께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참여 소감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두 마을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영화를 함께 보고 제작 과정을 돌아보며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담양은 대숲과 메타세쿼이아길처럼 빼어난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지역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눈에 보이는 풍경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질 때 익숙한 길과 집, 논밭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생긴다. ‘담양애청춘’은 그런 마을의 시간을 어르신들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관광지로 바라보던 담양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결국 ‘담양애청춘’이 남기는 것은 몇 편의 영화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의 기억을 나누며 마을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기록이 된다. 봉산과 대덕에서 시작된 작은 카메라가 올가을 담빛영화관의 스크린까지 이어지며, 평범했던 일상과 익숙한 풍경도 오래 남을 이야기로 바뀐다.
담양애(愛)청춘 포스터.

어르신이 담양애청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있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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